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촌평] “챙겨야할 게 너무 많다”는 장관의 발언

2020.01.29 17:36
 

“DNA(데이터, 네트워크, AI) 산업 활성화, 인공지능 국가전략 실행이 중요합니다. 이게 다가 아니죠. 미디어도 있죠. 과기정통부 소관 영역이 굉장히 넓습니다. 우편배달부도 챙겨야 합니다. 아, 달 탐사도 해야 하죠. 인공위성도 쏴야 하고 할 게 너무 많아요.”

 

지난 22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과기정통부 출입기자단과 신년 간담회를 진행하며 했던 발언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하고 곧이어 국정감사를 거친 뒤 지난해 11월 공식 간담회에 이은 두 번째 간담회였다. 

 

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 16일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새해 업무보고를 했다는 점과 함께 문재인 정부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과기정통부 역할의 중차대함을 강조했다. 그는 10분이 넘는 시간을 '모두발언'에 할애하며 업무보고에 언급한 정책들을 나열하고 혁신성장 및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24조원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설명했다. 

 

DNA산업·5G산업 활성화, 디지털미디어 산업 활성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규제 샌드박스 기반 신서비스 창출, 젊은 연구자 지원, 기초 연구 지원, 건강·안전 등 과학기술 기반 국민 삶의 질 개선, 우주 개발, 지역혁신, 일본 소부장 대응, 과학기술 문화 확산, R&D시스템 개선을 비롯해 장관급 한미과학기술공동연구회 개최, 백두산 공동연구 및 남북간 학술 교류 등 과기정통부의 올해 광범위한 업무계획을 일일이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간담회 때 밝힌 업무 수행계획과 대동소이한 설명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최 장관은 첫 번째 간담회에서와 동일한 고충을 털어놨다. 올해 중점 사업 중 이것만큼은 하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다. 크게 바뀌지 않은 업무계획이라는 점을 뒤집어보면 해야 할 많은 일들 중 똑부러지게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아직 미미하다는 의미도 된다. 

 

최 장관은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AI 국가전략 실행과 사람 중심의 안정적인 기초연구 지원을 강조했다. 답변의 마지막엔 “할 게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장관이 보기에도 과기정통부 소관 업무 범위가 광범위하긴 한 모양이다. 

 

문제는 열거됐던 과기정통부의 업무가 속된 말로 ‘결이 다른’ 경우가 무척 많다는 점이다. 통신사업자가 저렴한 5G 요금제를 내놓도록 하는 것, 글로벌 서비스 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디지털 미디어 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젊은 연구자를 지원해 기초과학의 토양을 다지는 일, 중장기적으로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우주 개발과는 많이 다르다. 오죽 했으면 장관의 입에서 “우편배달부도 챙겨야 한다”는 우스개소리라고 넘겨 버리기 어려운 발언이 나올까. 

 

최근에도 장관의 행보는 복잡하다. 28일에는 케이블TV 업계와의 간담회, 29일에는 광주·나주 AI 정책 현장 방문에 이어 내달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열거했던 정책 목표들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뒤집어 보면 이것 저것 모두 챙기려 하다가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 AI인재 양성이 됐든, 신진연구자 지원이 됐든, 달 탐사가 됐든 올해 말에는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이것만큼은 해냈다”는 평가를 대내외에서 받을 수 있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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