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N사피엔스]뉴턴이 있으라 하시매

2019.12.26 14:00
아이작 뉴턴이 1687년에 출판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표지.
아이작 뉴턴이 1687년에 출판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표지.

아이작 뉴턴의 생일로 알려진 1643년 1월4일은 새 달력인 그레고리력 날짜이다. 당시에 영국에서는 아직도 옛 달력인 율리우스력을 썼다. 그레고리력이 처음 시행된 것은 1582년이었고 영국에서는 1752년 도입했다. 그레고리력과 율리우스력은 열흘 차이가 난다. 뉴턴의 생일은 당시 영국에서 쓰던 율리우스력으로 계산하면 1642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이다. 저명한 천문학자이자 과학다큐 리메이크작 '코스모스' 진행자로 유명한 닐 타이슨이 2014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트위터에 이런 포스팅을 올렸다.


“오래 전 오늘 한 아이가 태어나 나이 서른에 세상을 뒤바꾸었습니다. 생일 축하해요, 아이작 뉴턴, 1642년 12월25일.” 이 글을 본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은 신성모독이라며 타이슨을 공격했다. 타이슨은 오히려 그 점을 의도했을지도 모르겠다. 

 

뉴턴은 영국 중동부 링컨셔 주의 울즈소프 장원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뉴턴이 태어나기 3개월 전에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 충격으로 뉴턴의 생모인 한나는 조산했다. 뉴턴이 세 살일 때 한나는 아들을 친정어머니에 맡기고 30년 정도 연상의 목사와 재혼했다. 어린 시절 뉴턴의 삶이 어땠을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평생 내성적이고 자폐적이었던 그의 성격은 이런 유년기 시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나는 뉴턴이 농장일을 하길 바랐지만 뉴턴의 적성에는 맞지 않았다. 그를 해방시켜준 사람은 외삼촌과 학교 교장선생님이었다. 이들은 한나를 설득해 뉴턴을 캠브리지에 입학시켰다. 당시 미망인으로 돈이 꽤 많았던 한나가 뉴턴에게는 큰돈을 쓰지 않아 뉴턴은 캠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생활했다.


뉴턴이 다시 울즈소프로 돌아온 것은 1665년이었다. 그때 런던에 페스트가 창궐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대학들은 학교를 폐쇄하고 휴교에 들어갔다. 뉴턴은 1666년까지 시골집에 머물렀다. 이 짧은 시기가 뉴턴에게는 인생 최대의 황금기였다. 운동법칙, 중력, 미적분 등 그의 중요한 학문적 업적이 이 시기에 완성되었다. 그래서 1666년을 뉴턴의 ‘기적의 해’라 부른다. 울즈소프에 머무는 동안에는 노트 등으로만 정리돼 있던 것을 책자의 형태로 1687년에 출판한 것이 바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이다. 이 책은 ‘원리’에 해당하는 라틴어 ‘프린키피아(Principia)'만 따서 《프린키피아》로 더 많이 불린다.

 

《프린키피아》는 총 3권으로 라틴어로 쓰여 있다. 대수적이라기보다 기하학적으로 논증해 나가는 방식이다. 제1권은 《물체들의 움직임》, 제2권은 《저항이 있는 공간에서의 물체들의 움직임》
, 제3권은 《태양계의 구조》이다. 제1권의 첫 시작을 개념정의로부터 시작하는 점이 흥미롭다. 뉴턴의 처음을 정의한 개념은 질량이다.

 

“물체의 질량이란 밀도와 부피를 곱한 것이다.” 

 

이후 운동량(속도와 질량의 곱)과 관성물체 고유의 저항하는 힘) 등을 계속 정의한다. 정의 다음에는 ‘공리, 즉 운동법칙’이 나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 개의 운동법칙이 차례로 등장한다. 제1법칙은 관성의 법칙으로,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모든 물체는 원래의 운동 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제2법칙은 힘의 법칙으로, 물체에 가해진 힘은 그 물체의 운동량의 시간에 따른 변화와 같다. 마지막 제3법칙은 작용·반작용의 법칙으로, 힘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쌍으로 작용한다. 제2법칙을 조금 변형하면 그 유명한 F=ma라는 결과를 얻는다. 


