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천산갑 신종 코로나 숙주 가능성 높지만 판단 일러"

2020.02.11 11:32
멸종위기 포유류인 천산갑의 모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멸종위기 포유류인 천산갑의 모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중국 화난(華南)농업대가 이달 7일  멸종위기 포유류인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한 잠재적 숙주로 보인다고 발표하면서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유전적 분석 결과가 맞다면 실제 숙주일 가능성이 크지만 연구가 완전히 발표되지 않아 판단하긴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화난농업대 용위셴 교수와 야오유펭 교수 등 연구팀은 이달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야생 동물 1000여 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천산갑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 균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서열과 99% 동일하다고 발표했다. 천산갑은 단단한 등껍질을 가진 유린목 동물이다. 중국에선 보양에 좋다고 알려지며 약재나 식용으로 거래된다. 하지만 천산갑은 중국에서 멸종위기 2등급 종으로 불법으로 사냥하거나 판매하면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정확한 전파 경로가 완벽히 추적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 중국 연구진이 기자회견에서 천산갑을 숙주로 지목했을 뿐 이를 뒷받침할 별다른 과학적 증거를 내놓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진화 바이러스 학자인 에드워드 홀름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관찰”이라면서도 “천산갑이 가진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다른 데이터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가 발견된 부위와 같은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린제이 배너지 캐나다 맥마스터대 박사후연구원은 “바이러스를 혈액에서 발견했는지 혹은 직장에서 찾았는지와 같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이것이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에게 퍼졌는지를 결정할 것이고 어떻게 전파를 막을지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산갑은 바이러스 중간 숙주 후보 중 하나로 꾸준히 지적돼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광동응용생물자원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10월 국제학술지 ‘바이러스’에 천산갑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중 상당수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컴퓨터 생물학자인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미국 캘리포니아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원은 “공개된 천산갑의 코로나바이러스 서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비교한 결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논문과 데이터가 발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를 찾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박쥐가 모태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박쥐가 가진 코로나바이러스들과 유전적 유사성은 88% 정도로 비교적 낮다. 바이러스를 변형시킨 중간 숙주가 있다는 것이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를 일으킨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사향고양이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대와 광시대, 닝보대 연구팀은 박쥐와 사람 사이 중간 숙주가 뱀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바이러스의학’에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하지만 포유류가 아닌 뱀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뱀 기원설은 점차 힘을 잃어가는 추세다. 중국의학과학원 병원생물학연구소는 지난달 29일 중간 숙주가 밍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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