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S연례회의]실리콘밸리가 선택한 '홈리스' 위한 기술

2020.02.17 10:46
미국뿐 아니라 세계 대도시에서는 노숙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뿐 아니라 세계 대도시에서는 노숙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 전역에만 이른바 ‘홈리스(Homeless)’로 불리는 노숙자만 수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실리콘 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만 6000여명의 노숙자가 거리를 떠돈다. 실리콘 밸리의 핵심 지역인 산호세 노숙자의 4분의 3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곳에서 살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마련된 특별 세션 ‘홈리스를 위한 과학'에서 발표자로 나선 앨런 바에즈 모랄레스 산타클라라공과대학 교수는 옷이나 음식보다는 노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 기반의 커뮤니티 가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수년간 진행한 무료 스마트폰 프로그램 ‘모바일 4 올(Mobile 4 All)’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목받았다. 모랄레스 교수는 ‘커뮤니티테크놀로지얼라이언스(CTA)’에서 모바일 4 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모랄레스 교수는 AAAS 발표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는 데이터 통신과 인터넷으로 노숙자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며 “다양한 비영리기관과 소득 수준이 높은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 휴머니티를 위한 기술 개발 등이 어우러지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집이나 직장을 구하거나 노숙자 보호소를 찾기 어렵다. 노숙자들에게 스마트폰이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에 연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옷이나 음식만큼 노숙자와 빈곤층에겐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모랄레스 교수는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을 보이는 실리콘 밸리에 주목했다. 구글 등 이 곳 테크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의 연봉은 평균 10만달러가 넘고 ‘베이 지역’라고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의 평균 주택 매매 가격은 100만달러를 훨씬 상회한다. 

 

소득 수준이 높은 만큼 테크기업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고소득자들에 대한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과 회사 임대료가 주가에 따라 조정되는 세금 문제 등이다. 일례로 트위터 같은 경우 샌프란시스코 인근 텐더로인에 본사를 설립하는 데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세금 대신 자원봉사자 채용과 현금을 기부하는 쪽을 택했다. 

 

재원을 통해 트위터는 텐더로인 본사 건너편에 저소득층을 위한 컴퓨터 연구소를 300만달러를 들여 구축했고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기업인 젠데스크는 노숙자들이 머물 수 있는 거처와 음식 제공처를 찾을 수 있는 모바일 앱 ‘링크SF(LinkSF)’를 개발해 제공했다. 

 

모랄레스 교수가 속해 있는 CTA는 다양한 비영리기관과 협력해 노숙자들에게 구글의 스마트폰 ‘넥서스5’를 제공했다. 이들에 특화된 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베터월드 와이어리스’와도 협력했다. 스마트폰 비용은 노숙자들이 도로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과 같은 일을 하면서 지불한다. 일정 기간 동안 데이터 요금을 지불할 여유가 없어도 전화번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특정 카페나 도서관에서 스마트폰 충전도 지원했다. 

 

모랄레스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요금을 내지 않아도 전화번호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노숙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노숙자들의 약 40%가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라이프라인(Lifeline)’ 또는 ‘오바파 폰’으로 불리는 휴대전화로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인터넷 이용을 위한 데이터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모바일 4 올 지원을 받은 노숙자들은 구글맵을 이용할 수 있으며 구글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모랄레스 교수는 특히 이메일 주소나 컴퓨터가 없어도 연락이 끊긴 노숙자를 찾는 데 필요한 스마트폰 추적 기술과 날씨가 심각할 때 개방하는 보호서 정보를 함께 자동으로 제공하는 앱도 개발했다. 지난해 프로그램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해커톤’을 통해서다. 

 

모랄레스 교수는 “과학기술이 우리 주변 사회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의 협력과 아이디어 등을 모으면 작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