이어지는 1장에서는 미적분의 기본개념을 다룬다. 무한의 개념이 수학에서 엄밀하게 정의되고 다뤄지려면 19세기까지 가야 한다. 뉴턴은 이미 《프린키피아》 1권 1장에서 무한소의 개념을 써서 무한히 작은 두 양의 비율이 유의미한 값을 가짐을 논증했다. 2장에서는 구심력을 다룬다. 케플러 제2법칙, 즉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을 기하학적으로 재해석해 구심력과 결부시킨 정리도 초반에 나온다. 2장이 일종의 워밍업이라면 3장이 본 게임이다. 3장의 첫째 법칙은 타원을 따라 움직이는 물체에 타원의 초점을 향하는 구심력이 작용할 때 그 구심력의 크기가 물체의 위치와 초점을 잇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칙을 케플러의 제1법칙에 적용해 보자. 케플러에 따르면 행성은 태양을 하나의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그렇다면 행성과 태양 사이에는 그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핵심이 되는 역제곱의 법칙이다. 나아가 뉴턴은 구심력이 역제곱일 때 물체의 운동이 타원이나 포물선, 쌍곡선 같은 원뿔곡선임을 증명한다. 또한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과 조화의 법칙도 유도해 낸다. 


일화에 따르면 바로 이 내용이 《프린키피아》를 쓴 직접적인 이유였다. 핼리 혜성으로 유명 한 에드문드 핼리가 어느 날 뉴턴에게 태양과 행성 사이에 역제곱의 법칙이 작용할 때 행성이 어떤 운동을 하는지 물었다. 뉴턴은 심드렁하게 행성은 당연히 타원궤도를 돈다고 대답했다. 핼리는 뉴턴에게 그렇게만 말하면 자기 같은 사람은 못 알아들으니까 왜 그런지를 좀 풀어서 책으로 정리해 달라고 했다 한다. 워낙 내성적이고 논란에 휩싸이기 싫어했던 뉴턴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책을 쓰기 시작했다. 

생전 아이작 뉴턴의 초상화. 미의회도서관 제공
생전 아이작 뉴턴의 초상화. 미의회도서관 제공

뉴턴의 운동법칙이나 만유인력의 법칙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가장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대목이 F=ma이다. 아무리 물리학이 싫더라도 F=ma 정도는 모두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F는 힘(force)이고 m은 질량(mass), a는 가속도(acceleration)이다. 이 식을 이해하려면 우선 가속도의 개념을 잘 알아야 한다. 가속도는 말 그대로 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양이다. 속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자동차 계기판에도 속도눈금이 있고 KTX 덕분에 시속 300km가 어느 정도인지 모두 몸으로 잘 느낄 수 있다. 속도는 시간에 따른 위치의 변화량이다. 대략 말하자면 위치의 변화량을 그 변화에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된다. 시속 300km라고 하면 한 시간에 300km를 달리는 정도이다. 이것을 기호로 300km/h라 쓸 수 있다. h는 시간(hour)이고 '/'는 나눗셈을 뜻한다. '/h'는 시간으로 나누었다는 뜻, 따라서 ‘단위시간당’이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는 한 시간에 300km를 간다는 뜻이다.

 
가속도는 시간에 따른 속도의 변화량이다. 즉 시간에 따라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느냐 느려지느냐를 따지는 양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가속도는 중력가속도이다. 중력가속도는 지표면 위의 모든 물체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가속도로 그 값은 9.8m/sec2이다. 물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m/sec2이라는 단위가 아주 낯설고 무섭게 느껴질 것이다. 물리를 배웠어도 별 생각 없이 외우기만 했던 분들(나를 포함해서)은 가속도의 단위는 원래 이라고 외워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단위의 본질적인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게 바로 ‘주입식’ 교육의 폐해이다.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기호를 그냥 외워야 한다면 관심과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9.8m/sec2은 (9.8m/sec)/sec로 쓰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속도의 경우에 빗대어 이 ‘암호’를 해독해 보자면, 매초 9.8m만큼의 속도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공을 들고 있다가 가만히 놓으면 1초 뒤에 이 공이 땅으로 떨어지는 속도 초당 9.8m이다. 2초가 지나면 속도는 두 배로 빨라진다. 3초가 지나면? 당연히 3배로 빨라진다. 속도가 변한다, 즉 가속도가 있다는 말은 이런 의미이다. 

