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체온을 올리면 건강에 좋은걸까

2020.01.14 16:45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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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초가 되면 건강 습관에 관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신문에 실리곤 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동아일보’ 7일자 한 면을 전문가 10인의 제안으로 채웠다. 다들 좋은 말들이고 사실 익숙한 얘기이기도 하다. 

 

이날 저녁 이 가운데 하나인 ‘반신욕’이 떠올랐다. 반신욕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통증을 줄여줄 뿐 아니라 심부 온도(체온)를 높여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을 10배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신욕을 하기엔 번거로워 ‘꿩 대신 닭’으로 족욕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 좀 이상한 과학뉴스를 접했다. 지난 200년 사이 미국인의 체온이 0.6도 낮아졌다는 내용이다. 평소 온도에서 조금만 높아지거나 낮아져도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정도로 예민한 게 체온인데 평균값 자체가 0.6도나 낮아졌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불과 6~7세대 만에 평균 체온이 이만큼 바뀔 정도로 진화가 빠르게 일어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을 10배 올릴 수 있다’라는 반신욕 조언에 따르면 체온이 0.6도 떨어진 오늘날 미국인들은 200년 전 조상들보다 면역력이 꽤 낮아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면역력=10의 ΔT승’이라고 하면(필자가 만든 식으로 과학적 근거는 없다) 온도변화(ΔT)가 –0.6일 때 면역력은 0.25, 즉 4분의 1이 된다. 

 

미국인의 결과라 우리도 그런 경향을 보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지난 수십 년 동안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고 만일 진짜 그렇다면 현대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일 수도 있어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실린 논문을 읽어보기로 했다.

 

10년에 0.03도씩 낮아져

 

1851년 독일의 의사 칼 분더리히는 환자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겨드랑이 온도를 측정해 사람의 평균 체온이 37도이고 정상 범위가 36.2~37.5도라고 발표했다. 그 뒤 생리학 교과서들은 지금까지도 이 수치를 쓰고 있다. 

 

그러나 2017년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영국 환자 3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구강 온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값은 36.6도였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은 이 차이가 작지 않다고 보고 160여 년 전 분더리히의 측정이 정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검증해보기로 했다.

 

연구자들은 1860~1940년 남북전쟁 북군 퇴역군인의 건강검진 데이터베이스(2만3710명)와 1971~197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베이스(1만5301명), 2007~2017년 스탠퍼드대 데이터베이스(15만280명)의 체온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체온이 10년에 0.03도씩 낮아졌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분더리히의 측정이 틀리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다.

 

데이터를 얻은 시기는 100년이 넘게 차이가 나지만 각 그룹의 체온 데이터는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체온이 약간씩 떨어지고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높았다(참고로 퇴역군인 그룹은 모두 남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30세에 키 170㎝, 몸무게 70㎏인 백인 남성의 체온을 보면 퇴역군인 그룹이 37.03도, 영양조사 그룹이 36.83도, 스탠퍼드 그룹이 36.68도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같은 조건의 백인 여성은 영양조사 그룹이 36.86도, 스탠퍼드 그룹이 36.77도였다. 

 

체온 측정은 157년에 걸쳐 있지만, 체온을 잰 사람들의 나이는 197년에 걸쳐 있다(1800~1997년 출생). 연구자들은 나이에 따른 온도 변화 패턴으로 이들의 출생 무렵 평균 체온을 추정한 결과 1997년 태어난 남성이 1800년에 태어난 남성에 비해 체온이 0.59도 낮아졌고 1997년 태어난 여성이 1890년 태어난 여성에 비해 0.32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도 논문에서 기초대사율이 준 게 체온이 낮아진 주된 원인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기초대사율이 줄게 미국인이 진화한 건 아니라며 대신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해열제(소염진통제) 등 약물 덕분에 염증질환이 줄었다. 19세기만 해도 의학이 발전하지 않고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결핵, 매독, 치주염 등 각종 염증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 퇴역군인의 3.1%인 737명이 결핵을 앓고 있었고 이들의 평균 체온은 37.22도로 평균(37.02도)보다 0.2도 높았다.

