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환 IBS 단장 "어려운 한 해 보낸 IBS…외국인 단장 불안 크다"

2020.01.03 16:16
대전 유성구 IBS 본원 전경. IBS 제공
대전 유성구 IBS 본원 전경. IBS 제공

예산 삭감과 고강도 감사 등 정부와 일부 과학계가 지난해 잇따라 ‘기초과학연구원(IBS)’ 흔들기에 나선 데 대해 현직 단장이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나섰다. 예산 삭감으로 박사후연구원 고용이 줄어 연구에 차질을 빚게 된 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커 안정적인 장기 연구를 하는 데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영입해 온 외국인 단장들이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택환 IBS 나노입자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IBS가 지난 한 해 (정부의 예산 삭감과 안팎의 거센 비판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연구단마다 짧은 시간에 ‘네이처’와 ‘사이언스’급 논문을 여러 편씩 내가며 세계 어디에서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정작 구성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다. 꾸준한 연구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현 단장은 나노 및 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국제 학술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매년 말 발표하는 논문 피인용 기준 최상위(상위 1%) 연구자에 2014~2019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IBS 출범 직후인 2012년부터부터 단장으로 활동해 왔으며, 올해 8년차를 맞아 연구단의 존립을 결정할 평가를 앞두고 있다.


현 단장은 이날 "그간 최고의 성과를 내온 만큼 평가에 다른 걱정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연구 외적인 면에서 불안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정부 예산이 15% 정도 급격히 줄어 박사후연구원을 10여 명 대거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기초연구에 필요한 고가 장비 구입과 학생 교육 등 예산을 쓸 곳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예산이 급격히 줄어드니 다른 방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현 단장의 나노입자연구단은 약 65억 원의 예산을 매년 지원 받고 있어서 이 예산을 한 명의 단장과 두 명의 부단장, 30여 명의 연구원과 직원, 80여 명의 학생들이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IBS 연구단 역시 평균 6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외부연구단의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외부연구단은 IBS의 연구단 유형 중 하나로, 4대 과학기술원이 아닌 일반 대학에 설치된 연구단이다. 서울대에 설치된 나노입자연구단도 외부연구단이다. 현 단장은 “외부연구단은 행정 절차 등 여러 규정을 연구단이 설치된 대학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난색을 표하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외부연구단도 IBS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많은 성과를 내 온 만큼 관리를 이유로 평가절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학 분야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이례적으로 IBS와 관련해 보도했다. 네이처 캡쳐
과학 분야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이례적으로 IBS와 관련해 보도했다. 네이처 캡쳐

그는 또 “특히 외국인 단장들이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과학계는 과학자의 출신지보다 소속된 기관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추세다. 외국인 연구단장팀의 성과는 국내 대학과 IBS의 성과다. 이들의 연구단에 속한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의 경험과, 국내 연구자들이 이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맺는 네트워크도 무시 못할 자산이다. 현 단장은 “이들은 당장에라도 세계 어느 연구기관에라도 갈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실력자들”이라며 “불안감에 갑자기 한국을 떠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네이처’가 낸 ‘한국의 노벨상 프로젝트가 힘든 해를 보내고 있다’는 기사를 낸 사실을 언급하며 “전세계 과학자들이 기사를 읽고 IBS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국 학자들이 과연 한국에 오려 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당시 네이처는 IBS를 대상으로 이뤄진 감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을 통해 일부 혐의가 공개된 일과 정부에 의해 예산이 삭감된 일 등을 전하며 “이런 일은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이 김두철 전 IBS 원장을 다그친 뒤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 김 전 원장의 말을 인용해 “감사에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 같다. 확정되지 않은 감사 결과가 언론에 흘러나간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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