 

이제 F=ma를 다시 생각해 보자. 질량 m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면 힘(F)과 가속도(a)가 비례한다. 즉, 물체에 힘이 작용하면 속도가 변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관과 아주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물체에 힘이 작용해야 운동이 가능하다.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속도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관에서는 힘이 가속도가 아니라 속도에 비례한다. 이걸 수식으로 표현하자면 F~υ이다. 여기서 '~'는 비례한다는 뜻이고 는 물체의 속도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의 결정적인 차이는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을 때(F=0)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관에서는 F=0 이면 v=0, 즉 속도가 없다. 이는 물체에 접촉기동자가 작동하지 않으면 물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과 일치한다. 속도(v)가 0이 아니라면 반드시 힘이 있어야 한다. 


반면 뉴턴의 운동법칙에서는 F=0 일 때 a=0, 즉 가속도가 0이다. 가속도는 속도의 시간에 따른 변화이니까 속도의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원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정지해 있던 물체(v=0)는 계속 정지해 있고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는 관성의 법칙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까 뉴턴의 운동 제1법칙은 제2법칙의 특수한 경우이다. 

 

F=ma는 질량에 대해서도 중요한 말을 하고 있다. 먼저 좌변의 힘(F)이 일정하다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질량 m이 커질수록 가속도 a는 작아진다. 풀어서 말하자면 질량이 큰 물체는 외부에서 일정한 힘을 가했을 때 속도의 변화가 적다는 뜻이다. 이는 직관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카메라는 손에 들기에 조금 묵직한 것이 좋다. 왜냐하면 손 떨림이라는 외부의 힘이 작용해도 질량이 클수록 카메라가 덜 움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손 떨림 보정기능들이 다 들어 있기는 하다. 야구에서 포수가 3루 주자의 홈 쇄도를 블로킹으로 저지할 때 주자의 몸무게가 클수록 저지하기 더 힘들 것이다. 질량이 클수록 같은 힘으로는 속도의 변화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질량이란 외부의 힘으로부터 물체의 속도 변화를 저지하려는 물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질량과 가속도, 힘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늘 그렇게 쉽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썰매종목은 동계스포츠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가 되었다. 겨울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는 썰매종목을 설명하면서 선수들이 체중을 늘리는 모습을 흥미롭게 보도한다. 그러면서 항상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가속도가 커진다.”는 해설을 덧붙인다. 지난 평창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에서도 흔히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잘 붙는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런데, 가속도가 크다는 말은 단위시간당 속도의 변화가 크다는 말이다. 


무거운 물체의 가속도가 가벼운 물체의 가속도보다 크면 어떻게 될까? 다시 갈릴레오 시절로 돌아가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를 동시에 떨어드려 보자.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무거운 물체는 가속도가 크니까 1초가 지났을 때의 속도가 가벼운 물체의 속도보다 더 크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 결과는? 무거운 물체가 더 빨리 떨어진다! 그러니까,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가속도가 더 커진다는 말은 400년 전의 갈릴레오를 부정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체중이 클수록 썰매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경험적으로 또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저항력 때문이다. 썰매가 경사면을 내려갈 때에는 여러 저항력을 받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공기의 저항이 있다. 공기의 저항력은 썰매의 진행방향의 단면적이나 생김새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같은 모양의 썰매라면 질량이 클수록 공기의 저항을 극복하기 쉬울 것이다. 왜냐하면 질량이 클수록 속도를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수의 블로킹을 뚫고 홈으로 쇄도하는 3루 주자의 경우와 똑같다. 


물론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썰매에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유효 가속도를 생각해 보면 썰매와 탑승자의 질량이 클수록 유효 가속도가 클 것이다. 하지만 일반론적으로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크다고 말하면 갈릴레오와 뉴턴을 부정하게 된다. 


이쯤 되면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는 왜 동시에 떨어질까 라는 질문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좀 넓게 보자면 이 자유낙하의 문제는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을 거쳐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고자료

1. 제임스 글릭 《아이작 뉴턴》(김동광 옮김), 승산.
2. 아이작 뉴턴 《프린키피아 제1권 물체들의 움직임》(이무현 옮김), 교우사.
3. 아이작 뉴턴 《프린키피아 제2권 물체들의 움직임(저항이 있는 공간)》(이무현 옮김), 교우사.
4. 아이작 뉴턴 《프린키피아 제3권 태양계의 구조》(이무현 옮김), 교우사.
5. 제임스 글릭 《아이작 뉴턴》(김동광 옮김), 승산.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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