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질병]알레르기의 진화

2019.12.21 12:45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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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알레르기성 천식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주로 산업화된 국가에서 두드러진다. 미국의 경우 인구의 10%가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알레르기성 천식을 앓는 사람도 3%에 달한다. 

 

급속도로 산업화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아토피성 피부염은 20대가 가장 높아서 10%를 넘는데, 50세 이상은 3%에도 이르지 못한다. 알레르기 비염도 20대에는 20%를 넘지만 이후에는 점차 감소한다. 알레르기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일까? 하지만 깨끗하고 위생적인 현대 사회에서 이런 병은 점점 줄어들어야 마땅할 것 같다. 알레르기는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 

 

 

알레르기

 

알레르기는 분명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겠지만, 진단명이 생긴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06년 오스트리아의 소아과 의사였던 클레멘스 본 피르케는 말의 혈청이나 천연두 백신을 주사받은 환자 중 일부가 두 번째 접종에서 빠르고 심한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른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allos’을 따서 알레르기(allergy)라는 진단을 붙였다. 흔히 알러지라고 하기도 하는데, 표준 의학용어는 알레르기다. 뭐 피르케가 독일어로 발표했으니 굳이 영어 발음으로 다시 고칠 필요는 없다. 

 

혹시 투베르쿨린 검사를 해본 적이 있는지? 팔뚝에 작은 주사기로 결핵균 항원을 피내주사하고 며칠 후에 반응을 보는 검사다. 일반적으로 1cm 이상 경결이 생기면 양성으로 판정한다. 즉 이전에 결핵균에 노출된 적이 있었다는 뜻이다. 최근 노출 여부를 확인하려고 두 번 검사하거나 더 정밀한 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투베르쿨린 반응은 독일의 로버트 코흐가 처음 발견했다. 그러니까 투버컬린이 아니라 투베르쿨린(Tuberkulin) 검사다. 아무튼 알레르기를 발견한 피르케는 투베르쿨린 반응도 알레르기라고 생각했다. 프랑스의 찰스 만토(Charles Mantoux)이 피르케의 생각을 발전시켜 결핵 진단법을 고안했다. 그래서 투베르쿨린 검사는 피르케 검사 혹은 만토 검사라는 별명이 있다. 

 

투베르쿨린 검사는 이후 결핵 환자의 조기 진단이라는 엄청난 의학적 기여를 하였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구했고, 감염의 전파도 막을 수 있었다. 이쯤 되면 노벨의학상이 주어질 만 하다. 1905년 노벨위원회는 결핵과 관련된 연구와 발견에 대한 공로로 코흐에게 노벨의학상을 단독 수여했다. 수여가 조금 늦어졌다면 피르케와 만토가 같이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알레르기는 엄마 잘못인가

 

알레르기는 면역 시스템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으니 혹시 알레르기는 특정 성격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왠지 그러고보면 좀 주변에 유난을 떠는 사람들이 유독 알레르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앗. 이건 혹시 수백만 알레르기인을 비하하는 발언? 그런데 정말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한 학자가 있었다. 헝가리 출신의 정신분석가 프란츠 알렉산더다. 그는 어머니의 거절에서 유발된 분노와 공격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정서적 고통이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느닷없이 엄마 탓이다. 뭐 정신분석이론의 적지 않은 부분은 어머니 혹은 아버지 이야기다. 물론 알레르기까지 간 것은 아무래도 좀 과하지만. 

 

심지어 알렉산더는 아토피 외에도 위궤양이나 궤양성 대장염, 천식, 고혈압, 갑상선 기능항진증, 류마티스성 관절염도 마음과 관련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정신신체형 장애의 ‘거룩한 일곱 질환(holy seven)’이다. 위궤양은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에 많은데, 그러니 구강기 고착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아무래도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니 강박적 성격과 관련되며, 특히 죄책감과 불안이 심하다고 했다. 항문기 고착이라는 것이다. 천식은 마치 우는 듯이 숨쉰다. 즉 어머니와의 분리를 예견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인데, 의존성이 심한 아이에게 많다고 했다. 고혈압은, 쉽게 짐작하겠지만, 억압된 분노와 적개심이 원인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것이거나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일부 알레르기성 질환은 아주 괴롭기 때문에 우울과 스트레스, 불면, 짜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결과일 뿐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알레르기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머니가 거절을 하지 않았어도 아토피 피부염은 생길 수 있다. 

