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확진자 4중 2명은 '무증상 감염자'...지역사회 전파 차단 노력 필요

2020.01.27 15:37
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의료용 마스크와 의료용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중국신문망 제공
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의료용 마스크와 의료용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중국신문망 제공

26~27일 확인된 국내 세 번째와 네 번째 환자가 모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입국했지만 입국 당시에는 발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증세가 없어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이른바 ‘무증상 감염자’로 확인됐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주장이지만, 다른 바이러스 가운데에는 증상 발현 전에도 감염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입국 뒤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전문가는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에서 최근 2~3주 이내에 입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상 발생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2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6일 확인된 국내 세 번째 확진 환자인 54세 한국 국적 남성과 27일 확인된 네 번째 확진 환자인 55세 한국 국적 남성은 모두 우한을 방문했다 국내에 입국했다. 하지만 입국 당시에는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없어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환자의 경우 20일 귀국해 22일 증상이 처음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이 날 렌터카를 이용해 서울 강남의 의료기관과 식당, 호텔 등을 이용했고, 23~24일에는 한강을 산책하고 강남구 일대 음식점을 이용하는 등 서울 및 경기 고양시 일대를 이동했다. 이후 25일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번)으로 신고해 보건소 구급차를 통해 병원에 이송돼 격리조치됐다.


비록 증상 발생 뒤 3일만에 자가 신고해 격리조치와 확진 판정으로 이어졌지만, 3일간의 일상생활 가운데 접촉자가 수십 명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세 번째 환자가 접촉한 사람은 74명이다. 이 가운데 호텔 종사자 한 명이 유증상자로 나타나 격리조치됐지만 검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해제됐고, 나머지 접촉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아직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 중이다. 능동감시는 코로나바이러스 집중 조사대상인 유증상자 기준에는 들지 않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건소에서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대응 방식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2주가량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발열과 기침 등이 나타나지 않아 입국시 발견되기 어렵다. 문제는 무증상 환자가 입국 뒤 뒤늦게 증상을 보이고, 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신고도 하지 않을 경우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충분히 증식한 상태로 감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증상을 단순한 감기 등으로 오인하고 병원에 갈 경우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병이 확산될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증상 상태는 바이러스가 충분히 증식되지 않은 상태다. 이 기간에 사람간 전파가 가능한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에도 잠복기에는 사람간 전파가 없었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람간 감염 능력 역시 낮을 것이라는 주장이 아직까지는 많다. 이 경우 무증상 감염자와 항공기나 공항을 함께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감염병이 확산될 우려는 적다. 대기중 비말 형태로 전파되기는 어려운 코로나바이러스 특성상 감염은 주로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 등 바이러스를 많이 함유한 체액을 손 등으로 만진 경우에 이뤄지는데, 증상이 없을 경우 이런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무증상 상태에서도 감염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 방송 NBC, 과학매체 ‘사이언스 얼러트’ 등에 따르면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보건위원회 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감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언급이 사실이라면 무증상 환자가 접촉한 환자까지 감염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해 방역의 어려움이 배가될 전망이다. 영국국민건강서비스(NHS)에 따르면, 비록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니지만 리노바이러스 등에 의해 주로 감염되는 일반적인 감기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인플루엔자처럼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은 신종인 관계로 감염 능력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자의 입국 이후 증상 발병 및 전파 가능성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고가 필수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 오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후베이성을 다녀온 분 가운데 호흡기 증상이 있는 분들은 의원, 병원 등 의료기관을 착기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번)로 전화해 증상을 상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협은 또 지난 2~3주 이내에 우한 등 후베이성을 방문한 입국자의 명단을 정부가 모두 파악해 소재와 증상 발생 여부를 추적, 관리할 것도 건의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27일 경미한 증상까지 포함해 보다 적극적인 관리를 시행할 뜻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우한에서 입국해 콧물, 미열 등 경증 증상을 보여 신고을 했거나 문의한 사례 가운데 조사대상인 유증상자에는 포함되지 않아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던 100여 명에게 코로나바이러스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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