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조언을 하는 사람도 동기부여가 된다

2020.01.25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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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자꾸 '요청하지 않은 조언'을 하거나 참견을 많이 하려는 이유는 조언을 하는 본인의 자존감이 상승하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단순히 누군가를 가르치려드는 것 만으로(실제 그 조언이 영양가가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뭔가 나는 인생을 잘 산 편인 것 같고 인생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것 같고 사람들이 나를 우러러보는 것 같다는 착각과 우쭐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이렇게 저렇게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돈을 벌어서 성공했으니 너도 나처럼 열심히 살라고 열변을 토하는 것은 결국 그만한 ‘재미’가 따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원치 않는 참견을 받는 사람은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을 침해받음으로써 자존감이 손상되는 피해를 입게 되지만 조언을 휘두르는 사람은 기분이 하늘을 찌를 듯 좋아진다. 


흥미롭게도 조언의 이런 어두운 면을 활용해 일이 재미없는 사람들을 동기부여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연구자들이 있다. 원래 재미없어 하는 일도 남들에게 이 일은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조언을 하고 나면 왠지 그 일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이 생기지 않겠냐는 발상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로렌 에스크라이스-윙클러 교수 연구팀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자기보다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조언을 해주도록 했고(조언을 주는 조건)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으로부터 조언을 받도록 했다(조언을 받는 조건). 


조언을 주는 조건에서는 초등학생들로부터 단어 외우는 게 귀찮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편지를 받고 그 편지에 대해 학생 본인의 조언이 담긴 답장을 보내도록 했다. 조언을 받는 조건의 학생들은 선생님의 조언이 담긴 편지를 읽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어보도록 했다. 


약 3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조언을 하거나 받는 과정을 거친 후 아이들의 학습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자기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조언을 한 학생들은 조언을 하기 전보다 공부 시간이 일주일에 약 6시간 정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언을 받은 학생들도 받기 전에 비해 공부 시간이 늘어나긴 했지만 3시간에 그쳤다. 


연구자들은 이번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저축이나 분노 조절, 다이어트, 또는 취직에서 힘겨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주게 했다. 또 이어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보도록 했다. 


사람들이 타인에게 한 조언의 예로는 저축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새 것을 사기보다 가진 물건에 만족해볼 것, 분노 조절의 경우 심호흡을 할 것, 체중 조절의 경우 운동량을 기록해주는 기기를 사용해볼 것, 취업의 경우 이력서를 항상 최신으로 업데이트해 둘 것 등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 경험과 받은 경험을 비교해봤을 때 어떤 것이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냐고 물은 결과 약 70%의 사람들이 (자신도 잘 못 하는 일이지만) 조언을 받을 때보다 조언을 하는 경우 저축을 더하고, 분노나 체중 조절을 더 잘하고,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할 생각이 들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내가 잘 못 하는 일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보다 남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조언을 하는 것이 동기부여가 더 크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영양가 있는 조언을 듣는 것보다도 남에게 조언하는 것이 더 동기부여 효과가 좋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있어 조언을 듣는 것과 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겠냐고 예측해보라고 했을 때는 대체로 조언을 받는 것이 더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반대로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도 사람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또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즉 내가 쓸모있는 구석이 있다는 느낌을 받음으로써 나타나는 효과다. 사회 초년생들이나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면 멘티 못지 않게 멘토의 자신감과 동기가 향상되는 효과가 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도 즐겁지만 누군가 기대오는 것도 그만큼 즐겁기 때문에 인간은 함께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참고자료
Eskreis-Winkler, L., Fishbach, A., & Duckworth, A. L. (2018). Dear Abby: Should I give advice or receive it? Psychological Science, 29, 1797-180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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