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화재] "모든 걸 태운 뒤 바다에 닿아야 멈출 것"

2020.01.07 11:00
호주 해군함정으로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이 인근해상을 통해 대피하고 있다. EPA/연합 제공
호주 해군함정으로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이 인근해상을 통해 대피하고 있다. EPA/연합 제공

지난해 11월 시작한 사상 최악의 화마가 호주 전역을 집어삼켰다. 호주 소방당국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만 400만헥타르(ha)의 대지가 불에 탔다. 이는 스위스의 국토면적에 맞먹는 수준으로 서울시 면적의 약 61배에 달한다. 뉴사우스웨일스와 맞닿은 빅토리아주에서도 미국 뉴욕 맨해튼 면적에 해당하는 6000헥타르가 불에 탔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숫자가 24명에 이르고 900채가 넘는 가옥이 불에 타는 등 호주는 현재 사상 최악의 화재를 겪고 있다. 


여기에 살인적 폭염까지 겹쳤다. 이달 4일(현지시간) 기준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섭씨 44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최고 기온이었던 1968년 섭씨 42.2도를 경신한 것이다. 시드니 서부의 팬리스는 이날 섭씨 48.9도를 기록했다. 이 역시 1939년 시드니 기온을 측정한 이래로 가장 높은 온도였다. 산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고온 현상으로 산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호주 소방당국은 5일 “우리가 겪은 사상 최악의 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악의 호주 화재와 살인적 폭염의 큰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본디 따듯하고 건조한 호주 기후에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 이어지며 호주에 화재와 폭염이 들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4일 영국 과학매체 피즈오아르지(phys.org)는 “유례없는 호주 화재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이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 깁스랜드 환경당국/시드니 AP 제공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이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 깁스랜드 환경당국/시드니 AP 제공

기후변화가 정말 화재의 요인인가


산불과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 모두 의심의 여지없이 기후변화가 호주 화재의 큰 요인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호주는 가장 뜨겁고 건조한 한 해를 보냈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기온이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평균과 비교해 섭씨 1.5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앤드류 왓킨스 호주 기상청 장기예보 책임자는 “최악의 화재 배경에는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 추세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 필드 미국 스탠퍼드대 우드환경연구소 펠로우는 “산불은 기후변화 영향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호주 정부가 발간한 ‘산불과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조차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호주 지역을 산불이 더 일어나기 쉬운 조건으로 만들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어떻게 기후변화가 산불을 더 악화시키는가

 

마이크 플래니건 캐나다 앨버타대 재생자원학과 교수는 불이 붙는 나무와 식물이 건조해질수록 불이 붙기 쉬우며 더 뜨겁게 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로) 불이 붙기 쉬운 나무와 식물들이 많아졌다”며 “그와 동시에 더 강렬하게 타기 때문에 산불 진화가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악순환도 계속된다. 강렬하게 솟아오른 불은 근처의 식물과 나무들을 건조하게 만들고, 옮겨 붙기 쉬운 환경을 계속적으로 만들게 된다.  

 

호주의 날씨도 영향을 미쳤다. 왓킨스 책임자는 “남극 대륙의 갑작스러운 성층권 온난화가 기후 조건을 바꿔 놓았다”며 “성층권 온난화는 고온 건조한 바람이 내륙에서 해안 쪽에서 계속 불게 했고 이는 해안 근처에 산불이 날 확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많은 호주 수목의 특징도 산불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유칼립투스는 기름 성분을 공기 중으로 흩날리는 특성이 있고 잎이 건조해 불이 붙기 쉽다. 

 

플래니건 교수는 “산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고 단정했다. 산불의 세기가 너무 강해 진화를 할 수 없고, 산불이 스스로 모든 것을 태우고 바다에 다다르기 전까진 막을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지금 무언가를 해도 불타오르고 있는 캠프파이어에 침을 뱉는 격”이라며 “산불을 피해 도망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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