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디지털]한국의 CG 기술, 세계 영화판 바꾼다

2013.04.30 20:39
■ ‘한국의 픽사’ 꿈꾸는 에프엑스기어 - 원더월드 - 덱스터디지털

“와∼ 저걸 어떻게 찍었을까?”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소재가 영상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소년과 호랑이가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과정을 영화화한 ‘라이프 오브 파이’나 J R R 톨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면 관객들은 눈앞의 영상이 실제인지 허구인지를 의심조차 못할 정도다.

미국 영화산업의 본고장인 할리우드가 매년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돈은 16조 원 규모. 이 가운데 컴퓨터 기술을 영상에 접목한 컴퓨터그래픽(CG)의 비중은 매년 높아져 지난해에는 전체 투자액의 30%인 약 4조8000억 원에 이르렀다.

CG는 영화뿐 아니라 광고, 드라마, 게임을 넘어 의료 및 과학기술로까지 확장되고 있어 미래 콘텐츠 산업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한국 콘텐츠기술(CT)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축적한 국산 기술을 바탕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거나 국내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세계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2013년 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미스터 고'의 고릴라 CG

 

○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한국 CG 기술

“애니메이션 ‘슈렉3’ ‘쿵푸팬더’에서 주인공의 옷이 실제처럼 펄럭이는 모습이나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습을 표현하는 그래픽 소프트웨어가 국산이란 사실은 모르셨죠?”

게임업계 출신으로 2004년 처음 CG 소프트웨어 분야에 발을 디딘 이후 줄곧 한 우물을 판 이창환 에프엑스기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통해 게임 그래픽을 연구하다 영화 특수효과용 소프트웨어 엔진으로까지 행보를 넓혔다.

CG는 크게 3차원(3D) 애니메이션처럼 컴퓨터 기술을 100% 적용한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 분야와 시각 특수효과를 뜻하는 VFX(Visual Effect)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에프엑스기어는 두 분야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용화 소프트웨어 엔진을 제작, 수출해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주인공의 옷, 머리카락 등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세계적 영상기업인 드림웍스, 디즈니, 블리자드 등도 에프엑스기어의 제품을 쓴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원더월드스튜디오는 독자적인 ‘머시니마(Machinema)’ 기술을 통해 3D 입체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최근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머시니마란 기계(Machine) 영화(Cinema) 애니메이션(Animation)의 합성어로, 자체 개발한 3D 게임엔진을 이용해 만든 영상물을 말한다.

원더월드는 지난 10년간 40여 편의 할리우드 영화 특수효과를 주문받아 처리하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까지 5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수출하고 있다. 이영기 원더월드 사장은 “머시니마 기술을 활용해 배경을 찍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면서 “올여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원작 ‘개미’를 3D로 제작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밝혔다.

VFX 기술의 선두주자로는 7월 개봉하는 한중 합작영화 ‘미스터 고’를 만든 덱스터디지털이 있다. 영화 ‘국가대표’를 만들며 이름을 알린 김용화 감독은 “야구하는 고릴라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외국업체를 두드렸지만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직접 회사를 차렸다”며 “한국의 CG 산업은 이제 시작이지만 중국시장이 커지며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CG 기술은 영화 그 차제

1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 테크놀로지(CT) 포럼’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이승훈 ILM 제작감독은 한국 VFX 업체들에 특별한 선물을 건넸다. 자신이 속한 미국 ILM은 영화제작 사업 일부를 한국 VFX 기업 3, 4곳에 위탁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감독이 속해 있는 미국 루커스필름 산하 ILM은 30년 전 영화 ‘스타워즈’를 준비하던 조지 루커스 감독이 특수효과를 위해 직접 만든 회사다. ‘아바타’ ‘트랜스포머’ 등 세계적인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던 이 감독은 최근 국내 기업이 ‘타워’ ‘미스터 고’ 등의 영화를 만들며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하자 할리우드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CG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국으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배우뿐 아니라 국내 VFX 기업들도 서둘러 할리우드로 진출해 직접 부닥쳐야 합니다. 결국 영화의 미래가 그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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