 

 

면역계의 호들갑

 

알레르기는 면역계가 과민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네 가지 형태의 과민성, 즉 I형부터 IV형 과민반응을 모두 알레르기라고 했다. 


먼저 I 형은 면역글로불린 E가 관여하는 것을 말한다. 항원이 들어오면 IgE 항체가 만들어져서 비만세포 등에 붙는다. 세포의 수용체에 항체가 왕창 붙으면 다양한 물질이 쏟아져나오는데, 히스타민이 대표적이다. 혈관은 확장되고 염증이 일어난다. 수십 분 안에 발생하하고 며칠까지도 이어진다. 

 

II형은 세포 표면에 IgG나 M 항체가 결합하면 일어나는 반응인데, 수혈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III형은 항원과 항체가 결함한 면역복합체가 신장이나 폐를 지나다가 걸려서 보체를 활성화시키고 염증으로 인해 조직이 파괴되며 나타나는 반응을 말한다. 과민성 폐렴이 대표적이다. IV형은 흔히 지연성 과민반응이라고 하는데, 결핵이나 나병 같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정한 알레르기는 바로 I형이다. IgE 가 관여하는 즉각적인 과민반응이다.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를 연신 뱉는다. 코 주변의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고, 결막도 붓고 가려워진다. 기관지가 좁아지고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귀가 꽉찬 느낌이 들다가 통증을 느끼고 청각 장애도 생긴다. 피부에 습진과 두드러기가 일어난다. 배도 아프고 토하고 설사를 하게 된다. 혈압이 떨어지거나 호흡 곤란이 심해지면 죽기도 한다. 

 

심한 수준의 급속한 알레르기 반응을 따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고 한다. 보통 항원에 노출된 후 빠르면 5~30분, 늦으면 2시간 정도 후에 발생한다. 응급상황이므로 즉시 응급실에 가야 하고, 기도 삽관과 산소 공급, 수액 공급 및 에피네프린,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요하다. 

 

 

흔한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는 흔한 알레르기는 아니지만, 천식이나 습진, 약물이나 음식 알레르기 등을 포함하면 알레르기의 위세가 상당하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심지어 전 인구의 10% 이상이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알레르기는 바로 음식 알레르기다. 주로 우유나 땅콩, 계란, 조개, 생선, 콩, 밀, 쌀, 과일 등이 흔하다. 우유나 계란 알레르기는 나이가 들면 좋아지는데, 견과류나 갑각류 알레르기는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산업 국가에서는 대략 5% 이상이 하나 이상의 음식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는 과잉 진단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음식 알레르기가 없는데도 있다고 믿는 사람이 제법 많다. 2008년 한 연구에 의하면, 34%의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고작 5%의 아이만이 음식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유전 혹은 환경

 

알레르기는 분명 환경에 의한 질병이다. 항원이 없으면 증상은 없다. 하지만 어떤 항원에 예민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지 여부는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같은 알레르기를 가질 가능성이 무려 70%에 달한다. 이란성 쌍둥이도 약 40%다. 알레르기를 가진 부모는 자식에게도 알레르기를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 항원이 바뀌는 일은 종종 있지만, 즉 아버지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데, 자식은 새우 알레르기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아무튼 알레르기성 질환은 높은 가족성을 보인다. 

 

게다가 알레르기는 생애 초기에 심한 경향이 있다. 소아 청소년 시절에 다양한 알레르기가 많이 걸린다는 것은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번식 적합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식을 낳지 못한 어린 나이에 죽기라도 한다면, 해당 표현형과 관련된 유전자 풀에서 급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제법 많은 사람이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상당히 흔하고, 가족성도 높고, 어린 시절에 흔히 발병하여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알레르기. 어떻게 이런 형질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일까? 

