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 술 안 취하고 빨리 깨는 방법은 없다

2019.12.29 17:53
유튜브 화면 캡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갖가지 비법들이 올라와 있다. 술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잘 취하지 않는 방법이나, 술에 취했더라도 재빨리 깨는 방법, 또는 건강을 지키면서 술을 마시는 방법들이다. 유튜브 화면 캡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술을 마실 때 물이나 우유,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으면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아져 술에 취하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술을 먹으면 주량이 늘어난다.", "취기가 오를 때 화장실을 여러 번 갔다 오면 빨리 깰 수 있다." 

 

연말연시 핑계로 술자리가 많아졌다. 술을 평소 좋아하는 사람들은 즐거운 기분 탓에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술에 취하지 않고 모임을 즐길 수 있을까 고민이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갖가지 비법들이 올라와 있다. 술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잘 취하지 않는 방법이나, 술에 취했더라도 재빨리 깨는 방법, 또는 건강을 지키면서 술을 마시는 방법들이다.

 

음주시 물 많이 마셔도 혈중알코올농도 낮아지지 않아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 비법으로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은 ‘술과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다. 음주 시 물을 많이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아져 술에 잘 취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술을 마신 양과 비례하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유튜브 화면 캡처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 비법으로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은 ‘술과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다. 음주 시 물을 많이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아져 술에 잘 취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술을 마신 양과 비례하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유튜브 화면 캡처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 비법으로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은 ‘술과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서 물을 많이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아져 술에 잘 취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원리로 일부 유튜브 영상에서는 “남들보다 아주 천천히 술을 마시면 알코올 분해와 알코올 주입이 함께 이뤄져 혈중알코올농도가 비교적 낮아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남이 나에게 한 잔을 주면 나는 두 잔을 권해 남들보다 한 잔씩 덜 마시라는 ‘얍삽한 노하우’를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과 아이스크림, 술 마시는 속도가 혈중알코올농도를 낮추지는 못한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는 양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가 증가하는 것이므로 다른 것과 함께 마신다고 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아지지는 않는다”며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것도 혈중알코올농도가 천천히 증가해 금방 취하지는 않겠지만,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결국 몸에 끼치는 영향은 같다”고 말했다. 

 

몇몇 유튜버는 술에 탄산음료나 이온음료, 주스 등을 섞어 마시기를 권한다. 음료의 양에 비해 실질적인 알코올의 양이 적어 술에 늦게 취하고 건강에도 덜 해롭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도 과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탄산음료나 이온음료는 체내에서 흡수가 빨라 알코올을 함께 빠르게 흡수시키면서 술에 더 잘 취하게 만들 수 있다.

 

김 교수는 “주스나 요구르트 등을 섞은 술은 달착지근해서 입맛을 더욱 당기고 오히려 술을 더 취하게 만든다”며 “뇌에 탄수화물을 선호하는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맥주와 소주, 양주와 맥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을 섞은 폭탄주를 마시면 서로 상승효과를 내면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더욱 증가한다”고 말했다.
 
어떤 영상에서는 우유나 달걀프라이, 고기나 감자튀김처럼 고단백 또는 고지방식품으로 된 안주를 많이 먹으면 술에 천천히 취한다고 나온다. 김 교수는 “술이 위에 들어갔을 때 다른 음식물이 거의 없으면 바로 소장으로 이동하는데, 소장은 위보다 표면적이 훨씬 크기 때문에 흡수가 더 빨리 된다”며 “그래서 음주 전이나 음주 중에 안주를 먹으면 평소보다 술에 천천히 취한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유는 술과 마찬가지로 물 성분이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가장 좋은 것은 밥이나 고기처럼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식사가 낫다”며  “그렇다고 해서 식사 후 폭음을 해도 위염이나 위궤양, 알코올중독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이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술을 단번에 빨리 깨는 방법은 절대 없다

 

한 유튜버는 술을 마실 때 커피나 녹차처럼 이뇨작용을 유발하는 음료를 함께 마시면 알코올 성분이 소변으로 다 빠져나가 술에 덜 취하고, 취기가 올랐더라도 더 빨리 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이뇨작용은 체내에서 수분이 나가는 것으로 술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체내에 남아 있는 알코올 성분이 많아져 취기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유튜버는 “술은 많이 마실수록 술 실력이 는다”며 “반주 등 매일 술을 조금씩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음주 능력이 늘면서 술에 덜 취하게 된다”고 권장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술을 평소 많이 마시면 체내 술에 대한 저항력이 커지면서 주량이 느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한다”며 “하지만 결국 술에 취하게 되고, 주량이 늘었다는 생각에 원래보다 폭음하면서 건강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학계에 보고된 몇몇 연구 결과를 보면 콩나물에 많이 들어 있는 아스파르트산이 간에서 일어나는 해독작용을 도와 술을 깨도록 돕는다는 내용이 있다”며 “그래도 콩나물국이나 콩나물무침 등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술이 갑자기 확 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들도 결국 생화학적으로 해독을 도울 뿐이지, 알코올을 몸 밖으로 단번에 배출시키거나 사라지게 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콩나물뿐만 아니라 조개류에 풍부한 타우린, 북어에 많은 메티오닌 등 아미노산, 무에 많이 든 베타인 등이 술을 빨리 깨게 하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마찬가지로 간의 작용을 돕는 정도다. 술 깨는 음료로 유명한 ‘여○8○○’등도 역시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 성분들이 풍부하게 들었을 뿐 단번에 술을 깨우지는 못한다. 간에서 알코올을 해독하는 데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WHO 권장 음주량은 하루 맥주 한 잔 또는 소주 두 잔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렇다면 술에 취하지 않거나, 취기가 올랐을 때 술을 빨리 깰 수 있는 ‘의학적으로 판명된 방법’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절대 없다”며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도 연말연시 모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적정한 음주량’을 소개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사회적인 음주량은 하루에 소주 약 두 어잔 또는 맥주 한 캔 정도”라며 “매일 이렇게 마시라는 얘기가 아니라, 음주 시 이 이상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양의 두 배 이상을 매일 마시면 문제음주나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음주는 지나친 폭음으로 인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음주 형태를 말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뇌 자체가 변화해 술을 끊기 어려운 알코올 중독증이 될 위험이 있다. 

 

김 교수는 “밤새 술을 마셔놓고 아침에 일어나서 ‘해장술’을 찾는다거나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친 적이 많다거나,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는 ‘필름이 끊어지는’ 일이 잦다면 문제음주 또는 알코올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며 “자기 의지로 주량을 조절하기 힘들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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