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임산부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들

2020.01.08 07:00
유튜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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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가 반듯이 누워서 자면 혈류를 방해해 태아가 못 자랄 수 있다.” “고양이를 키우면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유산 위험이 있다.” “임산부에게는 계단 오르기 운동이 가장 좋다.” “기형아, 암 발생 위험이 있으니 임신 중에는 고기를 끊어야 한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신부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다. 태아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특정 행동을 하지 말라거나, 특정 음식을 먹지 말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중 의학적으로 과연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실제 임신부가 주의해야 하는 행동과 음식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왼쪽으로 누우면 좋다... 편한 자세로 자라

 

임산부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 중 가장 흔히 나오는 얘기는 “천장을 바라보고 누운 반듯한 자세로 자면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태아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산부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 훨씬 좋다는 얘기는 의학적으로 어느 정도 맞는 얘기다. 하지만 반듯한 자세로 잔다고 해서 태아가 자라지 못한다는 얘기는 거짓이다. 

 

심장이 힘차게 뿜어낸 혈류는 대동맥을 타고 퍼져 모세혈관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한다. 조직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실은 혈류는 정맥을 타고 다시 몸 위쪽으로 올라온다. 이때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정맥인 하대정맥은 대동맥의 오른편에 있다. 

 

김문영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는 자궁이 점점 커지면서 하대정맥을 누를 수 밖에 없다”며 “자궁이 커지고 골반 위쪽으로 올라오는 임신 20주 이후에는 반듯하게 눕는 것보다는 왼쪽으로 눕거나, 오른쪽으로 돌아눕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만삭 임산부의 경우 반듯하게 눕고 싶다면 등에 베개를 놓고 비스듬히 눕거나 상체를 20도 정도 올려서 눕는 것이 혈액순환에 훨씬 좋다”며 “하지만 일간에 알려진 것처럼 특정 수면 자세가 혈류를 방해해 태아 성장까지 방해한다는 얘기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신을 했더라도 본인이 편한 자세로 자는 일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집고양이는 톡소포자충 감염 위험 거의 없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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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튜버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키우면 톡소포자충(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톡소포자충은 특히 고양이를 숙주로 삼는 기생충으로, 고양이 대변을 통해 알을 바깥으로 배출한다. 상추나 양배추 등 채소를 통해 사람이 이것을 먹으면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수 있다. 대개 감기 같은 증상을 보이지만 임산부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경우 기형아가 발생하거나 유산할 위험이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이나 미국, 호주에서는 특히 톡소포자충이 흔하다. 그래서 이들 국가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임산부에게 “상추 등 녹색 채소를 깨끗하게 씻어 먹으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비교적으로 국내에서는 톡소포자충이 흔하지 않다. 특히 애완고양이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2010년 국립보건원과 가톨릭대 연구팀이 대한기생충학열대의학회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 길고양이 72마리를 관찰한 결과 길고양이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비율은 38.9%였으나 가정에서 키우는 애완고양이 중에서는 한 마리도 감염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길고양이나 들고양이 등 야생동물과 자주 접촉하는 직업이라면 임신 동안 조심하는 게 좋겠지만, 예방접종을 시키고 집 안에서 키우는 애완고양이로부터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것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임산부에게 가장 좋은 운동은 수영, 걷기

 

유튜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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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기에 접어들면 임산부들의 활동이 비교적 편해진다. 태아가 안정기에 접어 들어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움직이기 좋기 때문이다.

 

어떤 유튜버는 임산부에게 좋은 운동과 나쁜 운동을 콕 짚어 말했다. “훌라후프와 러닝머신, 자전거 타기는 위험하고 제자리에 서서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무릎을 굽히는 운동(스쿼트)이나 계단 오르기가 좋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와 반대로 스쿼트와 계단 오르기가 임산부에게 좋지 않으며, 오히려 훌라후프와 러닝머신, 자전거 타기가 비교적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임신 말기에는 체중이 15kg 정도 불어나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릎관절에 부담이 많이 된다”며 “굳이 스쿼트나 계단 오르기처럼 무릎에 무리를 주는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산부에게 가장 좋은 운동으로 ‘수영’을 꼽았다. 그는 “수영은 물의 부력을 이용하므로 중력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무릎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며 “물속에서 걷는 것도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꼽은 좋은 운동은 ‘걷기’다. 김 교수는 “러닝머신을 이용하거나 평지에서 하루에 30분가량 살짝 땀이 나는 속도로 걷는 것이 좋다”며 “특히 식사 후 20~30분 정도 걸으면 혈당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단 오르기처럼 경사진 곳을 오르는 운동을 하고 싶다면 20~30도 경사진 낮은 언덕을 오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붉은 살코기 먹지 않으면 빈혈 위험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튜브에는 태아 건강을 위해 임산부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목록들이 자세히 나와 있다. 대개 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이 든 음료나 회, 육회 같은 날 음식, 참치처럼 중금속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커다란 생선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한 전문가는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는 “고기에는 단백질이 많아 태아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거나 “고기에 풍부한 콜레스테롤이 모체에 혈전을 생성해 혈류를 막아 태아에게 영양분을 전달하지 못한다”, “식물과 달리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거의 없어 기형아가 생길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신 동안 고기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권장한다. 김 교수는 “등심이나 삼겹살처럼 기름진 고기보다는 기름 없이 붉은 살코기를 육전 같은 조리법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며 “평소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은 고기 대신 콩이나 두유, 달걀노른자 등을 섭취해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산부가 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암이나 기형아가 발생한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이라며 “고기를 먹지 않으면 오히려 단백질과 철분이 부족해져 빈혈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단백질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철분 영양제를 잘 챙겨 먹어도 부족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태아가 모체로부터 많이 가져가는 영양분 중 하나가 철분”이라며 “철분은 체내에서 단백질에 감싸진 형태(적혈구)로 존재하므로, 철분과 단백질을 모두 잘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기와 채소 한쪽만 많이 먹을 게 아니라 모든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골고루 먹으라고 권장한다. 김 교수는 “일반 식단에서는 탄수화물이 60~70% 정도 차지하나, 임산부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40% 이내로 줄이고 단백질을 40%, 나머지는 식물성기름이나 오메가3을 포함한 해조류나 생선류 등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 감염 위험이 있는 날고기, 특히 간이나 천엽처럼 내장을 먹지 않아야 하고 식중독 위험이 있으니 회 등 날생선은 위생적인 곳에서 먹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또 “참치처럼 중금속 오염 위험이 있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이내 먹는 것이 좋고, 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 음료에 대해서는 하루에 한 잔 정도 마시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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