[팩트체크]"콧물 나면 코로나19 아닌 감기?" 공포감 속 가짜뉴스·가짜권고 판친다

2020.02.24 15:26
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의사협회 제공

최근 코로나19 국내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돌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나, 괜한 두려움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만연해진 만큼, 거짓 정보가 돌면서 더 큰 피해를 유발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의협 만들었다는 권고안은 가짜 

 

가장 널리 퍼진 것은 지난 주에 메신저를 중심으로 돌았던 '코로나19 관련 가짜 권고안'이다. 작성자는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위험과 함께 정확한 예방수칙을 알리기 위해 이 권고안을 만들었다고 제시했다. 

 

권고에는 코로나19의 특징과 감염됐을 때 증상, 예방방법에 대해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다른 감기와 폐렴과 달리 콧물이나 객담이 생기지 않고 '물에 빠진듯한' 코 막힘이 느껴진다거나, 바이러스의 크기가 큰 편이라 N95 같은 특수 마스크가 아니어도 웬만한 마스크로 걸러진다거나, 26~27도 정도의 고온에서도 바이러스가 죽으므로 햇볕을 쬐거나 뜨거운 물을 자주 마시면 예방이 된다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권고안이 실제로 대한의사협회에서 내놓은 것이 아니며, 공신력있는 기관이나 전문가가 작성했다고 하기에는 잘못된 내용이 많고 오타와 문맥상 오류가 잦다고 지적했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는 "콧물이나 가래가 있으면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아니라거나 뜨거운 물을 마셔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는 내용은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코로나19 감염 증상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코가 막히는 증상이 물에 빠진 듯하게 느껴진다'는 식의 구체적인 설명은 오히려 이런 느낌이 없으면 괜찮다고 오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짜 권고안처럼 전문가 단체를 사칭해 대부분 거짓 내용이 든 정보가 퍼지면 대중들에게 더욱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고안에서는 코로나19가 주로 접촉 감염되므로 어떤 재질의 물건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지도 제시했다. 코로나19가 금속 표면에서는 12시간 정도, 옷감에서는 6~12시간 살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러스는 스스로 성장하거나 증식할 수 있는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숙주가 없으면 오랫동안 살아남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무생물의 표면에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학병원과 보훔루르대 공동연구팀이 실험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사람코로나바이러스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코로나바이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를 유리와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재질의 물체에 묻혀 전염성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실험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평균 4~5일, 최대 9일까지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병원감염저널' 6일자에 실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주된 전염경로가 비말감염과 접촉감염인 만큼, 감염자가 만졌던 물건을 만졌을 때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닦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중국과 한국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달라 '음성→양성' 많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19. 마크로젠 제공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코로나19. 마크로젠 제공

코로나19 관련 댓글에서도 잘못된 정보가 많이 퍼진다. 한 예는 '바이러스는 숙주를 많이 거치면 거칠수록 돌연변이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이미 7만명 이상 감염시킨 코로나19 역시 이미 변이가 일어나 기존 진단키트로는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여러 숙주를 거치면서 변이가 발생한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유전정보가 DNA보다 불안정한 RNA에 담긴 RNA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비교적 잦다. 하지만 숙주를 많이 거쳤다고 해서 덜 거친 바이러스에 비해 극단적인 변이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마다 무분별하게 변이가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른 것처럼 바이러스들도 각자 특성이 다 다르다"며 "RNA바이러스 중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비해 변이율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변이율이 높아 매년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바이러스도 변이가 잦아두 가지 이상 약물을 함께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을 쓴다.

 

김 교수는 "숙주 면역계를 피하는 쪽으로 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결국 살아남는데, 이 과정에서 대개 전파력은 높아지지만 치사력은 떨어진다"며 "둘 다 진화시키기는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작성자는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최근 음성 진단을 받았다가 추후 양성으로 확진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주장하며 최근 나온 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발생한 지 약 2개월 된 코로나19가 기존 진단키트로 찾아내지 못할 만큼 극단적인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정밀의학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과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공동연구팀은 중국과 한국에서 발견된 코로나19의 유전정보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으로 분석, 비교한 결과 두 바이러스간에 유전정보가 서로 99.7% 일치하며 유전적 변이가 9곳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적으로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 변이가 바이러스의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마크로젠 임상진단사업부문 상무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입해 증식하고 다른 숙주를 찾아나갈 때 필요한 핵심 단백질을 만드는 서열에 변이가 생기면 바이러스의 전파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바이러스에 나타나는 변이의 양상과 양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주로 이런 핵심단백질을 중심으로 진단키트를 개발하므로 변이가 일어났다고 해서 당장 진단키트의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들 변이가 바이러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코로나19 변이의 패턴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1차 감염자와 2차, 3차 감염자의 바이러스를 비교하는 연구와, 다른 나라에서 발표한 바이러스와의 비교 연구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다가 이후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검사 과정이 잘못됐거나, 그간 바이러스가 증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전문가들은 "감염 초기에는 혈중 바이러스의 수치가 매우 낮아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며 "1차 검사 시 음성이었더라도 자가 격리 기간 동안 고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2차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탈리 맥더모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임상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를 검사하는 RT-PCR 방법은 양성과 음성, 두 경우 모두 잘못 나올 확률이 매우 낮을 정도로 정확하다"며 "검사시 의심 환자의 인후를 문질러 바이러스 샘플을 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는 바이러스를 채취하지 못해 검사 결과가 잘못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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