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창고형 병동 이어 日크루즈선까지…밀폐공간이 감염확산 위험 키웠다

2020.02.14 16:40
 중국 우한의 스포츠 센터를 개조한 임시 병원의 내부. 임시 병원은 모두 1천100개의 병상 등 기본적인 설비를 갖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경증 환자를 수용할 준비를 마쳤다. 연합뉴스 제공
중국 우한의 스포츠 센터를 개조한 임시 병원의 내부. 연합뉴스 제공

최근 중국에서는 코로나19(COVID-19·코비드19) 감염자들을 격리 치료하고 있는 임시 대피 병동의 사진을 공개했다. 창고나 체육관, 전시장 등 넓은 공간 안에 침상들이 수십 cm 간격으로 비교적 가깝게 나열돼 있다. 중국 내에서 이렇게 단체로 임시 대피 병동에 머물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4만 명이 넘는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는 환자의 83%가 환자의 가족에서 발생했다며 이렇게 환자들끼리 한데 모아놓고 격리시키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감염자들을 한 장소에 격리시키는 상황에 대해 회의적이다. 환자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돌면서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2~3개월간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이를 수용할 병원이 부족하다. 열흘 만에 지은 기록으로 알려진 두 병원, 훠선산병원과 레이션산병원이 완공됐지만 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총 2500명뿐이다. 이미 후베이성 내 5만명이 훌쩍 넘는 감염자들을 수용하기가 전문 의료기관에서는 벅차다. 

 

임시 대피 병동이 오히려 '바이러스 둥지' 될 위험

 

해외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환자를 어떻게 선별하고 치료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입원시키는지 등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이곳에서 코로나19를 비롯해 인플루엔자바이러스(독감)나 장염 등 또 다른 전염병이 퍼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샤프너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 예방의학및감염내과 교수는 "과거 1918년 유행했던 스페인독감 중에 미국에 설립됐던 임시 대피소를 떠올리게 한다"며 "임시 벽으로 병동을 대충 분리하거나, 밀폐된 공간 안에 침대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환경에서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퍼지기가 쉽다"고 말했다. 

 

스페인독감이 돌던 해 8월 미국 뉴욕에서는 감염자 11명을 대피 병동 한 곳에 모아놨었는데, 오히려 전염병을 키우는 악효과가 났다. 심지어 환자들 사이에서 독감이 돌면서 결국 그 해 10월 초까지 독감 환자 약 1만 명이 발생했다.

 

하워드 마켈 미국 미시간대 의학사학과 교수는 "당시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지만 치료 장비와 의료진, 식료품 등이 부족했다"며 "현재 우한에 있는 임시 대피 병동은 난방과 전기가 잘 공급되지 않고 의료진과 치료 장비가 부족한데다 스페인독감 당시 뉴욕(약 550만명)에 비해 인구도 약 1100만 명으로 훨씬 많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임시 대피 병동이 오히려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번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환자의 보호자나 의료진,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 빠른 시일 내 치료 가능한 환자마저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서 다함께 중증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켈 교수는 "바이러스가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저지하고 감염자 수를 늘리지 않으려면 이곳에 있는 환자들을 중증도에 따라 구별하고, 환자끼리 서로 전염시키지 않도록 철저히 격리시켜야 한다"면서 "학교와 교회 등 공공장소를 이용하고, 이것이 어렵다는 환자들이 각자 집에서 머물면서 간병인이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에게 개인 보호 장비와 식품, 위생 키트 등을 제공하고 필요 시 소통할 수 있도록 유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니퍼 누조 미국 존스홉킨스대 건강보안센터 교수는 "증상이 가장 심각한 환자가 병원에 머물며 실시간으로 의료진의 관리를 받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환자끼리 격리시켜 놓는 일만큼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을 빨리 멈추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日 크루즈도 비슷한 환경 재현돼

 

연합뉴스 제공
현재 일본 요코하마항에 격리된 채 정박 중인 크루즈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연일 증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감염자와 건강한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 모여 있어,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되는 것은 비단 중국뿐이 아니다. 현재 일본 요코하마항에 격리된 채 정박 중인 크루즈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연일 증가하고 있다. 

 

크루즈선 내 감염자는 13일까지 218명까지 늘어났다. 3700명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염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모든 탑승객을 선내에 머물도록 했지만,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 한해서 우선 하선시키기로 결정했다. 

 

크루즈선 내에서 탑승객들이 각자 방에 떨어져 있더라도 1인 1실이 아니며, 창문이 없는 방이 많아 환기가 어렵다고 알려졌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지병이 있는 탑승객들을 위한 의약품, 의료진, 식료품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탑승객들에게 제공되는 식품도 부족하고, 바이러스 감염과 격리에 대한 스트레스도 엄청 날 것"이라며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미 크루즈선 안에 있는 승객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가정하고 해결책을 찾는 게 맞다"며 "이 중에는 증상이 극심한 감염자와,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 이미 잠복기가 시작된 사람,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어 교차감염이 일어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크루즈선 내에서 환자들은 따로 격리시키고 나머지 승객들은 다른 이와 접촉하지 않도록 1인 1실 격리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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