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대멸종 원인은 소행성 충돌…화산폭발 원인 아냐

2020.01.17 17:21
6600만 년 전 공룡을 사라지게 한 대멸종의 원인이 소행성 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6600만 년 전 공룡을 사라지게 한 대멸종의 원인이 소행성 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지구를 지배한 공룡을 사라지게 한 가장 직접적 원인은 소행성 충돌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공룡의 멸종 원인을 두고 '소행성 충돌설'과 '화산 폭발설'을 지지하는 그룹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 왔다. 이번 연구는 오랜 논란을 종식시킬 가장 확실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핀셀리 헐(Pincelli Hull) 미국 예일대 지구물리 및 지질학부 교수 연구팀은 공룡이 멸종한 시기인 6600만년 전 일어난 화산 가스의 대규모 분출이 소행성이 충돌하기 20만 년 전에 일어나 대멸종과는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7일 공개했다.

 

이 시기는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팔레오기의 경계로 공룡뿐 아니라 육상 생물 종의 75%가 이때 사라졌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 일어난 소행성 충돌과 대형 화산 폭발로 급격한 환경 변화가 일어났고 대멸종으로 이어졌다고 추측해 왔다.

 

대멸종의 원인으로는 소행성 충돌이 지목된다.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부근 바다에 떨어지며 지름 200㎞의 ‘칙술루브’ 충돌구를 만든 소행성 충돌의 여파로 급격한 환경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 텍사스대를 비롯한 국제 대륙 과학 시추 프로그램(ICDP) 연구진은 칙술루브 충돌구를 굴착해 충돌구가 일으킨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충돌로 인해 바위가 녹고 물이 밀려오며 수 시간만에 130m 높이의 퇴적층이 쌓였고, 지구 지반 암석이 대기로 퍼지며 비처럼 쏟아져 내려 산불을 일으켰다. 특히 충돌로 암석 속 황 3250억 t이 대기에 방출되며 에어로졸을 형성해 햇빛을 막았고 지구의 기온이 엄청나게 떨어지며 대멸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 시기에 발생한 화산 폭발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해 왔다. 인도 북서부 데칸 용암대지를 만든 대형 화산 폭발로 인한 기후변화도 대멸종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이 학설은 1980년대 이전까지는 우세한 학설이었으나 칙술루브 충돌구가 발견된 이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화산 폭발도 영향 중 하나라는 연구결과는 꾸준히 제시돼왔다.

 

헐 교수 연구팀은 화산의 역할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산 가스가 분출한 시기를 조사했다. 화산이 폭발하면 이산화탄소나 이산화황과 같은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되며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 연구팀은 “가스가 대량 멸종을 유발함에도 최근 연구는 가스 방출보다 용암 분출 시기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구의 온도변화와 해양 화석의 탄소 동위원소 변화를 관찰해 이산화탄소 방출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화산 가스는 소행성 충돌 20만 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백악기 말기 화산 활동이 지구 온도를 2도 높였으나 대량 멸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소행성이 떨어지기 전까지 많은 종이 (온도가 낮은) 북극과 남극 쪽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헐 교수는 “많은 학자들이 화산도 대멸종에 영향을 줬다 추정했지만 우리의 결론은 소행성이 유일한 멸종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소행성 충돌이 대멸종에 영향을 줬다는 학설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지난해 2월 사이언스는 데칸 용암대지의 생성 시기를 토대로 칙슬루브 충돌구 형성 수만 년 전 폭발이 일어나며 대멸종이 시작됐다는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의 논문과 소행성이 충돌하고 5만 년 내로 화산 폭발이 이뤄지며 전체 용암 4분의 3이 이때 나왔다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의 논문을 같은 날 발표했다. 시기는 엇갈렸으나 화산 폭발이 대멸종에 영향을 줬다는 결론은 일치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화산 폭발 전에 이미 가스가 나오고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소행성 충돌 이후 화산 폭발이 일어났음에도 온도 상승과 같은 기후변화가 없었던 이후도 밝혀냈다. 헐 교수 연구팀은 “당시 대멸종으로 지구의 탄소순환이 크게 변화했다”며 “그 결과 바다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돼 화산의 기후변화 효과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멸종에 화산의 영향이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며 대멸종을 둘러싼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6600만 년 전 대멸종 당시 경계면이 뚜렷한 암석층에서 발견한 화석에서 소행성 충돌 이후 바닷물 산성화가 급격히 진행된 흔적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바닷물이 산성화하며 석회질 조류가 살아남지 못했고 바다 상층부의 생명체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소행성 충돌 전 암석층에선 산성화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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