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적게 보고, 통화·SNS는 많이 하라" 신종 코로나 격리 환자 위한 심리가이드

2020.02.07 18:12
서울아산병원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병원 방문객 체온 측정
서울아산병원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병원 방문객 체온 측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면서 환자는 물론 의심환자(유증상자) 및 접촉자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7일 현재 의심환자 수 및 접촉자 수는 모두 1000명을 훌쩍 넘긴 상태다. 보건당국이 환자와 의심환자, 접촉자 모두 격리 또는 자가격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가장 가까운 가족과도 제대로 접촉하지 못한 상태로 2주를 보내고 있다. 지역사회 전파를 막고 자신 및 타인의 완치율을 높이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치지만, 당사자의 심적 고통은 만만치 않다. 


이에 격리 과정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의 심적 고통을 바르게 인식하고 적절한 안내와 지원을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맞아 환자와 의료진이 정신건강 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지역 또는 국가 보건당국이 설치해 환자와 의료진에게 정신건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여러 환자 및 의심환자들이 격리를 경험하면서 이들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을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5년 11월 보건복지부와 대한정신건강재단은 정신과 전문의 및 심리 전문가와 함께 감염병 유행시기에 격리된 환자의 정신 건강을 위한 지침을 담은 보고서인 ‘감염병 관련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사업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격리 조치는 당사자의 큰 심적 어려움을 동반하며, 이 때문에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 예방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의료진과 전문가, 보건당국은 단지 의심환자와 접촉자를 격리조치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적절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립감, 분노, 정보집착…격리 중 나타나는 정신건강 상 증세들


격리 중 나타나는 대표적인 정신건강상의 증세는 고립감과 불안, 걱정, 외로움, 분노, 답답함, 소외감, 낙인에 대한 우려, 우울, 불면, 과도한 정보집착, 서운함 등이 있다. 가족과도 접촉을 멀리해야 하고 친구나 동료도 만날 수 없다. 쇼핑도 불가능하다. 열을 잴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인다. 정부 지원에 대한 불만, 언론 보도를 보며 느끼는 분노, 생계 걱정 등이 복합돼 스트레스를 높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 정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격리된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이를 제대로 해소하도록 이끄는 일이다. 격리에 따른 스트레스는 격리 수칙을 위반하고픈 마음이 들게 할 수 있어 자칫 원래의 목표를 잃게 할 수 있다. 


격리 스트레스를 이기게 하기 위해 의료진 및 보건당국에 가장 필요한 활동은 감염병의 특성에 대한 정보와 격리의 의미를 정확히 제공하는 일이다. 사스 유행시 캐나다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를 보면 격리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탈하고 싶은 생각을 호소한 격리 대상자가 많았다. 따라서 불편한 격리가 실은 대상자 개인과 가족, 사회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또 격리를 이탈하고픈 마음을 느끼는 환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격리의 효과를 격려해야 한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해 아산 임시생활시설에 머물던 교민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제공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해 아산 임시생활시설에 머물던 교민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제공

격리 당사자에게는 격리생활을 성공적으로 보내게 하기 위한 조언을 해야 한다. 감염병은 잠복기가 있으므로 격리 기간은 반드시 끝나며, 끝난 뒤에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감염병 정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도록 하루 2~3번 일정한 시간에 새 정보를 수집하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활동을 하며 느긋하게 일상을 보내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 알코올이나 니코틴, 카페인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일도 흔한데, 이를 삼가도록 조언해야 한다.


●언론 보도 통한 감염병 소식은 제한해야…전화, SNS는 권장


언론 보도나 감염병 소식과 반대로, 휴대전화를 통한 영상통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권장된다. 격리에 따른 외로움을 달래고 적절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격리가 질병 확산방지는 물론 조기 발견과 치료에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서로 공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보고서는 감염의 위험을 막기 위해 커버나 케이스를 제거한 개인 전화만 사용하고, 격리가 끝날 때 소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랜싯’은 보다 적극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심리 상담을 받을 방법을 강구할 것을 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격리 과정에 위축되지 말고 필요한 지원은 당국에 요청하며 심리적 고충도 혼자 고민하지 말고 상담을 요청할 것을 권해야 한다. 환자에게 격리생활이 감염병 유행기간 동안 가족과 사회를 보호하는 의미 있는 행동임을 상기시킬 필요도 있다. 랜싯은 보다 적극적으로 정신건강 전문가를 통해 적절한 심리치료를 제공하고 스트레스 적응을 위한 활동을 지원할 것도 권하고 있다. 또 필요할 경우 적절한 투약도 병행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격리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또 하나의 어려움 중 하나는 자녀 특히 어린 자녀에게 격리 생활의 의미를 설명하는 일이다. 유아나 영아에게는 갑작스럽게 접촉을 거절하는 부모가 낯설 수 있다. 보고서는 “감기가 심해서 접촉하지 못한다”고 설명하는 식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녀를 설득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불안을 느끼거나 겁먹지 않도록 질문에 명료하게 답을 해줄 것을 권한다. 


많은 호흡기 감염증은 아동에게 감염력이 낮다. 때문에 생활 공간까지 분리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서는 권한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격리 기간만큼은 양육을 다른 양육자에게 맡길 것을 권고한다. 필요하다면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요청할 수도 있다. 손씻기 등 감염병 예방과 관련된 습관을 보여주고 일상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해 자녀가 따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도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한 부정확한 감염병 소식을 최대한 적게 접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만약 격리 대상자가 아이일 경우, 아이는 자신이 잘못해서 격리 조치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격리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잘못이 없음을 확신시켜줘서 일상을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의료진도 예외 없어…정신건강 전문가 지원 필요


마지막으로 의료인은 감염병 유행 기간 동안 환자 이상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사스  발발 사태 때 등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불안과 공포, 우울, 좌절 등을 겪은 의료진이 많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기도 한다. 랜싯은 이들 역시 지역 또는 중앙정부가 꾸린 정신건강 전문가로부터 정기적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지원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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