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사용후핵연료 처리하는 '유리화' 기술 안전하지 않다"

2020.01.28 18:41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이를 유리 재료와 함께 섞어 굳히는 ′유리화′로 저장하는 방식이 쓰인다. 유리화로 만들어진 고준위 방폐물 유리 캡슐의 모조품이다. 미국 에너지부 제공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이를 유리 재료와 함께 섞어 굳히는 '유리화'로 저장하는 방식이 쓰인다. 유리화로 만들어진 고준위 방폐물 유리 캡슐의 모조품이다. 미국 에너지부 제공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존 방식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랄드 프랑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재료과학 및 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일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인 ‘유리화’가 현재의 저장 방법으로는 용기 부식을 활성화시켜 누출 위험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이달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원자력 발전을 거쳐 나온 사용후핵연료와 핵무기 폐기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처리가 어렵다. 내뿜는 방사능량이 클 뿐 아니라 반감기도 길어 오랜 기간 완벽한 차폐 하에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를 보유한 국가는 34개국이다. 이중 미국과 스웨덴, 핀란드 등 7개 국가가 땅에 매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중 스웨덴과 핀란드만 처분시설을 짓고 있고 미국은 네바다주 유카산에 이를 저장하려 했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은 2016년 7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국가관리 기본계획’을 내놨으나 영구처분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채 1만 6000여 t의 고준위 방폐물이 원전에 임시저장된 상태다.

 

고준위 방폐물을 땅에 묻을 때는 이를 유리나 세라믹 원료와 고온에서 혼합해 굳히는 ‘유리화’가 쓰인다. 유리화는 방사성 물질이 유리 결정에 갇히기 때문에 누출 위험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만든 결정을 스테인리스 스틸과 같은 부식이 적은 컨테이너에 담은 후 깊은 땅속에 파묻으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 같은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계획하는 나라들이 이 방식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진 진행된 안전 관련 연구에선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의 부식을 각각 평가했을 뿐 용기에 방폐물을 담았을 때를 가정해 조사한 연구가 없었다.

 

연구팀은 유리나 세라믹이 스테인리스 스틸과 상호작용할 때 어떤 영향을 받는지 조사하기 위해 유리화 방폐물 부식 실험에 쓰이는 표준 재료인 ‘국제 기본 유리’를 후 스테인리스 스틸에 붙인 후 30일간 관찰했다. 그 결과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이 만난 부분에서 부식이 더욱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물질의 접촉이 있는 부분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떨어져나온 철 분자가 더욱 많았다. 반면 접촉이 없는 부분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부식이 그대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스테인리스 스틸의 주재료인 철과 유리와 세라믹의 주재료인 실리콘이 강한 상호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해석했다. 철과 실리콘은 화학적 친화도가 높아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식은 유리화 결정 속에 핵폐기물이 섞이면 더 빨라졌다. 또 습한 환경에서도 부식이 빨라졌다. 미국은 유카산에 방폐물을 저장하기 전에 열을 내리기 위해 용액 속에 5년간 임시로 저장한 후 땅속으로 보내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부식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샤오레이 구오 오하이오주립대 방사성폐기물용기 설계 및 제작센터장은 “이번 결과는 지금의 모델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수도 있음을 뜻한다”며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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