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지금 결정 못하면 월성 2~4호기 모두 운영중단 사태"

2020.01.08 15:18
김경수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가운데)와 강문자 부회장(원자력연 방사성폐기물통합관리단장, 왼쪽), 윤종일 부회장(KAIST 교수)가 7일 서울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사용후핵연료 정책과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김경수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가운데)와 강문자 부회장(원자력연 방사성폐기물통합관리단장, 왼쪽), 윤종일 부회장(KAIST 교수)가 7일 서울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사용후핵연료 정책과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내년 말 포화에 이를 월성원자력발전소 부지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의 증설을 결정하는 데에는 기술만이 이슈가 아닙니다.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 언제 사용후핵연료를 빼낼 것인지 투명하게 제시하고 약속을 지켜야 하고, 지역사회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김경수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7일 서울 중구 서울역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원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맥스터를 증설하려면 당장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등 절차가 꼭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기술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원자력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분야 전문가 2500여 명과 50여 개 단체가 가입한 원자력 분야 국내 두 번째 규모의 전문가 단체다. 김 회장은 지질학을 전공한 뒤 1987년부터 30여 년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을 연구해 온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해 10월 말 회장에 선임됐다.

 

맥스터는 내년 말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설이 시급한 건식저장시설이다. 아직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승인이 나지 않아 증설이 미뤄지고 있다. 윤종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은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지된 월성 1호기 외에 2~4호기도 운영을 중단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모든 조건이 다 뒷받침돼도 건설에만 최소 19개월이 걸리니, 올해 초에는 어떻게든 증설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현재 운영 중인 1단계의 이력을 볼 때 안전 운영 기술은 확보됐다고 본다. 원안위의 최종 결정만 남았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이번 주 금요일 맥스터 승인을 안건으로 올려 둔 상태다.

 

방사성폐기물학회는 정책 결정이나 시설 운영을 담당하는 단체가 아니라 학술단체다. 김 회장은 학자이자 전문가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표적인 게 정부 기본계획상 처분방식인 심층처분방식을 한국적인 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다. 지하 500m 지점에 사용후핵연료를 묻어야 하는데, 이미 시도 중인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방식을 도입하면 6㎢  면적의 처분장이 필요하다.

 

김 회장은 “스웨덴은 인구밀도가 1㎢ 당 10명 이하니 가능하지만, 500명인 한국에서는 어불성설”이라며 “좁은 땅에서 효율적으로 국토를 활용하는 처분 기술은 과학기술인이 나서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산업통사자원부와 과기정통부, 원안위 등이 참여하는 다부처 사업인 ‘사용후핵연료 저장 처분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개발사업’이 지난해 말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됐고, ‘원전해체기술개발사업’이 올해 상반기에 예타 신청할 예정”이라며 “원전 사후관리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 기술개발로 국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하연구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려면 인허가를 위해 실증연구를 통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현재 원자력연 내부에 있는 국내 유일의 심도 120m 연구시설의 환경은 실제 심층처분 깊이인 500m와 매우 다르다. 처분연구 실증을 위해 조속히 지하연구시설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방사성 시설이고 연구용이라 입지 선정이나 건설에 큰 어려움이 없는 시설임에도 이 역시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지적했다. 

 

정부는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고속로(SFR) 등 재처리 및 차세대 원전 분야 연구가 올해 말 기술성과 핵비확산성, 경제성 평가를 거쳐 사업 중단 여부를 재점토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학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원자력발전을 하는 한 요소기술의 기초원천기술은 가지고 있는 게 원전 수출이나 안전에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미래 상황 변화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10년간 수천억 원을 들여 연구한 내용을 중단시키기보다는 연구실에서라도 유지시켜 기초원천 기술이 무너지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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