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질병] 자연이 인간 면역계에 좋은 과학적인 이유

2020.01.18 15:11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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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푸른 자연을 좋아한다. 우거진 산이나 파란 해변을 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괜히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이 자연애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심리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해변이나 강물, 숲이 우거진 산에는 먹을 것도 많아서 좋아하는 심리가 진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분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같이 지낸 감염성 친구 외에도, 자연환경에서 자주 접하는 물질도 서로 영향을 주며 진화했다는 것이다. 자연은 몸에도 좋다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 자연이 아닌 곳이 없다. 도시도 자연이고, 스테인리스 철판과 플라스틱 그릇도 다 자연에서 온 것이다. 우라늄도 자연에서 캔 것이다. 하지만 원시의 인류가 살던 통상적인 생태 환경을 ‘자연’이라고 좁게 정의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비과학적인 자연 우월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정말 시골이 도시보다 좋다면, 그냥 ‘자연은 좋다’라는 막연한 주장보다는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소위 ‘자연’이 면역계에 좋은 이유를 찾아보자.

더러움의 힘


핀란드와 러시아 사이에는 카렐리아라 불리는 지역이 있다. 러시아에 속하는 지역에는 카렐리아 공화국이라 이름 붙은 자치공화국도 있는데, 지금은 러시아인이 다수다. 하지만 6만 명의 카렐인이 살고 있고, 핀란드에도 카렐인이 약 1만 명 정도 살고 있다. 카렐인은 핀족에 가깝지만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독립적인 민족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러시아에 사는 카렐인은 핀란드에 사는 카렐인에 비해서 아토피가 적다. 제1형 당뇨병의 발병률도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차이는 집먼지 진드기의 노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 카렐인의 생활수준이 더 높기 때문에 보다 위생적인 환경에 살고 있는데, 이러한 높은 위생 수준이 역설적으로 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연환경에서 흔히 접하는, 즉 과거 인류의 삶에서 흔하게 접하던 환경적 요인에 인간의 몸은 보조를 맞춰 같이 진화했다. 소나 돼지, 개를 키우면 알레르기성 질환에 적게 걸린다. 가축이 주변 미생물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동물의 분변도 어떤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더럽지만 말이다. 

 

 자연의 공기

 

 

산에서 공기를 마시면 깨끗하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공기가 맑으니 좋은 것일까? 그렇다면 집 안에 강력한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을 것이고, 몸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장내 미생물은 주로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형성, 유지되지만, 인간의 몸에는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이물질이 들어오는 경로가 있다. 바로 폐다. 하루에 약 1만L에 달하는 공기가 폐로 들어온다. 공기에 포함된 수많은 식물성 폴리페놀이나 화분, 미생물, 흙 등이 체내로 들어오는 것이다. 


폐로 들어온 자연계의 이물질은 이른바 PI3K/Akt/mTORC1 신호전달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염증을 일으키는데 암이나 당뇨병, 퇴행성 신경질환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반적인 농촌의 공기에 많이 포함된 세균이나 지의류, 곰팡이, 식물성 분자는 이러한 반응을 억제하여 항염 효과를 일으킨다. 또한, 흡기 중에 유입되는 세균은 엔도톡신 내성이라 불리는 현상을 일으키는데, A20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알레르기원이 Th2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을 억제한다. 시골 공기를 쐬면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임상적인 의미는 다를 수 있으니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고 무조건 귀농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아미쉬는 개신교 재세례파에 속하는 종교적 공동체다. 수백 년 전에 스위스나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유아세례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므로 성인이 되어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가톨릭이나 루터, 칼뱅파 개신교 모두에게 핍박을 받았다. 신앙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는데, 일부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면서 치열하게 싸우다가 도망친 것이다. 물론 분파에 따라 입장이 상당히 다르다. 


아무튼, 이들은 지금의 펜실베이니아 지역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자신만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다. 여전히 독일어를 쓰고 처음 건너올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17세기의 전통 복장을 하고 불을 때워 취사를 하며 전통 가옥에서 생활한다. 농촌의 목가적인 삶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자식을 많이 낳을 뿐 아니라 출산 전에 산전진단도 잘 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의학 연구에 많이 활용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미쉬인은 천식에 잘 걸리지 않는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항원에 노출되면서 면역 반응이 조절되는 것으로 보인다. 암도 잘 안 걸린다. 물론 근연 번식으로 인해 유전병에 취약하기도 하지만, 환경에 의한 질환에는 더 강하다. 
 


