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도 감염경로 못찾은 환자 있었다… 29,30번환자 어디서 감염됐나

2020.02.17 18:48
국내 한 병원에서 입구로 들어오는 환자와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발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국내 한 병원에서 입구로 들어오는 환자와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발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국 등 해외에 방문하거나 감염자와 접촉한 이력이 없는데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내에서도 전파가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일본, 홍콩에서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신규 감염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때도 감염경로를 끝내 밝히지 못한 환자가 있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1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16일 확진된 29번 환자와 다음 날 확진된 29번 환자의 부인인 30번 환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의료기관과 방문 장소, 동선, 만난 사람 등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제 조사 결과까지 이들이 만난 사람은 114명이지만 현재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은 자가격리 중"이라고 말했다. 

 

감염경로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심층 역학조사 해야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을 초기에는 첫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침이나 발열,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지 조사해 감염자를 찾았다. 이후 우한 외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중국 방문 이력이 있는 사람들 중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으로 넓혔다. 현재는 중국 외에도 싱가포르나 홍콩 등 지역사회 내 전파가 일어난 국가를 다녀온 사람들 중에서도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이 지역을 여행한 이력 정보를 의료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또 감염자와 살고 있는 가족과 만났던 사람들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코로나19의 최대 잠복기인 14일간 자가격리시키고, 의심증상이 나타날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다. 

 

지금까지 발생한 신규 감염자는 이런 방역체계 내에서만 발생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경로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29번 환자와 30번 환자는 중국 등 해외 이력이 없고, 기존 감염자와도 만난 적이 없어 아직까지 명확한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방역체계 외에 보건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감염자가 있어, 이들에게 전염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기존 감염자와의 역학적 관련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감염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로 짐작되는 기간 동안 방문했던 장소, 만난 사람들 등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심층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2015년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을 때도 감염자와의 역학적 관련성이 모호한 환자(119번 환자)가 있었다. 당시 역학 전문가들은 119번 환자가 방문했던 모든 장소, 만났던 모든 사람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을 고려해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119번 환자는 그해 5월 31일부터 메르스 증상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중앙역학조사반과 평택시, 아산시 보건소 역학조사반 등은 그날을 기준으로 메르스 잠복기(2~14일)에 해당하는 5월 17~29일에 감염됐을 경우와, 31일에 보였던 증상은 메르스가 원인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31일 이후 의료기관에서 감염됐을 경우로 나눠 심층조사했다.

 

먼저 119번 환자가 만났던 친구와, 그가 근무하는 직장 내 직원, 또는 직장을 방문했던 사람들 중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있는지 조사했다.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감염자들이 119번 환자의 직장에 간 적이 있는지도 조사했다. 이외에도 그가 자주 활동하는 평택시 지역사회와 거주지역인 아산시 지역사회에서 메르스 감염자를 우연히 만났을 가능성을 고려했다.

 

역학조사반은 119번 환자의 근무표와 휴대전화 위치 추적 자료, 신용카드 사용 내역, CCTV 분석 자료, 병원 방문기록, 각 병원에서의 의무기록지를 토대로 그가 시간에 따라 어느 장소를 방문했고 어떻게 이동했는지 맵핑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발생한 다른 메르스 감염자들 중 119번 환자와 동선이 겹칠 확률이 높은 7명을 추려 실제로 119번 환자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방문했거나 이동경로가 겹치지는 않는지 대조했다. 또 119번 환자가 31일 이후 방문했던 병원들을 대상으로도 동일하게 메르스 감염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지 대조했다.

  

당시 119번 환자와 동선이 겹치는 메르스 감염자는 한 사람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그가 어느 경로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는지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역학전문가들은 다양한 감염경로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자료를 수집, 분석하는 심층조사방법을 터득했다. 이때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이번에는 역학적 관계가 모호한 코로나19 감염자들의 감염경로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며 "한 명의 환자를 확진했다면 실제로는 한 명 이상이 감염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9번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 주변에서 이전에도 확진 환자의 동선이 밝혀진 바가 있었다"며 "직접적으로 그 환자와 역학적인 관계가 있는지, 또는 그 환자와 29번 환자 사이에 중간 매개자가 있을지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방법으로도 감염원을 찾지 못한다면 최대 잠복기인 2주 전부터 29번 환자가 방문했던 의원의 자료를 토대로 가벼운 감기와 독감,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지나친 경우가 있지 않은지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인불명 폐렴환자 전수조사 등 방역체계 넓힐 예정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방역체계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방역체계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감염자의 방문 이력과 접촉한 사람 등 역학조사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방역체계에서 벗어난 감염자를 찾아나서겠다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방역체계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방역체계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감염자의 방문 이력과 접촉한 사람 등 역학조사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방역체계에서 벗어난 감염자를 찾아나서겠다는 뜻이다. 

 

정 본부장은 "진단 검사 범위를 확대해 감염자를 조기 발견하고 지역사회 내, 특히 의료기관에서 감염이 발생하는 일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폐렴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질병관리본부는 폐렴환자 대상 전수조사를 빠른 시일 내 실시할 계획이다. 중국 등 해외여행 이력이 없더라도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전수조사 대상인 환자의 범위와 시기, 계획 등 구체적인 방안은 감염학회, 호흡기학회 등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다. 정 본부장은 "의료진이 판단했을 때 바이러스성 폐렴이고, 원인 병원체를 찾지 못했을 경우 1인실에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했을 당시에도 폐렴환자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다녀온 환자들이 폐렴을 앓을 경우 검사를 시행했었다.

 

이미 국내 전문가들은 이달 초부터 코로나19와 관련이 없어 보이더라도 폐렴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교수)도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긴급토론회에서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역사회 내 의심환자를 확인해 조기 진단하고, 감염자와 관련이 없더라도 폐렴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을 전수조사해 혹시 놓치고 있는 감염경로는 없는지 조사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8일부터 의료기관 감시 대응을 강화하고, 호흡기감염병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지역사회 내에서도 특히 의료기관은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많아 증상이 가벼운 초기단계에도 빠르게 전염될 위험이 있다"며 "현재 중증호흡기 감염병 감시체계와 인플루엔자 실험실 표본감시체계가 운영되고 있는데 각각 코로나19 검사를 추가하고 참여 의료기관 수도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26일까지 코로나19 관련 긴급 연구과제 공모도 진행할 예정이다. '확진자의 혈액을 이용한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 발굴', '코로나19 바이러스 국내 확진자 대상 면역학적 특성 연구', '바이러스 면역항원 확보 및 백신 치료제 효능평가를 위한 기술 개발', '혈액 내 항체검출용 항원·항혈청 생산 및 평가' 등 4개다.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1470여 곳 전체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17~18일 이틀간 중국 등 특별입국절차 대상지역을 여행한 이력이 있는 의료진과 간병인에 대한 업무배제 여부를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 취약시설에 대해서는 외부 방문과 면회를 제한하고, 특별입국절차 대상지역을 다녀온 의료진 등에 대해서는 14일간 업무를 배제할 예정"이라며 "해외이력이 없더라도 기침이나 발열 등 증상이 있다면 업무를 배제하고 필요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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