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거미'를 보낸다

2019.12.23 03:00
18일 한국을 찾은 파블로 타나샥 스페이스빗 대표는 ″달탐사는 사업적 가능성이 충분한 분야″라며 ″한국 스타트업과 특히 배후기술을 지닌 기업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18일 한국을 찾은 파블로 타나샥 스페이스빗 대표는 "달탐사는 사업적 가능성이 충분한 분야"라며 "한국 스타트업과 특히 배후기술을 지닌 기업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세 살 소년은 한 장의 도화지에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상을 그렸다. 한 곳에는 로켓이 그려져 있었다. 미지의 우주다. 소년은 아홉 살이 되면서 망원경을 혼자 힘으로 만들었다. 12세에는 직접 렌즈를 갈아 천체 관측용 반사망원경도 제작했다. 어른이 된 뒤 성공한 정보기술(IT) 기업 대표가 됐지만 끝내 우주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다. 잘나가던 회사를 팔고 달 탐사를 비롯해 우주 탐사에 활용될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영국 우주스타트업 ‘스페이스빗(Spacebit)’을 설립한 파블로 타나슈크 대표(39·사진)의 이야기다. 

 

스페이스빗이 제작한 소형 탐사로봇은 202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상업달탑재체서비스(CLPS)를 통해 달에 간다. 미국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 만에 달 표면에 보내는 탐사선이다. 1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한국을 찾은 타나슈크 대표를 만났다.

 

타나슈크 대표는 “유년시절의 꿈을 실행에 옮겼지만 철저히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우주 로봇은 자원 채취, 데이터 수집 등 무궁무진한 사업이 기다리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단순히 창업자의 꿈만을 좇는 몽상적인 사업이 아니라 기업으로서 돈을 버는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나슈크 대표가 이끄는 스페이스빗은 거미 모양의 소형 자율 탐사 로봇 ‘아사구모’를 개발했다. 어른 주먹만 한 주사위 모양의 로봇에 거미와 비슷한 형태의 다리가 네 개 달린 무게 1.3㎏의 자율주행 로봇이다. 달 표면에 다수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용암굴 속을 네 다리로 거미처럼 기며 돌아다닌다. 타나슈크 대표는 “용암굴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해로운 방사선이 내리쬐는 달의 거친 환경을 피해 인류가 거주할 중요한 후보 지역”이라며 “독특한 디자인의 로봇으로 자원 채취 및 인류 거주 가능성을 탐색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아사구모의 개발은 끝난 상태다. 스페이스빗은 실제 지구에서 달 환경을 가장 닮은 곳을 찾아다니며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올여름에는 일본의 후지산 부근 용암동굴에서 시험을 마쳤다. 내년 7월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경기 고양시에 구축한 ‘지반열 진공챔버’에서 실험을 할 계획이다. 이 시설은 달 지상 환경을 거의 똑같이 모방한 실험실로 현재까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타나슈크 대표는 우주 시장에 회의적인 일부 시각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탐사로봇으로 수집한 달 표면 지형 데이터를 판매하고, 이후 달 탐사가 본격화되면 탐사 로봇과 기술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비즈니스 모델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202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상업달탑재체서비스(CLPS) 임무를 통해 달에 갈 미국 아스트로보틱스의 착륙선 ′페레그린′의 모습이다. 스페이스빗은 이 착륙선에 소형 거미형 탐사로봇 ′아사구모′를 실어보낼 계획이다. 아스트로보틱스 제공
202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상업달탑재체서비스(CLPS) 임무를 통해 달에 갈 미국 애스트로보틱스의 착륙선 '페레그린'의 모습이다. 스페이스빗은 이 착륙선에 소형 거미형 탐사로봇 '아사구모'를 실어보낼 계획이다. 애스트로보틱스 제공

스페이스빗은  2021년 달 표면에 아사구모를 실어 보내기 위해 미국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스와 손잡았다. 애스트로보틱스는 NASA와 손잡고 현재 페레그린이라는 200㎏짜리 착륙선과 그리핀이라는 400㎏짜리 착륙선, 달 표면을 움직이는 로버를 개발하고 있다. 타나슈크 대표는 “2023년에 다음 프로젝트로 아사구모 8대를 일종의 모선에 실어 보내는 임무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타나슈크 대표는 민간이 참여하는 보다 활발한 우주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올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던 국제우주대회에도 참가해 우주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우주산업을 적극 육성 중인 룩셈부르크에 ‘스페이스빗 액셀러레이터’를 두어 세계 여러 나라의 우주 스타트업을 지원할 뜻도 밝혔다. 타나슈크 대표는 ‘무인탐사연구소’ 등 한국의 우주 스타트업에 대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배터리, 반도체 등 많은 배후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기업들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타나슈크 대표는 “우수한 한국 정보기술·제조 기업과 우주 분야에서 협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페이스빗이 개발한 1.3kg 무게의 소형 거미형 탐사로봇. 달 표면의 음영 지역 중 용암굴을 탐사할 계획이다. 스페이스빗 제공
스페이스빗이 개발한 1.3kg 무게의 소형 거미형 탐사로봇. 달 표면의 음영 지역 중 용암굴을 탐사할 계획이다. 스페이스빗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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