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2019, 과학동아 선정 과학기술 10대 뉴스

2019.12.30 12:36

 

2019년 국내외 과학계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최초'와 '논란'이었다. 절대 관측할 수 없을 것 같던 블랙홀을 처음으로 관측했고, 인간이 만든 달 탐사선이 마침내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양자컴퓨터용 칩은 양자우월성(양자우위)을 처음으로 달성했다. '디자이너 베이비'는 유전자 교정 기술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고, 죽은 돼지의 뇌세포 부활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물학적인 정의를 곱씹게 했다. 과학동아는 동아사이언스 기자 29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올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은 뉴스를 선정했다. 

 

 

1. 블랙홀 그림자 최초 관측

 

블랙홀의 그림자. ETH 제공
블랙홀의 그림자. ETH 제공

국제협력 프로젝트인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팀은 전 세계 전파망원경 8기를 동원해 얻은 블랙홀의 그림자를 4월 10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A 은하의 중심에 위치한 블랙홀의 윤곽을 확인한 것입니다. 블랙홀의 그림자는 블랙홀 뒤에서 온 빛이나 주변에서 발생한 빛이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 휘어 둥글게 감기면서, 지름 약 1000억km의 약간 기울어진 고리 모양의 구조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확인된 블랙홀은 마치 달걀 속 노른자처럼 그림자 한가운데에 약 400억km의 크기로 담겨 있었습니다. 블랙홀 그림자 관측에는 한국 연구자 8명도 참여했습니다. 블랙홀의 그림자 영상이 공개되자 전 세계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과학계는 이번 관측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블랙홀이라는 ‘극단적 조건’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평가했습니다.

 

 

2. 디자이너 베이비가 촉발한 유전자 교정 기술 논란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 AFP/연합 제공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 AFP/연합 제공

올해만큼 유전자 교정 기술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던 해가 있었을까요. 2018년 11월 25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가 유전자를 교정한 아기를 출산하도록 돕는 연구를 수행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생명윤리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당시 허 교수는 에이즈 감염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CCR5’를 제거한 아기를 태어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전자 맞춤형 아기, 일명 ‘디자이너 베이비’는 생명윤리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이 유전자 교정 기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연구들이 발표됐습니다. 디자이너 베이비가 돌연변이 등으로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은 CCR5를 없애면 기억과 학습, 인지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6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팀은 조기 사망의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3. 中 '창어 4호' 달 뒷면 최초 착륙'

 

달의 뒷면에 내려앉은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4호의 모습이다. 중국은 10년 안에 유인 달 탐사 임무를 실현할 예정이다. 중국국가항천국 제공
달의 뒷면에 내려앉은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4호'의 모습이다. 중국은 10년 안에 유인 달 탐사 임무를 실현할 예정이다. 중국국가항천국 제공

2019년은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는 소식과 함께 산뜻하게 출발했습니다. 창어 4호는 1월 3일 달 남극의 대형 분화구인 폰 카르만 크레이터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달의 뒷면은 옛 소련이 달에 보낸 탐사선 ‘루나 3호’의 관측 영상을 통해서 1959년 처음 그 모습이 공개된 이후 다시는 인류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27.3일로 같아 지구에서는 항상 달의 앞면만 보이고, 달 뒷면에 탐사선을 보내면 지구와 직접 교신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통신 중계를 위해 오작교라는 뜻의 인공위성 ‘췌자오’를 쏘아 올려 이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창어 4호에 실린 로버 ‘위투 2’는 달의 뒷면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한편 올해 7월 20일은 인류가 최초로 달의 앞면에 착륙한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등은 2024년 다시 한 번 인류를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를 가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4. 구글, 양자우월성 최초 달성

 

구글이 양자컴퓨터로 기존 컴퓨터를 능가하는 연산 성능을 보이는 이른바 양자우월성을 달성했다는 논문을 정식 발표했다. 9월 중순부터 한 달 이상 지속돼 온 논란이 일단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AI 블로그 제공
구글이 양자컴퓨터로 기존 컴퓨터를 능가하는 연산 성능을 보이는 이른바 '양자우월성'을 달성했다는 논문을 정식 발표했다. 구글 AI 블로그 제공

올해가 양자컴퓨터 개발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던 그간의 전망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구글은 54큐비트로 구성된 양자컴퓨터용 칩 ‘시커모어(Sycamore)’가 특정 과제를 푸는 임무에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완전히 압도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10월 23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습니다. 특정 과제에 국한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의 성능을 넘어서는 ‘양자우월성(quantum supermacy, 양자우위)’을 처음 달성한 것입니다. 존 마르티니스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팀과 구글 인공지능(AI)퀀텀팀은 논문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로 푸는 데 1만 년 걸리는 난수 증명 과제를 3분 20초, 즉 200초 만에 시커모어가 풀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존 최고의 슈퍼컴퓨터는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서미트’로 연산속도가 148페타플롭스(PF)에 이릅니다. 1PF는 1초에 1000조 개의 계산을 수행하는 속도입니다. 연구팀은 시커모어의 성능에 대해 "이미 올해 봄 양자우월성을 달성했으며, 현재는 양자화학과 양자물리 등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5. 죽은 돼지의 뇌세포 부활

 

동아사이언스 DB 제공
동아사이언스 DB 제공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팀은 생물학적으로 죽은 지 약 4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 신경세포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된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돼지의 뇌세포에 특수 용액을 주입하자 뇌세포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뇌세포에서는 6시간 동안 활성 신호가 포착됐습니다. 비록 고차원적인 뇌 고유의 기능을 재생시키지는 못했지만, 한번 망가지면 재생할 수 없다고 알려진 신경세포를 살려냈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연구를 발전시키면 사지마비 환자의 신경세포를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연구는 죽음에 대한 생물학적인 정의도 곱씹어 보게 했습니다. 그간 생물의 삶과 죽음의 경계는 뇌 기능 상실과 신체 장기 순환능력 상실로 구분해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뇌세포의 부활을 삶과 죽음, 또는 그 경계 중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또 이미 죽은 뇌세포를 인위적으로 되살린다는 점에서 생명 윤리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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