다음으로 난방 시설의 차이다. 19세기만 해도 난방 시설이 부실해 인체는 주위로 뺏기는 열을 열생성을 통해 보충해야 했고 따라서 기초대사율이 높았다. 그러나 점점 난방이 좋아지면서(지구온난화도 기여했을까?) 열생성의 필요성이 덜해 기초대사율이 줄었고 그 결과 체온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10년에 0.03도씩 체온이 낮아지는 건 이런 환경변화에 대한 생리 적응이라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이 기간 동안 기대수명이 크게 는 게 체온이 낮아지는 추세와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를 담은 논문들을 언급했다. 

 

 

157년에 걸친 미국인의 체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년에 0.03도씩 체온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그래프로 왼쪽은 백인 남녀, 오른쪽은 흑인 남녀의 체온 변화 추세를 보여준다. ‘이라이프’ 제공
157년에 걸친 미국인의 체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년에 0.03도씩 체온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그래프로 왼쪽은 백인 남녀, 오른쪽은 흑인 남녀의 체온 변화 추세를 보여준다. ‘이라이프’ 제공

 

 

체온 낮아진 생쥐, 수명 3개월 늘어

 

반신욕 논리에 따르면 체온이 낮아지면 면역력이 떨어질 것이고 따라서 수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텐데 어떻게 수명이 늘어난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지난 200년 사이 기대수명이 크게 는 건 의료 발전과 환경(영양과 위생) 개선 덕분 아닐까. 2002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보자.

 

미 국립노화연구소 연구자들은 ‘볼티모어노화종적연구(BLSA)’의 체온 데이터에 주목했다. 1958년 시작된 이 연구는 자원자들의 온갖 생리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수집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연구자들은 25년에 걸친 데이터가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체온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생존율을 비교했다. 

 

반신욕 논리라면 체온이 높은 그룹이 면역력이 강하므로 생존율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있듯이 체온이 낮은 그룹이 25년 뒤 생존율이 더 높았다. 

 

2006년 역시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이 관계를 좀 더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자들은 체온조절중추인 뇌의 시상하부에서만 UCP-2 유전자가 발현되는 생쥐를 만들었다. UCP-2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분자인 ATP를 생산하는 대신 열을 발생하게 만든다. 그 결과 시상하부의 온도가 주위보다 약간 더 높다.

 

시상하부는 이를 바탕으로 적정 체온을 판단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변이 생쥐는 체온이 0.3~0.5도 낮아졌다. 그럼에도 섭식 행동이나 신체 활동은 일반 생쥐와 차이가 없었다. 다만 체온을 낮게 유지해도 되기 때문에 기초대사율이 낮아 몸무게는 더 나갔다. 그리고 수명이 평균 30개월로 일반 생쥐보다 3개월 더 길었다. 사람으로 치면 7~8년 더 산 셈이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200년 전 조상들보다 체온이 0.6도 낮아진 게 더 오래 사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런데 체온이 낮으면 왜 더 오래 살까.

 

한마디도 노화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체온을 1도 높이려면 대사량이 10~12.5% 늘어나야 한다. 그만큼 연료(포도당과 지방)를 더 태워야(세포호흡) 하고 따라서 활성산소를 비롯한 유해물질도 더 나와 세포가 손상되는 현상인 노화가 빨라진다. 그리고 노화는 사망의 제1 원인이다.

 

사실 기초대사율과 노화, 수명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체온이 올라가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건강 상식이 워낙 확고하게 자리 잡다 보니 필자조차 이런 기본 생화학을 망각하고 ‘면역력=10의 ΔT승’ 같은 식을 만들어 체온이 낮아진 현대인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체온과 면역력이 비례한다’는 건 어쨌든 사실 아닐까.

 

건강한 남성을 체온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25년에 걸친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체온이 낮은 그룹(Lower)이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대사율이 낮아 노화가 더디게 진행된 게 이유일 수 있다. 사이언스 제공
건강한 남성을 체온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25년에 걸친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체온이 낮은 그룹(Lower)이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대사율이 낮아 노화가 더디게 진행된 게 이유일 수 있다. 사이언스 제공

 

 

열은 면역계 깨우는 신호

 

동물 가운데 포유류와 조류만이 정온동물이다. 그런데 체온이 지나치게 높다. 양서류나 파충류를 보면 체온이 30도만 되도 활동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포유류는 37도 내외이고 조류는 40도에 육박한다. 체온을 1도 높이는데 대사율이 10% 높아진다고 해도 7~10도는 엄청난 낭비다. 

