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혜 화학연 원장 "신종 코로나 신속 진단키트 곧 나올 것"

2020.02.11 17:58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이 이달 11일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이 이달 11일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메르스 진단에 사용한 기술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접목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정부기관에서 평가를 받고 있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치료제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리주를 받는 대로 개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이달 11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속진단키트 개발이 거의 끝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에 접목할 기술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신속진단키트는 화학연이 주관하는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이 지난해 개발을 완료했다. CEVI는 8개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18개 기관이 참여한 융합연구단이다. CEVI는 2015년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후인 2016년 화학연이 주도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융합연구단으로 출범했다.

 

CEVI는 지난해 메르스를 20분 만에 진단할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해 기업에 관련기술을 이전했다. 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에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방식의 기술 또한 개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정확도가 낮지만 속도가 빠른 진단방법도 있는데 그것도 개발해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제 개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리주를 받는 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분리주는 인체 밖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배양한 것으로 진단제나 치료제, 백신의 성능을 검증하는 데 쓰인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5일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했고 분리주를 연구기관들에 보급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분리주도 곧 받을 예정으로 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는 생물 안전 3등급 시설에서 배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연은 질본이 분리에 성공하기 전엔 중국 파스퇴르연구소에서 분리주를 도입하는 것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연은 CEVI에서 개발한 메르스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용 치료제를 분리주에 우선 시험해 치료제를 찾을 계획이다. 이 원장은 “CEVI에서 주로 연구한 게 메르스 바이러스”라며 “메르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치료 효과가 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연구에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고 화학연도 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최근 열린 관련 간담회에서도 전문가들이 단발적인 연구는 지금도 지원되지만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에게 짧게 지원되면 중요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며 "융합연구단이 끝나도 이런 분야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계속 가져가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바이러스연구소에 대해 이 원장은 “(5일 열린)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간담회에서 관련된 이야기도 나왔는데 기획 중이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환경이 모두 연관돼 있다”며 “관련된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부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성격의 범부처 연구소가 적합하지 않냐는 논의가 나왔다”고 말했다.

 

감염병 연구소 성격을 가진 파스퇴르연구소와 같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 원장은 “파스퇴르연구소가 올해 경기도 지원이 끊긴다고 하는데 바이러스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된 곳”이라며 “이를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도 기존 조직을 잘 활용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원장은 화학연이 가진 화합물과 소재 빅데이터를 연내 공공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화학연이 갖고 있는 데이터플랫폼은 크게 두가지로 의약화학 쪽 플랫폼은 20년간 구축해왔고 소재 플랫폼도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의약, 하반기에는 소재를 웹 플랫폼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화합물의 약효 예측과 관련한 640만 개 데이터를 비롯한 화합물 데이터베이스(DB)를 올해 상반기 중 공개한다는 목표다. DB엔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일본,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협력을 맺고 확보한 화합물 정보도 포함된다. 이 원장은 “화학연은 논문 공개 데이터를 보관하는 외국과 달리 화합물 은행 형식으로 실물에서 나온 데이터를 갖고 있어 활용에 유리하다”며 “화학연 전체 연구비의 10분의 1을 투자해 온 사업”이라고 말했다.

 

소재 DB도 연말께 공개할 계획이다. 화학연은 화학소재를 중심으로 2007년부터 소재 은행 형태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소재 DB도 화합물 DB처럼 실험 정보가 함께 포함돼 계산데이터를 주로 제공하는 외국 소재 DB와 비교해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연구도 하지만 한국 연구자들이 연구를 잘할 수 있도록 연구인프라를 제공하는 일도 키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전임 원장이던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해 5월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된 원장직에 6개월 만인 11월 취임했다. 원장이 공석이던 당시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연구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던 시점이다. 수출 규제 대부분이 화학 소재라 화학연에게 주어진 짐도 많았다. 이 원장도 "처음 취임했을때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문제가 굉장히 컸다"며 "지금은 소부장에 알파 소재를 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화학연의 전통적인 소재팀들을 강화해서 성과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화학연이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편리하게 하는 걸 많이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사람과 사회안전, 환경을 위한 연구와 같은 분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의 핵심 가치를 탁월성과 공공성에 두려 한다”며 “탁월성은 연구성과를 높여 지금처럼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공공성은 바이러스나 소부장, 사회안전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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