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임무 중 혈전 발견된 우주인, 원격의료 치료 받고 무사귀환

2020.01.05 16:39
스테판 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근무 중이던 우주비행사의 혈관에서 발견된 혈전을 원격의료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제공
스테판 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근무 중이던 우주비행사의 혈관에서 발견된 혈전을 원격의료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제공

미국 의료진이 지상에서 400km 떨어진 우주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던 우주비행사 혈관에서 발견된 혈전을 원격의료를 통해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ISS에 머무는 우주비행사에게서 혈전을 발견한 것은 물론 무중력 상태에서 환자를 치료한 것도 처음이다. 

 

스테판 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혈액학과 교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ISS에 머무는 우주비행사의 목에서 발견된 혈전을 원격의료로 치료한 전 과정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이달 2일 공개했다. 의료진은 우주비행사의 개인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치료 시기 등 우주비행사를 특정할 민감한 정보는 논문에 공개하지 않았다. 

 

노스캐롤라이나대와 루이지애나주립대에 따르면 ISS의 한 우주비행사는 ISS에 거주한 지 2달이 지난 시점에 목 정맥에서 심부정맥 혈전증(DVT)을 발견했다. DVT는 오랜 기간 움직이지 않거나 외상, 과거 이력, 유전적 소인이나 비만 등 다양한 이유로 정맥 내에 혈전이 생기는 질환이다. 장거리 비행에서 좁은 좌석에 앉은 승객의 다리에서 주로 발생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혈전이 돌아다니다 폐동맥 내로 들어가면 폐색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

 

혈전은 우주비행사가 체액이 무중력에서 분배되는 원리에 관한 연구를 위해 목 초음파를 촬영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임무를 수행 중인 우주비행사에게서 혈전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DVT를 치료하는 방법도 ISS를 운영하는 미국과 러시아엔 확보돼 있지 않았다. 우주비행사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진 않았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NASA와 ISS는 정교한 원격의료 시스템과 지원팀을 갖추고 있다. NASA는 1964년 처음으로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원격의료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개발했다. 이 기술을 1970년대엔 미국 내 시골 환자 진료에 적용한 데 이어 1988년엔 2만5000명 이상 사망한 옛소련의 아르메니아 대지진 때도 활용했다. 다만 DVT를 치료한 경험이 없는 만큼 NASA는 정확한 치료를 위해 민간 전문가의 경험을 빌리기로 하고 혈전 전문가인 몰 교수에게 자문했다.

 

열렬한 NASA 지지자인 몰 교수는 즉각 자문에 응했다. 몰 교수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내 첫 반응은 NASA에게 내가 ISS에 방문해 환자를 볼 수 있냐고 질문한 것이었다”며 “NASA는 그렇게 빨리 우주에 보내주기는 힘들다고 답했고 우리는 평가와 치료 프로세스를 지구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구로부터 400km 떨어진 ISS에서의 원격의료를 통해 우주비행사는 DVT에서 완전히 회복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구로부터 400km 떨어진 ISS에서의 원격의료를 통해 우주비행사는 DVT에서 완전히 회복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NASA와 몰 교수는 토의를 거쳐 지구상에서 DVT 환자를 치료할 때 주로 쓰는 항응고제를 우주에서도 그대로 쓰기로 했다. 몰 교수는 “일반적으로 DVT 환자를 치료하는 프로토콜은 혈전이 커지는 걸 막고 다른 부분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3개월간 항응고제를 투여한다”며 “다만 항응고제를 복용하다 다치면 출혈을 멈추기 어려운 응급 상황이 생기는데, 우주엔 응급실이 없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했다”고 말했다. 응급 상황에는 항응고역전제를 처방해 항응고 상태를 해독할 수 있으나 ISS에는 이러한 약물은 없었다.

 

ISS에는 체류 중인 우주인을 위해 다양한 의약품이 상비돼있다. 다만 수량이 적은데다 강력한 항응고제는 없었다. 대신 수술 후 혈전을 막는 저분자 헤파린 약제 '에녹사파린' 300mg 20알이 전부였다. 몰 교수는 이를 감안해 에녹사파린을 초기 33일간은 몸무게 1㎏당 1.5㎎을, 이후에는 1㎏당 1㎎을 매일 한 번씩 주사하도록 처방했다. 치료 43일 차에는 보급용 화물 우주선을 통해 경구용 항응고제인 ‘아픽사반’이 전달됐다. 항응고역전제도 함께 전달됐다. 이후 우주비행사는 아픽사반을 몰 교수가 지시한 복용량에 따라 이틀에 한 번씩 먹었다.

 

모두 90일간 치료 과정에서 우주비행사는 혈전을 관찰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목에 초음파를 11번 수행했다. NASA의 원격 의료팀이 이를 도왔다. 몰 교수는 이 기간 내내 전자우편과 전화로 우주비행사의 원격의료를 실시했다. 몰 교수는 “우주비행사가 내 집에 전화를 걸었고 아내가 응답한 후 ‘스테판, 우주에서 전화가 왔어요’라며 전화를 건네주었다”며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나의 다른 보통 환자들처럼 말했다”며 “ISS가 시속 약 2만 8000㎞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음에도 독일에 있는 내 가족과 전화할 때보다 통화 품질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NASA와 몰 교수는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돌아오기 4일 전부터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시켰다. 지구로 귀환할 때 혹시나 모를 물리적 충돌로 인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는 다행히 지상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이후 6개월간의 추적 검사 결과 우주비행사의 혈관에서는 DVT와 관련한 어떠한 질병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무중력 상태에서 혈전을 치료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몰 교수는 NASA와 함께 혈액과 혈전이 우주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추가 연구할 예정이다. 몰 교수는 “DVT가 우주에서 흔한 병인지와 그렇다면 위험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ISS에 더 많은 약을 보관해야 할지와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우주비행사가 달과 화성에 가는 더 긴 기간의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면 더욱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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