 

물론 대사가 활발하면 활동성(민첩성)이 커져 생존에 더 유리하겠지만 이게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변온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먹어야 살 수 있는 불리함을 넘어설 수 있을까. 게다가 노화를 재촉해 수명을 단축하면서까지 말이다.

 

지난 2010년 학술지 ‘엠바이오(mbio)’에는 포유류의 체온이 면역과 대사 비용의 타협의 결과라는 이론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 연구자들은 포유류가 변온동물에 비해 진균(곰팡이)에 감염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오늘날 양서류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항아리곰팡이에서 알 수 있듯이 변온동물이나 식물은 진균의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동물의 체온이 올라갈수록 이를 공격할 수 있는 진균의 종류가 급격히 줄어든다. 연구자들은 관련된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관계를 보여주는 수식을 만들었다. 여기에 체온에 따른 대사 비용을 산출하는 수식을 만들어 둘을 합친 식을 그래프로 표현했다. 그 결과 가성비가 높은 체온 구간은 35.9~37.7도였고 최적값은 36.7도였다. 10년 뒤 ‘이라이프’에 실린 논문에 나온 오늘날 미국인의 평균 체온이다!

 

만일 생태적 지위가 비슷하면서 온도만 꽤 낮게 진화한 종이 있다면 대사율이 낮아 먹이를 찾는 고생을 덜 해도 되고 노화가 늦게 진행돼 더 오래 살 수 있겠지만 대신 진균 감염으로 일찍 죽을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이 식에 따르면 체온이 다른 두 포유류가 경쟁할 경우 적합도가 낮은 저온 종이 도태될 것이다. 

 

참고로 조류의 체온이 포유류보다도 더 높은 건 대사 비용을 산출하는 수식의 계수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논문에서는 조류의 체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조류의 털은 단열 성능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거위 솜털 옷을 떠올려보라) 두 수식에서 적합도가 큰 온도 범위가 포유류보다 약간 더 높은 범위에서 형성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꽤 높은 체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병원체에 감염되면 인체는 열을 내 체온을 1~4도 더 올림으로써 위기에 대응한다. 체온이 올라가면 면역계가 비상상태임을 인식해 활성화된다. 체온을 1도 올리면 면역력이 10배 올라간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을 것이다.

 

감기나 몸살로 몸에 열이 났을 때 해열제를 먹는 건 오히려 치료를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실제 해열제를 복용한 독감 환자의 사망률이 5%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발열은 양날의 검으로 지속되면 몸에 큰 피해를 주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발열의 필요성’ 이론에 집착해 해열제 복용을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참고로 감염됐을 때 체온이 1~4도 오르는 건 감염 부위에서 발생한 신호물질을 감지한 체온조절중추가 설정온도 자체를 재설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이 체온을 정상온도로 낮추기 위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감기나 몸살로 열이 날 때 오히려 더 추위를 타는 이유다(주위 온도가 1~4도 더 낮게 느껴지므로).

 

이처럼 설정온도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체온을 1도 올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게 우리 몸이다. 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가 이런 시도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체온이 정상 범위(위아래로 1도 미만이다)를 벗어나는 순간 이를 되돌리기 위한(‘항상성’이라고 부른다) 생리 반응이 시작된다.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이유다. 

 

따라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10배 높아진다’는 말은 감염에 대응하는 발열 반응에 대한 설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평소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습관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체온을 1도 높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반신욕은 건강에 좋은 습관일 것이다. 특히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발이 찬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평소 체온이 평균보다 좀 낮게 나와 걱정이라면 위의 생존율 비교 그래프를 떠올리자. 갑상샘 저하증처럼 병이 원인이 아니라면 남들보다 천천히 늙고 따라서 장수할 가능성도 높은 체질이라는 말이니 오히려 좋은 일 아닐까.

 

운동으로 열이 생성되거나 반신욕으로 열이 공급되면 체온이 오르지만 뇌(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가 즉각 대응해 땀을 내는 등 생체 반응을 통해 체온을 정상 범위로 되돌린다. 체온조절중추의 설정온도를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체온을 1도 높일 수 없는 이유다. 위키피디아 제공
운동으로 열이 생성되거나 반신욕으로 열이 공급되면 체온이 오르지만 뇌(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가 즉각 대응해 땀을 내는 등 생체 반응을 통해 체온을 정상 범위로 되돌린다. 체온조절중추의 설정온도를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체온을 1도 높일 수 없는 이유다. 위키피디아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8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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