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영감 주려 도전… 꿈-열정 좇는게 인생서 가장 중요”

2020.01.16 10:29

 

이민가정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중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인으로 선발된 조니 용 김 박사가 미국의 새로운 유인 우주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가해 우주인 후보생 훈련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NASA 제공
이민가정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중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인으로 선발된 조니 용 김 박사가 미국의 새로운 유인 우주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가해 우주인 후보생 훈련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NASA 제공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삶을 위해 우주인에 도전했습니다. 훈련 중에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동료들과 서로 믿고 기대며 극복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에 선발된 조니 용 김 박사(36)가 14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내 성과의 많은 부분은 한국계 미국인 이민자의 노력과 희생의 대가”라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게 해준 부모 세대의 희생과 사랑을 상징하고 대표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뷰 전날인 13일은 한인들이 미국에 이주한 지 꼭 117년이 되는 날이었다.

김 박사는 16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달과 화성을 탐사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수행할 11명의 미국인 우주 비행사 중 1명으로 선발됐다. NASA에서 부모가 모두 한국계인 우주인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지난 2년간의 고된 우주비행사 훈련 과정을 도전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미 최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인 그도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상당한 시련과 좌절을 겪었다고 했다. 특히 서부 유타주 ‘유타 캐니언랜즈’ 국립공원에서 참가한 야외 생존 리더십 프로그램(National Outdoor Leadership School)은 잊을 수 없는 고통의 순간으로 남아 있다. 깊은 바위틈을 건너고, 차갑고 탁한 물로 가득 찬 바위 협곡을 지나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 프로그램은 사막의 살인적 더위와 추위, 배고픔, 피로 등을 이겨내야 한다. 김 박사는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기만 한다면 동료들의 도움으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아내 등 가족의 격려 덕분에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1984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그는 2002년 샌타모니카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 해군 특수전 부대인 네이비실에 입대했다. 가족들은 강하게 반대했지만 그는 “네이비실에 대한 얘길 처음 들었을 때부터 ‘반드시 하고 싶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한국 어머니가 대학 대신 해군에 입대하겠다는 아들딸을 원하겠나. 하지만 이것은 나의 꿈이었고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네이비실 요원으로 두 차례 이라크에 파병됐다. 특수작전 의무병 등으로 100여 차례 전투에 참가해 은성 무공훈장과 동성 무공훈장을 받았다. 전쟁이 끝난 뒤 하버드대 의대 진학을 결심했다. 2006년 이라크 라마디에서 목격한 동료의 죽음이 계기였다.

“친한 동료가 얼굴에 총상을 입었다. 의무병으로서 능력의 한계와 무기력함을 느꼈다. 당시 동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던 야전병원 군의관의 모습이 자극이 됐다. 사람들을 돕고 세상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싶었다.”

2017년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에서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그는 다시 우주비행사 선발 과정에 도전했다. 그는 “NASA는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훌륭한 길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네이비실 요원, 의사, 우주비행사 등 미국인이 선망하는 직업을 모두 거친 그를 미 정계도 주목하고 있다. 집권 공화당 중진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텍사스주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에서 열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당신은 하버드대 의대 졸업장을 가진 네이비실 요원이어서 사람을 죽일 수도, 다시 살릴 수도 있다. 우주에서 그 두 가지 일을 다 해 달라”며 농담 섞인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 박사는 앞으로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의료, 조종 훈련 등을 받고 휴스턴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NASA는 2024년 달에 우주인을 다시 보낼 계획이다. 그가 달에 발을 디딜 수 있다면 무슨 일부터 하고 싶을까. 그는 “이 여정을 가능하게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부터 보낼 것”이라며 “우주비행사는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노력과 지지를 상징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우주인이 꿈인 청년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꿈과 열정을 좇는 일”이라며 “우주인이 되려는 열정을 경력과 일치시키고 그 꿈을 좇아라”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의 일에서 느끼는 행복은 삶의 가장 훌륭한 선물”이라며 “그것이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삶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박용 동아일보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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