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질병을 진단하는 수학

2020.01.25 06:00
진단 시약의 분석결과를 살펴보고 있는 박영용 책임연구원. 진단 시약은 사람에게서 재취한 검체와 반응한다. 병에 걸렸을 경우 시약에 빝을 쬐었을 때 시간에 따라 흡수된 뒤 방출되는 빛의 세기가 s자 모양의 그래프를 그린다. 씨젠 제공
진단 시약의 분석결과를 살펴보고 있는 박영용 책임연구원. 진단 시약은 사람에게서 재취한 검체와 반응한다. 병에 걸렸을 경우 시약에 빝을 쬐었을 때 시간에 따라 흡수된 뒤 방출되는 빛의 세기가 s자 모양의 그래프를 그린다. 씨젠 제공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피검사만으로도 다양한 질병을 알아낼 수 있다. 이런 검사를 ‘체외진단검사’라고 한다. 체외진단검사 분야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전문가에게 직접 물었다. 

 

박영용 연구원은 경북대 수학과 박사를 졸업하고 2017년부터 분자진단 시약 제조사인 '씨젠' 내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시약 제조 공정과 진단 정확도 향상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Q. 씨젠은 분자 진단 시약을 만드는 회사다. 채외진단검사에서 쓰이는 '진단 시약'은 무엇인가 

 

몸에서 채취한 검체에 질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옮기는 독감은 종류가 다양하다. 종류가 다양하다는 말은 각 바이러스가 독보적으로 갖고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각기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확인하면 어떤 종류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알 수 있다. 이때 진단시약을 사용하면 유전정보 안에 특정 유전자가 들어있는지 아닌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씨젠에서는 식중독과 장염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를 비롯해, 성병과 호흡기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을 검출할 수 있는 분자 진단 시약을 만들고 있다. 시약을 이용해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면 적절한 약을 처방할 수 있다. 

 

씨젠의 진단 시약. 박 책임연구원은 시약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씨젠 제공
씨젠의 진단 시약. 박 책임연구원은 시약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씨젠 제공

 

Q. 시약을 이용해 질환을 진단하는 원리가 궁금하다

 

분자 진단 시약에는 검출하고자 하는 바이러스가 가진 고유의 염기서열에 들러붙는 탐지 성분이 들어 있다. 그래서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시약에 넣으면 탐지 성분이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에 들러붙는다. 그리고 염기서열을 증폭시키면 탐지 성분이 달라붙은 염기서열만 많아진다. 그리고 시약에 빛을 쏴 염기서열에 흡수됐다가 방출되는 양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즉 바이러스가 있으면 유전자의 양이 늘어나 시약에 빛을 쐈을 때 흡수된 뒤 방출되는 빛의 세기가 이전과 다른 값이 나온다. 이런 방식으로 질병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Q. 분자 진단 분야에서는 수학을 어떻게 활용하나 

 

분자 진단 자체는 생물학적인 원리지만, 결과를 분석하는 부분에는 수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검체를 시약에 넣은 뒤 측정한 결과는 그래프로 나타난다. 검사하고자 하는 질환이 없으면 그래프는 마치 y=1과 같은 상수함수처럼 별 차이 없는 직선 모양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병에 걸렸을 경우 처음에는 증가량이 적다가 증가량이 커진 뒤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다시 변화가 거의 없는 마치 S자와 비슷한 모양의 그래프가 된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분자 진단 시약의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Q. 진단 시약의 정확도를 어떻게 높였나 

 

 

이전에는 그래프가 증가하다가 특정 값보다 커지면 질병이 있는 것으로 봤는데, 이렇게 할 경우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거나 시약에 생긴 기포가 터지면서 일시적으로 측정값이 커졌다가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건강한데도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그래프가 특정 값보다 커지는 것과 관계없이 그래프의 모양을 분석해서 질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질병이 있을 때 시약에서 유전자가 증폭되면서 나타나는 그래프는 인구 증가를 설명하는 수학 모형의 해가 그리는 그래프와 아주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즉 제가 만든 알고리즘은 측정 결과가 이 그래프와 얼마나 유사한지 일치율을 비교해서 질병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30만 건 이상의 실험 데이터를 이용해 기존 분석 방법과 비교한 결과 기존 방식에서 발생하는 판정 오류를 99% 이상 없앴다. 현재 씨젠에서 판매하는 최신 진단 시약은 이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분석하고 있다.  

 

Q. 연구소에서는 또 어떤 분야에서 수학을 활용하고 있나 

 

분자 진단 시약을 개발하는 부서에도 수학 전공자가 있다. 이전에는 특정 질병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면서 다른 질병에는 없는 염기서열을 찾기 위해 유전자 염기서열을 종이에 출력해서 벽에 붙여놓고 눈이 빠져라 쳐다봤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그 일을 대신한다. AI로 분석해 해당 질병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염기서열을 찾아내고, 거기에 적합한 시약을 디자인한다. 여기에도 수학이 활용된다. 

 

그밖에도 수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전에는 시약을 제조하는 생산 담당 부서에서 요청을 받고 생산량을 예측하는 모형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제품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수학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2020년 1월호, [SW진로체험]  수학으로 더 정밀한 질병 진단 돕는다, 박영용 씨젠생명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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