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공포증, VR·AI로 극복할 미래 그려요" 미래사회 시나리오 공모전

2020.02.19 14:45
이달 19일 서울 서초구 신라스테이 서초에서 열린 공모전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이달 19일 서울 서초구 신라스테이 서초에서 열린 공모전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어느 날.  70세 여성 박성자 씨는 잇몸이 피가 날 정도로 부어도 치과에 선뜻 가지 못하고 있다. 무인의료시스템이 일상에 도입됐지만 여기에 적응하지 못했다.박 씨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상현실 인공지능(AI)을 켰다. 전용 헬멧을 쓰자 박 씨가 가장 의지하는 큰 딸이 눈앞에 나타났다. 떨리는 손으로 치과에 들어가는 버튼을 누른 박 씨에게 가상현실(VR) 속 딸은 부드럽게 팔짱을 끼며 치료를 받는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줬다. 몇 번이나 이런 상황을 반복해 익숙해진 박 씨는 다음날 혼자 무사히 치과에 다녀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달 19일 서울 서초구 신라스테이 서초에서 열린 ‘과학으로 여는 미래사회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김보미 씨의 시나리오 중 일부다. VR과 AI로 다가올 첨단 기술을 미리 사용해보면서 공포감도 떨치고 직업훈련을 받아 취업에도 성공하는 내용을 그렸다. 작품 속 주인공은 손자의 관심 분야를 학습해 친해지고 그간 지녔던 무력감과 우울증에서도 벗어난다.

 

이 시나리오에는 대구 중구청에서 장애인 일자리 관련 일을 하는 김 씨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김 씨는 “제가 만나는 분들은 실생활에서 스마트폰 같은 기술을 효율적으로 쓰는 경우가 드물다”며 “새로운 기술을 쓴다면 어떻게 할까 하다 VR에서 미리 준비한다면 편리하지 않을까 해서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지체 장애를 안고 있는 김 씨의 경험도 반영됐다. 김 씨는 “과거엔 어딘가를 가려면 몇 번이고 연습했던 것을 가상현실로 하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주최한 이번 공모전은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바뀌는 사회상을 일반인이 직접 상상해 봄으로써 미래기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목적으로 열렸다. 고서곤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그동안 과학기술 정책을 만들 때 전문가의 의견은 많이 반영했는데 국민의 시각과 방향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공모전에는 4주 간 총 431편의 시나리오가 접수됐다. 이후 전문가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거쳐 10건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내년 퇴임을 앞둔 변우복 김포 운양고 교장은 30년 후 원격의료로 건강을 되찾고 '스카이카'로 귀향한 손주를 맞이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GIST 총장상을 받았다. 변 교장은 “농사에 관심이 있는터라 스마트팜을 운영하며 노년도 90세까지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문과 고등학생인 강진 씨(목포 덕인고)는 미래사회 기술이 부작용도 있다는 주제를 유일하게 다뤄 높은 심사 점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인공 자궁이 보편화된 세상, 각자 집 대신 나무 속에 살아가는 세상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상을 받았다.

 

수상자 중에는 학교장, 농부, 소설가, 문과 고등학생 등 과학기술 분야서 일하지 않는 직군도 많았다. 김 씨는 “공모전에 대해 주변에 아이디어를 이야길 하니 과학기술에 관한 지식에 없는데도 써낼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필요한 걸 과학기술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공모전을 담당한 공득조 GIST 인공지능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삶에 공기처럼 퍼져 당연하고 편안한 게 과학기술이라 생각한다”이라며 “작품 모두 심사위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GIST는 이번 공모전 속 미래기술과 기존 보고서, 공상과학(SF)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분석해 미래에 개발할 중점기술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공모전은 올해가 1회로 앞으로 매년 주최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 정책관은 “국민이 제안한 미래기술이 빨리 이뤄지도록 정책으로 이끌고 사업을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주신 의견들이 어떻게 실현될지 많이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0개 수상작의 미래기술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10개 수상작의 미래기술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