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中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 착수…착수시기·감시규모 적절한가

2020.01.28 15:47
 2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통로에서 위생소독용역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에 따른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통로에서 위생소독용역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에 따른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일명 우한폐렴)에 감염된 국내 확진자 4명 중 2명이 무증상입국자로 드러났다. 입국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어 국내 보건당국의 검역시스템을 빠져나갔다. 입국 후 며칠간 지역사회를 활보한 것으로 확인돼 무증상 입국자에 의한 국내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우한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중국 다른 지역을 경유한 감염자나 타 국가에서 감염된 외국인이 국내로 증상없이 입국할 가능성도 존재해 이번 전수조사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국내 확진자 4명 중 2명은 입국 당시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어 조사대상 유증상자나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첫 번째 환자와 두 번째 환자는 입국 당시 호흡기 증상이 있어 공항에서 각각 조사대상 유증상자와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지만 세 번째와 네 번째 환자는 입국 당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추적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게 질본 측 설명이다. 


네 번째 환자인 55세 한국인 남성은 20일 별다른 증세 없이 입국했다. 이 남성은 이후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가 25일 섭씨 38도의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재방문한 뒤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았다가 26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경기 성남시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격리된 뒤 다음날인 27일 오전 환진 판정을 받았다. 입국 후 7일이 지나서야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된 것이다. 질본은 “환자가 방문한 병원은 폐쇄한 상태로 환자가 마스크를 썼는지 아닌지, 접촉자는 누구인지 등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28일 오후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환자도 네 번째와 마찬가지로 20일 입국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어 격리되거나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확진으로 판명되기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및 대치동 일대, 한강 주변, 일산 소재 음식점과 카페를 활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질본이 파악한 접촉자 숫자만 74명이다. 이 환자는 25일이 되어서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 입원했다. 입국 후 6일이 지나서야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된 것이다. 증상이 없이 입국했기 때문에 추적대상이 아니었다는 게 질본 측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 여성이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우한발 비행기 입국자들의 발열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 여성이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우한발 비행기 입국자들의 발열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후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인원이 6430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무증상 입국자가 더욱 많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경제미디어이자 포털인 제일재경망은 12월 30일부터 1월 22일까지 중국 항공서비스앱 ‘항공반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한에서 해외로 이동한 탑승객은 태국에 간 경우가 2만 5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싱가포르에 1만 680명, 도쿄에 9080명, 한국에 6430명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국내에서 확진 판정은 받은 세 번째와 네 번째 환자와 같은 무증상입국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역시 항공서비스앱을 바탕으로 한 분석결과라 실제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인원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다른 지역을 경유한 감염자나 타 국가에서 감염된 외국인이 국내로 입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이유로 질병관리본부도 25일 '우한 폐렴' 의심환자를 공항 검역단계에서 최대한 파악하기 위해 감시 대상 오염지역을 '우한'이 아닌 '중국 본토 전체'로 변경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직전인 지난해 12월 국내에 입국한 중국 관광객은 51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41만6200명보다 22.5% 늘었다. 지난해 전체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은 602만4200명으로 2018년 478만9500명보다 25.8% 늘었다. 이달 중국인의 방한자 통계는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1월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이 39만2800명임을 감안하고 중국 관광객 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에만 40만명에 가까운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이달 중 중국 본토 전체를 감시 대상으로 하기 전에 입국한 중국 입국자만 이미 상당수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첫번째 확진 환자 역시 중국 우한에서 온 여성관광객이었다.  

 

여기에 이달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우한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다른 지역 관광을 다녀온 한국인 관광객들 역시 상당수라는 점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역시 중국 우한을 다녀온 방문객이다. 한때 연간 470만명에 육박하던 중국 방문 관광객은  미국 사드 한반도 배치 이후 2017년부터 크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 나름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늑장 대응하는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실제 정부는 13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28일부터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27일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한 직후 이뤄진 조치다.  반면 영국은 아직까지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미 24일(현지시간)부터 우한에서 입국한 여행자 2000명에 대한 추적에 착수했다. 2주간으로 입국자로 한정했지만 우한으로부터 입국한 여행자들에 대한 사실상 전수 추적 성격인 셈이다. 한국보다도 닷새 앞선 조치다.  

 

중국 보건 당국은 물론 국내외 전문가들은 여전히 정확한 전파 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증상을 보이지 않는 잠복기에도 전염력을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발표에 대해 이견이 갈린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은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며 전파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침이 튀며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비말 전파방식을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의 유력한 전파방식을 꼽고 있다.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의학학술지 랜싯에 실린 논문을 인용하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미 알려진 우한시 화난수산물도매시장이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의혹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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