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영구정지’ 의결…감사원 감사·수명연장 취소 소송 변수(종합)

2019.12.24 16:35
월성 1호기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월성 1호기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4일 격론 끝에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의결했다. 하지만 경제성 평가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원안위에 요청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 원안위에서 의결됐다는 점에 논란의 여지가 남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월성 1호기 설계수명 만료에서 수명연장, 소송까지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상업운전 개시 30년만에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이 중단됐다. 설계수명 만료 전 한수원은 운전기간을 10년 연장에 대해 경제성을 검토하고 2009년 12월 원안위에 계속운전 심사를 신청했다. 

 

원안위는 2015년 1월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 심의를 시작해 2015년 2월 26일 월성1호기 계속운전을 표결로 허가했다. 표결로 10년간 계속운전이 허용된 원자력발전소가 다시 표결로 영구정지 결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원안위의 표결 의결로 계속운전이 결정된 월성 1호기에 대해 2015년 5월 2167명으로 구성된 국민소송인단이 ‘수명연장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법원은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수명연장 처분 취소 판결을 내며 국민소송인단의 손을 들었지만 원안위와 한수원이 1심 판결에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기일은 2020년 2월 14일 열릴 예정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수원은 2018년 6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조기폐쇄를 결정하고 이듬해인 올해 2월 28일 원안위에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영구정지)안을 신청했다. 10월과 11월 두 번의 원안위 회의에서 보류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은 이날 결국 표결 처리로 가결됐다. 

 

이날 원안위의 의결로 현재 건설중이거나 건설된 원전 30기 중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가 영구정지 결정됐다. 4기의 원전은 건설중이며 총 24기의 원전이 운영된다. 

 

감사원의 한수원 감사·국민소송인단 소송이 변수 될까

이달 22일 제 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월성 1호기 폐쇄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나란히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11월 22일 제 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월성 1호기 폐쇄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나란히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을 가동 중지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위원회 결론에 따라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 정부가 이미 천명한 대로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도 이같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갈등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24일 원안위에서 끝까지 영구정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펼친 이병령 위원이 제기한 문제도 지난 국정감사 때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신청할 때 수행했던 경제성 분석이 과소평가된 게 아니냐는 국회의 지적에 따른 감사원이 감사 결과다.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원안위가 의결하는 게 법리적으로 맞는지, 감사 결과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신청한 한수원 이사회가 경제성 분석을 과소평가하면서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될 경우 영구정지를 결정한 원안위 위원들에게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했다. 

 

엄재식 위원장은 “지금까지 원안위 심의 과정에서 사업자(한수원)의 경제성이나 이사회 결정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며 “원안위는 원자력 안전에 대해 심의하는 곳으로 독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돼 있어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계없이 심의할 수 있다는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광화문 KT 건물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12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 제공.
24일 서울 광화문 KT 건물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12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 제공.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온 뒤 한수원 이사회에 대해 업무상 배임 결정이 나더라도 원안위의 의결에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배임 결정 뒤 한수원 이사회가 다시 열려 월성 1호기 영구정지가 아닌 재가동을 요청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경우에도 원안위는 심의를 해야 한다면 심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소송인단 소송 항소심 판결의 경우에도 원안위의 이날 영구정지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엄재식 위원장은 “원안위는 사업자가 신청한 운영변경안에 대해 안전성을 중심으로 지난 10개월간 검토해왔다”며 “검토 항목을 기준으로 안전성이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심의 의결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나 소송의 결과와는 독립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심의 과정에서 이병령 위원과 함께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이경우 위원은 계속운전이 허가돼 아직 가동할 수 있는 기간이 3년이 남은 상황에서 영구정지 결정이 번복될 경우의 안전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우 위원은 “원자력연구원의 연구로 ‘하나로’에서 보듯이 오랜 기간 운영이 중단되면 장비 본체나 전자 시스템, 센싱 시스템 등이 자연스럽게 노후화가 진행되며 갑작스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현재 영구정지 계획서에는 수명이 남은 원전이 재가동됐을 때를 고려한 안전성 검토가 빠져 있는데 이번 월성 1호기를 계기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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