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 없는 신종 코로나, C형간염·에볼라·에이즈 치료제가 뜬다

2020.02.03 18:45
지난달 23일 후베이성 우한시 적십자병원의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3일 후베이성 우한시 적십자병원의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폐렴)으로 전 세계가 비상이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에 대해서는 수분을 보충하는 수액 투여와 2차 세균감염을 막을 항생제 투여, 심한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염증제 투여, 호흡곤란이 나타날 경우 인공호흡기 장착 등 보존적인 치료만 가능하다. 

 

지난달 24일 중국 연구팀은 감염자의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추출해 건강한 사람의 세포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었다.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홍콩대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미국과 호주 등에서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동물실험과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만큼, 치료에 적용하기 까지는 수 개월~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5년 전 개발하기 시작한 메르스 백신도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이들 백신을 개발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연변이가 잦은 RNA 바이러스기 때문이다. 

 

3일 오후 2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첫 발생지인 중국을 비롯한 27개국에서 1만7387명, 사망자는 362명에 이른다. 상황이 시급한 만큼 전문가들은 기존 치료제 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약들을 찾고 있다. 

 

후보1. 에이즈 치료제 2종 조합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구조를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한 3D 이미지. CDC 제공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구조를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한 3D 이미지. CDC 제공

중국의과학원과 베이징대인민병원 등 공동연구팀은 디탄병원 등 3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41명에게 HIV 치료에 쓰는 두 가지 약물인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를 조합해 치료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었다. 

 

이들 약물은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필요한 효소인 단백분해효소를 억제하는 원리다. HIV 등 바이러스는 세포 내에서 단백질 덩어리를 만든 뒤 단백분해효소로 잘게 자르면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든다. 시중에는 이 두 가지 약물로 구성된 약제인 칼레트라도 나와 있다. 

 

두 약물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억제한다는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2004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유행했을 당시 이들 약물이 임상에서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것에 주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89.1%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내 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외 다른 에이즈 치료제도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약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도 역시 개선 효과는 있지만 작용 원리가 불문병해 추후 임상 결과를 토대로 연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후보2. 에볼라 출혈열 치료제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에볼라 바이러스. 미국 CDC 제공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에볼라 바이러스. 미국 CDC 제공

미국 시애틀 워싱턴주립메디컬센터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팀은 미국에서 첫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에 대한 치료 사례를 지난달 31일 국제학슬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었다. 

 

우한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35세 남성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고 초기에는 일반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해열제와 기침완화제, 항생제 등을 투여 받았다. 하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의료진은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가 개발한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에볼라출혈열)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투여했다.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가 RNA를 복제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원리다. 현재까지 임상2상까지 완료했으며 승인 전이다. 연구팀이 렘데시비르를 지목한 이유는 동물실험에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에볼라바이러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바이러스다. 유전물질을 DNA가 아닌, RNA에 담고 있다는 의미다.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과 전신 출혈 등 증상을 보이고 치사율이 매우 높다.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다음 날부터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39.4도에 이르렀던 체온은 37.3도로 떨어졌고, 90%까지 떨어졌던 산소포화도도 94~96%까지 올랐다. 환자는 반코마이신과 세페핌 등 항생제 치료도 중단해도 될 정도로 호전됐다. 연구팀은 엑스선 촬영 결과 폐렴 증세도 줄었고, 환자가 가끔 마른 기침을 하고 비염 증상이 조금 나타나는 거 외에는 거의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렘데시비르가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 그룹에게 이 약과 위약을 투여해 비교하는 무작위대조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일 중국 언론에서는 베이징 중국일본우호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270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에서 치료효과가 입증되면 렘데시비르는 신속하게 신약 허가를 받을 전망이다. 


후보 3. C형간염 치료제
 
아브도 엘피키 이집트 카이로대 분자생물물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은 논문을 통해 C형간염 치료제인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약물은 C형간염바이러스가 세포 내에서 유전물질을 증식할 때 반드시 필요한 RNA중합효소를 억제하는 원리다. 이 효소가 없으면 바이러스의 RNA를 대량으로 생산하지 못한다. 

 

엘피키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C형간염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바이러스로, 세포 내에서 R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같은 효소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중합효소를 3차원 모델링하고,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이 결합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해 이들 약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억제할 수 있다는 이론상 근거를 찾았다. 

 

하지만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약물이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후보 4. 독감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 조합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완치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태국이다. 3일 현재 태국에서 발생한 감염자는 19명이며 이 중 8명이 완치했다. 

 

태국 보건부는 방콕에 있는 국립라자비티병원 의료진이 독감 치료제 '오셀타미비르'와 에이즈 치료제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를 혼합해 71세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2일 밝혔다. 이 환자는 입원 후 열흘 간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혼합 약물 치료를 받고 48시간 안에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셀타미비르는 세포 내 증식을 마친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를 찾기 위해 세포 밖으로 나가는 과정을 억제하며, 에이즈 치료제들은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필요한 효소인 단백분해효소를 억제하는 원리다

 

의료진은 이 치료방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만큼, 증세가 심각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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