해초를 잘 먹는 민족


김을 소화시킬 수 있는 민족은 일본인밖에 없다는 속설이 있다. 진위가 좀 의심스러운데, 한국인이나 중국인도 김과 해초를 잘 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조류를 잘 소화하는 능력은 민족에 따라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서양인은 해조류를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수평적 유전자 전달이 이러한 해조류 소화 능력의 원인인지도 모른다. 바닷물의 박테리아 중 일부는 해조를 분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바다가 해조류로 가득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균의 유전자 중 일부가 장내 미생물의 유전자에 들어왔다는 주장이 있다. 일본인의 장내 미생물은 이러한 효소를 가지고 있었다. 파란 바다에서 살면 해조류를 소화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밝혀진 것이지만, 아마 한국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픈 건물 증후군

 

 

아픈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은 건물이 아프다는 것이 아니다. 현대적 건물에서 사는 사람이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한다는 개념이다. 흔히 알고 있는 새집 증후군이 바로 이러한 아픈 건물 증후군이다. 흔히 새집 증후군은 갓 지은 건물에서 나오는 유독성 화합물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목재와 진흙을 사용해서 집을 지었다. 집 안팎에는 동물의 털과 분변이 가득하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재도구나 가구, 짚으로 엮은 지붕은 물론이다. 긴 공생을 통해서 인류는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았다. 그런데 현대적 건물의 중앙 공조 시스템은 이러한 물질에 대한 노출 빈도를 크게 줄였다. 건축 자재도 과거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것이 많다. 토속적인 인테리어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실상은 플라스틱이나 합성 섬유로 제작된다. 환경 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그렇다고 다들 귀농하라는 것은 아니다. 현대적 생활 습관은 이득이 훨씬 크다. 인류의 평균 수명은 근 백여 년 사이에 많이 증가했다. 건강 수준도 향상되었다. 수많은 감염성 질환에서 해방되고, 영양실조에서도 벗어났다. 다시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독 늘어나고 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대사성 장애와 알레르기성 질환, 우울장애 등의 정신질환이다. 최근 이러한 현대적 질병이 환경 변화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아마 현대인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학적 패러다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현대 의학과 위생 개선, 영양 개선의 이점은 살리면서도 긴 진화적 시간 동안 공생한 주변 환경의 이점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아직은 신생 학문이고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 특히 ‘무조건 자연으로 돌아가라’를 외치는 안아키식의 접근은 절대 피해야 한다. 특히 백신을 악마화하는 태도는 정말 비과학적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이를 현명하게 구분하여 이용하려면 항상 신중한 태도로 진화의학 연구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편 미리 보기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치의학은 왜 의학과 따로 구분되어 있을까? 사실 과거에는 치과의사와 의사의 구분이 없었다. 외과와 내과가 구분되면서 약 17세기 일부 외과 의사가 치과를 전문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의 피에르 포사르를 현대 치과의 아버지라고 하는데, 통상의 외과 시술과 달리 치과적 진료만을 위한 독특한 방법을 여럿 제안하였다. 19세기를 지나면서 치과의사만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대학이 설립되기 시작했고, 이어서 치과와 관련된 법과 규정이 제정되면서 독립된 학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배경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치과 질환이 너무 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는 총 10만 5000여 명이다. 그런데 치과의사가 2만6000명이다. 의사 네 명당 치과의사가 한 명이다. 내과 의사는 1만 8천여명에 불과하다. 치과의사가 내과의사보다 많다. 물론 치과 치료는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지만, 그래도 너무 많다. 그만큼 인간의 치아가 좋지 않은 것일까? 인간의 이빨은 왜 이렇게 취약한 것일까? 

 

 

참고자료 

-Wertheim, J. O., & Kosakovsky Pond, S. L. (2011). Purifying selection can obscure the ancient age of viral lineages.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28(12), 3355-3365.
-Yoo, J., Tcheurekdjian, H., Lynch, S. V., Cabana, M., & Boushey, H. A. (2007). Microbial manipulation of immune function for asthma prevention: inferences from clinical trials. Proceedings of the American Thoracic Society, 4(3), 277-282.
-Sicinschi, L. A., Correa, P., Peek Jr, R. M., Camargo, M. C., Delgado, A., Piazuelo, M. B., ... & Schneider, B. G. (2008). Helicobacter pylori genotyping and sequencing using paraffin‐embedded biopsies from residents of Colombian areas with contrasting gastric cancer risks. Helicobacter, 13(2), 135-145.
-https://www.unicef.or.kr/news/news_view.asp?idx=8923
-http://ekjm.org/journal/view.php?number=25614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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