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각으로 각잡힌 얼음, 만들어질땐 '삐뚤빼뚤'

2020.01.03 17:44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팀은 얼음이 얼 때 일시적으로 안정한 6각 고리 구조 대신 5각 고리 혹은 7각 고리까지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얼음의 중간은 모두 6각형으로 채워져 있으나 가장자리를 보면 5각형 혹은 7각형이 존재하는 것이 보인다. 조셉 프란시스코 제공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팀은 얼음이 얼 때 일시적으로 안정한 6각 고리 구조 대신 5각 고리 혹은 7각 고리까지도 만들어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얼음의 중간은 모두 6각형으로 채워져 있으나 가장자리를 보면 5각형 혹은 7각형이 존재하는 것이 보인다. 조셉 프란시스코 제공

겨울철 얼음은 어떤 식으로 얼까. 일반적으로 얼음은 아름다운 눈꽃 결정 속에서 엿볼 수 있듯 6각 고리 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팀이 지금까지의 학계 추측과 달리 얼음은 실제로 5각과 7각 등 불안한 고리 구조를 만들면서 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셉 프랜시스코 펜실베니아대 화학과 교수와 샤오 쳉 젱 미국 네브래스카대 화학부 교수, 리메이 후, 은게 왕, 잉 지앙 중국 북경대 양자물질국제센터 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물이 얼 때 기존에 알려진 물 분자가 6각형 고리 구조를 이루는 방식 외에 실제로는 다른 형태를 띤다는 연구결과를 이달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자연상의 얼음은 보통 물 분자 6개가 모여 6각형 고리 구조를 만들고, 이들이 모여 얼음이 된다.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두 개로 이뤄진 물 분자가 특정한 각도를 갖고 있어 분자가 모일 때 가장 안정한 구조인 6각형 구조를 만든다. 예를 들면 눈꽃의 결정을 현미경으로 보면 아름답고 다채로운 모습을 띠면서도 6방향으로 같은 모양의 6각 대칭 구조를 만드는데 이도 물 분자가 얼면서 6각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물이 얼며 2차원 형태를 만들 때는 탄소 원자가 벌집처럼 연결된 2차원 물질 ‘그래핀’과 같은 모양으로 형성된다. 이 구조는 물질의 가장자리 부분에서 육각형의 한 점이 들어갔다 나오는 ‘지그재그’ 형태 혹은 한 변이 들어갔다 나오는 ‘팔걸이의자(암체어)’ 형태를 띤다. 자연상의 얼음은 가장자리가 주로 지그재그 형태로 마무리 지어진다. 하지만 왜 이런 구조를 이루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차원 6각 고리 구조는 가장자리 부분에서 ′지그재그(파랑)′와 ′암체어(빨강)′ 구조를 만든다. 샌디에이고대 제공
2차원 6각 고리 구조는 가장자리 부분에서 '지그재그(파랑)'와 '암체어(빨강)' 구조를 만든다. 샌디에이고대 제공

연구팀은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2차원 얼음이 가장자리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시뮬레이션했다. 분자동역학은 원자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힘에 의한 상호작용과 에너지를 일일이 계산해 원자들이 스스로 어떻게 구조를 형성하는지 관찰하는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분석해보니 물 분자는 얼음 가장자리에서 6각형을 만들기 전 일시적으로 5각형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원으로 크기를 키워가면서 6각형을 만들기 전 5각형으로도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후에 다시 물 분자를 받아 6각형 형태로 변하면서 구조를 만들고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한다. 여기에 암체어 형태일 때도 끝부분에서 5각형을 일시적으로 만들며 얼음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그재그 형태가 아니더라도 얼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상의 결과가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중국 북경대의 고성능 원자힘현미경(AFM)을 활용했다. AFM은 분자 간 인력에 의해 떨리는 힘을 측정해 분자의 유무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분자 하나 크기까지 판별해내는 현미경이다. 이를 통해 관찰해보니 얼음 가장자리 부분에서 일시적으로 5각형 혹은 7각형 형태의 분자 고리가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자리의 49%는 지그재그, 42%는 암체어 구조였으나 9%는 5각형과 같은 다른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연구팀은 물이 어는 과정에 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물과 얼음의 화학 반응에 관한 기초적인 이해를 키울 뿐 아니라 얼음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차 유리의 성에나 항공기 표면의 얼음처럼 수증기가 바로 얼음이 되는 경우 얼음이 2차원 형태로 만들어진다. 프란시스코 교수는 “얼음으로 덮이면 작동하지 않는 풍력 터빈의 경우 얼음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물과 표면 간 상호작용을 이해한다면 얼음 제거가 더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프란시스코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성 방식과 전혀 다른 생성 방식”이라며 “2차원 얼음의 검증을 마쳤으니 3차원 얼음에 관한 연구가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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