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복제약 막기 위해 약에 '지문' 붙인다

2020.02.11 17:01
김영태 미국 퍼듀대 의공학대 교수팀이 개발한 투명 필름 기반의 보안 장치(작은 사진)과, 이를 붙인 알약의 모습이다. 체내에서 분해되는 단백질로 만들었고, 미세 입자의 패턴을 이용해 알약의 불법 복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퍼듀대 제공
김영태 미국 퍼듀대 의공학대 교수팀이 개발한 투명 필름 기반의 보안 장치(작은 사진)과, 이를 붙인 알약의 모습이다. 체내에서 분해되는 단백질로 만들었고, 미세 입자의 패턴을 이용해 알약의 불법 복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퍼듀대 제공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복제약 생산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보안 기술이 개발됐다.


김영래 미국 퍼듀대 의공학대 교수와 임정우 연구원팀은 알약에 일종의 ‘지문’을 붙여 약이 복제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기술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복제약의 보안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월 16일자에 발표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약의 약 10%는 불법 복제약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 암이나 당뇨병 치료제부터 발기부전 치료제까지 다양한 약이 불법적으로 제조돼 유통되고 있다. 마약의 일종인 아편 역시 불법적으로 제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진통제나 말라리아 치료제, 폐렴약 등이 불법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불법 복제약의 생산량은 점점 늘고 있다. 2018년 제약사 화이자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75개국에서 29종 판매되던 불법 복제약은 2018년 113개국에서 95종으로 늘어났다. 


불법 복제약은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한 제약사의 수익을 감소시키고, 부작용으로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문제다. 연구팀은 “지난해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불법 무단 생산으로 매년 25만 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잃고 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연구팀은 제조되는 알약이나 캡슐 하나하나에 일종의 ‘지문’처럼 고유의 식별마크를 붙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PUF)’이라고 부르는 기술로, 원래는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기술이다. 


김 교수팀은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투명하고 얇은 필름을 만든 뒤 고유의 번호를 새겨 약에 붙였다. 재료로는 체내에서 안전하게 분해되는 실크 단백질과 네 종류의 형광 단백질이 사용됐다. 실크 단백질로 만든 투명 필름에 작은 형광 단백질 입자를 무작위로 붙여 그 패턴을 ‘지문’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형광 단백질 입자의 패턴 조합은 이론상 무한에 가깝기 때문에 모든 알약은 각기 다른 패턴을 갖게 된다. 마치 알약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바코드나 QR코드를 붙인 것과 같다. 이번 연구에서는 4개 형광 단백질을 사용하고 필름의 영역을 가로세로 8개의 격자로 나눠 총 256비트의 암호 체계로 읽고 쓸 수 있음을 확인했다. 256비트는 현재 널리 쓰이는 고급암호화표준과 키 수가 같다.

 

연구팀은 네 개의 형광을 사용해 필름의 입자 패턴을 새기고 읽었다. 이 때 입자의 패턴을 읽는 해상도를 달리 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가로세로 8개씩으로 이뤄진 64개 격자를 만들어 패턴을 읽었다. 4개 형광을 모두 사용하면 총 256비트의 암호 형성이 가능하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연구팀은 네 개의 형광을 사용해 필름의 입자 패턴을 새기고 읽었다. 이 때 입자의 패턴을 읽는 해상도를 달리 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가로세로 8개씩으로 이뤄진 64개 격자를 만들어 패턴을 읽었다. 4개 형광을 모두 사용하면 총 256비트의 암호 형성이 가능하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만약 약을 먹을 때 이 약이 불법 복제된 것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형광을 읽어 패턴을 확인한 뒤 제조 단계에서 측정한 패턴과 비교하면 된다. 임 연구원은 “복제 여부 확인 외에, 그 약이 어떤 약인지 등 부가 정보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생산한 재료가 약의 원래 약효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연구소기업 ‘크립토메드’를 설립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약의 복제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알약에 보안장치나 센서 등을 붙여 정보를 인식시키는 기술은 다른 방식으로도 연구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프로메테우스 디지털헬스는 약효를 측정하기 위해 약에 센서를 붙인 뒤 몸에 넣는 기술을 선보여서 큰 관심을 모았다. 약에 좁쌀 만한 센서를 붙여 체내에서 약효를 측정하고, 측정이 끝난 뒤에는 정보를 전송하고 체내에서 녹아 사라진다. 신체 건강 정보 측정 기술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의료 분야를 혁신할 기술로 꼽혔다.

 

2016년 1억 8350만 달러(약 2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후속 투자도 많이 유치했다. 다만 최근 지나친 사업 확장에 의한 후유증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2019년 말 직원들을 대거 휴직 상태로 돌리고 구조조정을 하는 등 자구 노력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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