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환자 갔던 카페 안전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루머들

2020.01.28 18:50
더베이스랩 제공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질환(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28일 오후 4시 30분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수는 18개국 4618명이며 이 중 106명이 사망했다. 중국 외에도 태국과 한국, 일본,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 확진자가 여럿 나왔다. 

 

이에 따라 SNS에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을 검색하거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카더라’라는 루머가 많다. 감염자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가능하다거나, 환자가 머물렀던 장소에 가면 위험하다거나, 눈을 보기만 해도 전염이 될 수 있다는 얘기 등이다. 

 

과연 의학적으로 이들 루머가 사실인지,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경로가 복잡하다. 감염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외식이나 배달음식도 피해야 한다? 특히 중국에서 배송되는 공산품이나 식료품은 피해야 한다?

 

트위터 화면 캡처
트위터 화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을 초기, 중국 당국은 이 바이러스가 우한 시내 화난수산물시장에서 첫 발생했으며 감염자들이 박쥐나 뱀 등 야생동물을 취급하면서 감염됐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사람 간 전파 확률이 낮으므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대규모 유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가족 간 전염사례와 의료진 감염사례가 드러나면서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현재는 우한에 다녀오지 않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고, 날마다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확진된 사람은 지금까지 4명이다. 모두 최근에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들이 입국 후 어느 도시, 어느 장소를 거쳐 어느 병원에서 격리 치료 중인지 차례대로 밝히고 있다. 

 

SNS에서는 환자들의 이동경로와 함께 그들이 방문했던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특정 번화가, 병원 등에 가면 안 된다는 글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방문한 지 며칠이 지난 후에도 그 장소를 피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 없이 바깥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이틀 정도”라며 “확진자가 거쳤던 장소라도 수 일이 지난 후에는 이미 감염될 위험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더군다나 확진자가 방문했던 식당이나 병원은 청소나 소독 등을 하므로 식기구나 식탁, 의자 등에 여전히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혹시나 식당 주인이 감염자일 경우에 대비해 감염자가 요리한 음식을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엄 교수는 “생선회처럼 날음식을 조리했을 경우에는 이론상 전염이 가능할 듯도 싶지만, 아직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런 식으로 감염됐다는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했지만 아직까지 양성으로 확진된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며 “더군다나 확진자와 같은 장소에 있었던 것만으로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중국으로부터 주문한 공산품과 특히 식료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수 있으므로 ‘구매 취소’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추가 확진자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중국에서 배송되는 상품들이 국내 소비자에게 배달되기까지는 며칠이 걸린다”며 “바이러스가 야생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이틀 정도로 매우 짧으므로 이 경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 중국의 한 의사가 본인의 SNS를 통해 '마스크를 썼음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눈을 통해 전염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눈을 통해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마스크를 하듯이 눈을 가려야 한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 감염시킨다. 근거리(1~2m 이내)에 있던 환자가 기침을 했을 때 튀어나오는 미세한 침방울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침방울 안에 있던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8일 브리핑 현장에서 “환자의 침방울이 묻는 등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으로 눈이나 코를 비빌 때에도 눈과 코의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다”며 “하지만 단순히 감염환자와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눈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듯이 안경이나 보안경을 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눈으로 감염되는 경우는 오염된 손으로 눈을 만졌을 경우이므로 ‘손 씻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스크를 썼더라도 오염된 손으로 코나 입을 만지거나 음식을 먹는 행동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물과 비누를 이용해 깨끗하게 씻거나, 알코올세정제를 이용하면 감염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잠복기는 수 주간 지속되기도 한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기 동안에도 전염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던 초기에는 잠복기가 1주일에서 2주일 사이일 것으로 봤다. 최근에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구체적인 잠복 기간이 4~6일, 일주일 이내로 드러났다. 엄 교수는 “지금까지 사람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들은 공통적으로 잠복기가 길어야 최대 2주”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잠복기 중에도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음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족 간 감염사례나 의료진 감염사례 등을 보면 증상이 없는 환자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킨 사례가 있다는 보도도 있다. 

 

엄 교수는 “단순히 정황만 가지고 잠복기에도 전염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잠복기 감염에 대한 근거를 찾기까지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역학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얘기를 듣고 현재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우한 폐렴에 걸린 게 아니냐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졌다”며 “이 때문에 실제로 증상이 나타나 한시 빨리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을 진료하는 시간이 미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본부장은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추가 확진자에 대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에는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전이므로 혈액 중 바이러스의 양이 무척 적어 검사가 어렵다”며 “그래서 잠복기인 사람의 감염 여부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최근 중국에서 우한폐렴에 감염된 일가족이 감염됐는데 다른 가족과 달리 한 소년만 겉으로는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폐 안에 감염 증세가 보였다. 이렇게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있으므로 검사도 어렵고 전염 위험성도 크다? 

 

건강한 사람(왼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오른쪽)의 흉부를 컴퓨터단층촬영(CT)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제공
건강한 사람(왼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오른쪽)의 흉부를 컴퓨터단층촬영(CT)한 사진. 폐 안에 고름이 가득 차 허옇게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제공

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나 일반 코로나바이러스, 치명적인 에볼라바이러스 등 수많은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은 기침이나 가래, 객혈, 설사 등 외부로 증상이 드러난다. 그 이유는 체내에서 증식한 바이러스들이 또 다른 숙주를 찾기 위해 체외로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다른 이에게 전파될 위험이 낮다. 실제로 한 명이 십수 명을 전염시키는 ‘슈퍼전파자’의 경우 다른 감염자에 비해 증상이 극심하게 나타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바이러스 감염자가 조용히 다른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과 반대다.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자에 대해 ‘증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본다. 

 

엄 교수는 “나이가 어리거나 면역 저하가 있는 노약자 중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열이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미열에 그치는 사람이 많다”며 “그래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감염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인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무증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매우 예외적인 사례이므로 증상 없이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에서 정 본부장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려면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며 “만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다른 이를 전염시킨 사례가 있다면, 중국 외에도 한국을 비롯한 해외 전문가들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바이러스성 감염질환 중 홍역은 한 번 걸리고 완치하면 면역력이 생긴다. 이번에도 우한 폐렴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번 겨울에 첫 발견된 만큼 자료가 적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써는 아직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엄 교수는 “면역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증명하려면 감염이 됐다가 완치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성됐는지 검사해 그 결과를 대규모로 코호트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단순한 감기몸살이 아닌 폐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완벽한 완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병이 진행되면 고열이나 기침, 가래 외에도 폐섬유화가 진행된다. 폐조직이 섬유처럼 단단하게 굳는 증상이다. 엄 교수는 “폐섬유화가 진행되면 현재 의학으로는 다시 원래 정상적인 조직으로 되돌리기가 힘들다”며 “섬유화가 일어난 만큼 폐기능 손상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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