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사태 2년] 폐기물 처리방안 다 마련해놓고 정부 '멍하니'

2020.01.15 00:00
라돈 매트리스 사태 당시 당진항 야적장에 매트리스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라돈 매트리스' 사태 당시 당진항 야적장에 매트리스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방사성 물질인 라돈 기체가 나오는 침대가 발견되며 촉발된 ‘라돈침대 사태’가 발생한 지 햇수로 3년째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라돈 침대 악몽을 되살리며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폐기물 처리규정을 만들기로 한 기한을 두 차례나 지키지 못하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사이언스가 입수한 결함제품 폐기물 처리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소각 또는 매립으로 처리하기 위한 세부 규정까지 마련했음에도 이를 입법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라돈침대 사태가 발발한 이후 결함제품을 생산한 업체들은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거 명령에 따라 제품을 수거했다. 하지만 수거한 제품은 야적장 한켠에 처분하지 못한채 쌓여있다. 처리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함제품을 관리하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는 제조업자의 수거·폐기 조치 의무만 있을 뿐 폐기 방법 규정은 없다. 결함제품이 방사성폐기물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자 정부는 이를 방사성폐기물이 나리라고 보고 환경부가 처리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미 폐기안을 마련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9월 27일 작성한 ‘천연방사성제품폐기물 처리방안 법제화 계획안’에 따르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라 발생한 가공제품 폐기물은 ‘천연방사성제품폐기물’로 분류된다. 제품을 만든 사업자가 회수해 폐기할 경우 ‘지정폐기물’로, 사업자가 없다면 생활폐기물로 분류한다. 비닐로 포장해 지붕이 있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다른 폐기물과 구분해 격리 보관한다.

 

처리는 소각과 매립 두 가지 방안을 동시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처리 기준은 작업자와 인근 주민의 영향을 고려해 세워졌다. 작업자의 연간 피폭선량이 0.3mSv (밀리시버트)미만이 되도록 방진마스크와 보호안경, 장갑, 방진복을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

 

소각시설에서는 당일 총소각량의 15% 이내로, 연간 1000t 이하로 천연방사성제품폐기물을 소각하도록 했다. 원안위가 2018년 11월에 만든 ‘부적합 가공제품 폐기방안’에 따르면 소각재를 취급하는 작업자의 연간 방사선 피폭선량인 연간 0.3mSv를 고려하면 하루에 소각 가능한 양은 1270t이다. 여기에 소각재의 방사성 농도를 1g당 10베크렐(㏃·방사능의 단위) 이하로 관리하기 위해 일일 소각량의 15% 이내에서 소각하기로 한 안을 추가했다.

 

매립 방안은 한 매립시설에 최대 1200t까지 묻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매립시설이 포화될 경우 방사선 피폭선량을 연간 0.1mSv로 평가했을 때 매립 가능한 양은 1544t으로 평가됐다. 이를 토대로 안전을 고려해 1200t으로 결정했다.

 

이런 기준은 지난해 환경부가 용역을 맡겨 7월 마무리한 ‘천연방사성물질 함유 폐기물의 적정처리 방안 연구’에서 나왔다. 하지만 환경부는 관련 연구가 마무리됐음에도 6개월이 다 되도록 입법예고를 못하고 있다. 계획안에 따르면 환경부는 관계부처 사전 협의를 거친 후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를 하기로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원안위와 환경부는 2018년 9월 폐기 방안 세부 기준을 2018년 말까지 마련한다고 했으나 이후 지난해 7월까지 구체화하기로 한 차례 미뤘다. 이조차 지키지 못한 후에는 시기에 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폐기물들은 정부가 폐기안을 마련하기만 기다린 채 잠들어 있다. 원안위의 행정명령을 받아 업체가 수거한 제품의 수만 11만 9022개에 달한다.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음이온 물질이 처리된 소재를 분리해서 모은 폐기물량만 430t이다. 이 제품은 모두 제조업체가 각자 마련한 창고 한켠에 보관돼 처분을 기다리는 상태다. 가장 오래된 대진침대 폐기물은 처분을 기다린지만 1년 8개월째다. 인근 주민들의 근심도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는 업체와의 협의를 거쳐야 해 올해 하반기에나 입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각시설이나 업체에서 (폐기물을)받을 수 있는지 의향이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며 “소각업체나 매립업체와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환경부의 입법 과정이 끝나고서야 원안위 차원의 세부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정립이 되어야할 부분은 환경부에서 준비하고 있다"며 "일단 저희는 폐기물이 최종 처리되기 전까지 안전한 지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천연방사성 핵종 폐기물을 방사능 농도에 따라 구분해 매립이나 소각해 처분하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영국은 천연방사성핵종 폐기물에 대해 방사능 농도가 g당 5㏃ 이하면 보통 폐기물처럼 처분하도록 했다. 5~10㏃일 때는 안전성이 평가된 특정 매립장에 5000t까지 매립 가능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는 선량기준 연간 0.3mSv 이하이고 폐기물의 방사능 농도가 1g에 10㏃이면 규제에서 면제한다. 벨기에는 1g당 10㏃ 농도까지는 소각을 통해 처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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