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2020.01.18 06:00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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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계층 이동의 중요 수단이라고 이야기된다. 미국에서도 집안에서 처음으로 고등 교육과정을 밟는 사람들의 비율 사람들, 흔히 전체 대학생들 중 자기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의 비율을 계층 이동의 중요한 지표로 본다. 그런데 문제는 가족들 중·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학교 생활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이나 가족들의 지원, 마음의 여유 등에서도 차이가 있겠지만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등교육 첫 세대인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임포스터 신드롬(imposter syndrome), 즉 자신은 실력이 나빠서 이 곳에 있을 자격이 없으며 자신의 무능함을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더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성적으로 입학했더라도 이들 학생들은 학교가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분야들보다 특히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이라고 불리는 수학·과학·공학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려졌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캐닝 교수 연구팀은 약 800여명의 STEM 분야 수업을 듣는 대학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2주간 수업이 있는 날 얼마나 임포스터 신드롬을 보이는지 측정했다. 스마트폰이나 연구자들이 지급한 기기를 통해 “수업 시간에 내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실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걱정했다”같은 문항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물었다. 또한 학기말에 수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정도, 출석, 수강 철회에 대한 생각, 성적에 대해 물었다. 가정 경제 수준과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우선 수업이 많고 교수님이 인정사정 없으며 학생들끼리 경쟁이 심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임포스터 신드롬을 많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효과는 고등교육 첫 세대인 학생들에게 더 두드려졌다. 이들은 수업이 경쟁적이라고 느끼면 임포스터 신드롬을 더욱 크게 느끼며 자신은 다른 학우들에 비해 여러모로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수업에서 학생들 간 경쟁이 심하다고 느낄수록 수업 참여도가 떨어지고 출석도가 낮으며 수강을 철회할 생각을 자주 하며 성적이 낮은 편이었는데, 이런 현상 또한 고등교육 첫 세대인 학생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의 대학 입학시험 성적(SAT)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나타났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서울 변두리의 작은 동네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나서 고등학교를 시내에서 다니게 되었는데, 아는 사람 없이 혼자 온 나와 달리 이미 같은 지역의 좋은 학군, 같은 학원 출신이어서 부모님들끼리도 다 함께 친하던 아이들을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 아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과연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잔뜩 긴장하고 기죽었었던 거 같다. 학교 생활을 잘 해봐야겠다는 희망찬 생각보다는 가급적 튀지 말고 조용히 지내자는 생각을 했었다.

 
어렸을 때는 배경 상의 작은 차이도 크게 느껴져서 다른 아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을 쓸데없이 많이 하고 여기에 쓸데없이 휘둘리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한편으론 사회적 맥락을 읽는 기술 또는 눈치가 곧 중요한 생존 수완인 인간에게 이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요는 사람의 이상과 꿈은 생각보다 환경적, 맥락적 제약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있지만 내게는 없는 것, 사회에서 약점으로 인식되는 나의 특징들을 인식하는 순간 날개를 펴기보다는 두려움에 움츠러들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환경이 온화하기보다 전투적이고 경쟁적이어서 약점을 들키는 날엔 저 밑으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심할수록 그러할 것이다. 경쟁이 동기 부여가 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니 어서 나가라는 위협으로 다가오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참고자료

-Canning, E. A., LaCosse, J., Kroeper, K. M., & Murphy, M. C. (2019). Feeling like an imposter: The effect of perceived classroom competition on the daily psychological experiences of first-generation college student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94855061988203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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