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의 미래병원] 바이오 인공장기 시대가 온다

2019.12.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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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베이징줄기세포생식연구소 연구팀이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넣고, 엄마 돼지에게 이식시켜 '키메라 돼지'를 탄생시켰다. 중국베이징줄기세포생식연구소 제공

중국 과학자들이 최근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돼지에게 넣어 '키메라' 돼지 두 마리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키메라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나오는 괴물로 양의 몸통에 사자 머리, 뱀 꼬리가 달렸다. 과학계에서는 한 종의 유전자 등을 다른 종에게 주입해 변형시킨 것을 키메라라고 부른다. 

 

이런 엽기적인 실험의 궁극적인 이유는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사람의 장기를 동물을 이용해 키우기 위해서다. 물론 아직은 초기단계라 당장 이식할 수 있는 사람 장기를 '생산'할 수는 없다. 

 

만성질환이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팔다리나 심장, 간, 장, 폐, 신장 등 내장,  안구와 골수, 말초혈 등 인체조직이 손상되거나 사라진 환자들에게는 장기 이식만이 희망이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통계를 보면 2019년 현재 국내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4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식할 장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환자는 1910명으로 하루에 5.2명 꼴이다. 게다가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만성질환 환자가 증가해 장기이식 대기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사람은 뇌혈관질환, 교통사고 등을 겪은 뇌사자, 사망자, 살아 있는 가족 중에서 환자와 혈액형이 같고 본인이나 가족의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있다. 다른 동물의 장기(이종장기)를 이용하거나 인간의 줄기세포를 동물에게 넣어 키우는 키메라 장기, 줄기세포를 쌓아 장기를 구현하는 오가노이드 등이다. 

 

실현 가능성 가장 큰 건 돼지 장기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것은 동물에게서 얻은 이종장기다. 인간이 아닌 동물로부터 세포와 조직, 체액,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해 꺼낸 것이다. 가장 주목받는 동물은 미니돼지다. 사람과 유전적으로 다른 동물에 비해 비슷하고 일반 돼지보다 몸집이 작아, 체중이나 장기의 크기, 형태가 사람의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과 돼지가 서로 종이 달라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체내에서 돼지의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1990년대 과학자들은 돼지 세포의 표면에 '알파 갈락토오스'라는 당이 붙어 있어 사람 몸속에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과학자들은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세포 표면에 알파 갈락토오스가 나타나지 않는 이종장기용 무균 돼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돼지의 장기를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동물실험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이 돼지의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1년 이상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 독일 뮌헨대와 스웨덴 스카네의대 공동연구팀이 돼지 심장을 개코원숭이에게 이식하고 195일간 생존시켰다. 

 

국내에서도 돼지 장기를 이식하는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이 활발하다. 2017년 5월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돼지 심장 외박을 이용해 개발한 인공심장 판막을 환자 10명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에 성공했고,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6월 건국대 연구팀은 돼지의 각막을 원숭이 8마리에게 이식해 정상 시력을 최소 6개월, 한 마리는 1년 이상 유지시켰다.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에서는 지난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 미니돼지의 췌도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인간 만능유도줄기세포 키워 만든 인공장기

중국베이징줄기세포생식연구소 연구팀이 키메라 돼지를 만든 방법.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넣고, 엄마 돼지에게 이식해 탄생시켰다. 프로테인&셀 제공
중국베이징줄기세포생식연구소 연구팀이 키메라 돼지를 만든 방법.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넣고, 엄마 돼지에게 이식해 탄생시켰다. 프로테인&셀 제공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앞서 소개한 키메라 장기다. 중국베이징줄기세포생식연구소 연구팀은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돼지 배아에 넣고, 엄마 돼지에게 이식해 탄생시켰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로테인&셀' 11월 28일자에 실렸다. 

 

과거에는 이런 실험이 윤리적, 법적으로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인간의 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킨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다른 척추동물의 배아 초기 단계(낭배형성 전)에 넣는 실험을 허가하면서, 연구가 활발해졌다. 지난 7월 히로미츠 나카우치 일본 도쿄대 줄기세포연구소 교수팀은 iPSC를 쥐 배아에 넣어 키메라 배아를 만들고, 현재 인간 췌장을 키우고 있다. 췌장이 완성되면 대리 동물에게 이식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물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전히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인간의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층층이 쌓아 배양해, 혈관과 조직을 분화시켜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환자의 조직을 이용해 3D 프린터로 '미니 심장'을 만들었다. 조직에서 세포를 추출해 iPSC로 역분화시킨 것과, 나머지 중 콜라겐 단백질 등을 추출해 만든 바이오잉크로 심장을 3차원으로 출력한 것이다. 3D 프린터로 인간의 장기를 찍어낸 것은 최초다. 

 

아직은 토끼 심장만 한 크기지만 같은 기술을 이용하면 실제 사람 심장만 한 크기로도 만들 수 있다. 또 환자의 조직에서 유래한 바이오잉크로 찍어내 환자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거부반응도 거의 없다. 심장 근육과 혈관을 따로따로 만들어 실제 심장처럼 수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수축-이완을 번갈아 하는 것이 힘들어 혈액을 펌프질하는 것은 어렵다. 연구팀은 3D 프린팅한 심장을 실제 심장처럼 기능시키는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지난 11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이 혈액세포를 역분화시킨 iPSC를 이용해 인공간을 3D 프린팅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기존에 간세포를 쌓는 방식으로 3D 프린팅한 인공 간보다 오랫동안 간세포의 특징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바이오가공' 11월 27일자에 발표했다. 

 

학계에서는 현재 이렇게 여러 방식으로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인공장기를 환자에게 이식했을 때 장기가 제 기능을 해야 하고, 면역거부반응 등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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