 

 

위생 가설

 

19세기 무렵 유럽을 중심으로 위생 수준이 급격히 향상되었다. 화장실이 보급되고 하수 처리 시설이 들어서면서 물이 깨끗해졌고 이는 감염성 질환을 크게 줄인 원동력이 되었다. 사실 인간의 수명이 크게 길어진 것은 의학의 발전이라기보다는 위생의 개선에 힘입은 결과다. 

 

그런데 알레르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알레르기는 종종 주변에서 흔히 접촉하는 항원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혹시 환경변화가 원인이 아닌지 의심하는 의사들이 있었다. 1989년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집보다 대가족에서 여럿의 자식을 키우는 집에서 알레르기가 적었다는 것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형이나 누나가 밖에서 묻혀서 가지고 온 더러운 항원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연구가 계속 발표되었다. 대도시에 비해 시골에서 알레르기가 적다는 연구, 산업국가보다 저개발국가에서 알레르기가 적다는 연구, 가축을 키우는 경우에 알레르기가 적다는 연구 등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대중의 관심을 금방 사로잡았다. ‘역시 시골에서의 삶이 도시의 삶보다 좋구나’라는 식의 편견에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심한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자녀가 있는 부모는 급기야 낙향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무조건 좋다거나 인공이 나쁘다는 식의 미신적 믿음으로 발전하여 온통 유기농, 자연식으로 식단을 도배하고, 심지어 일부러 감염성 질병을 앓게 하여 알레르기를 치유하겠다는 비과학적 민간 요법이 기승을 부렸다. 

 

사실 시골이 농촌보다 좋다는 일반적인 믿음은 시골 환경이 공해가 없고 깨끗하다는 상식에서 시작한다. 더러움을 찾는다면 도시의 빈민가가 더 적합하다. 도시의 쓰레기 매립장이나 하수처리장이 더럽기로는 일등이다. 

 

처음부터 위생 가설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너무 위생적이면 안될 것 같은 어감이다. 뭔가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 재질이거나 투명한 플라스틱은 몸에 나쁠 것 같다. 흙 밭에 구르고 도랑에서 헤엄치고 퇴비가 묻은 채소를 쓱쓱 닦아 먹어야 더 건강할 것 같다. 아니다. 절대 그러지 말자. 

 

 

그래도 청결

 

위생 가설은 급기야 백신 반대 운동으로까지 발전했다. 백신 반대론자의 주장은 다양하지만, 그 잘못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위생 가설이다. 적당한 감염은 건강에 유리하다? 터무니 없는 말이다. 

 

위생과 청결은 인간이 가진 독특한 행동 양상이다. 강박적인 행동이 위생을 향상시켰기 때문에 진화했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리 인간의 타고난 위생 관념은 별로 합리적이지는 않다. 감염 위험성이 낮은 에이즈나 사스, 광우병에 대해서는 엄청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위염이나 간염에 대해서는 그리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사스로 죽는 사람이 많을까? 간염으로 죽는 사람이 많을까? 

 

청결과 관련된 행동을 줄이는 것이 알레르기를 감소시켜준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다만 불필요한 청결 행동과 꼭 필요한 청결 행동을 구분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예를 들어 집 안을 아무리 쓸고 닦고 해도 무균 상태로 만들 수는 없다. 게다가 바람 한 번 불면 다시 더러워진다. 눈으로 보이는 위생과 청결은, 물론 손님이 올 때는 그렇게 해야겠지만, 감염 예방에는 별로 실익이 없다. 

 

문제는 손이다. 그리고 음식과 식기, 화장실이다. 요것만 깨끗하게 관리하면 감염성 질환을 상당수 막을 수 있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집이라고 해서 살균된 집은 아니다. 감염은 막고 적당한 항원 노출을 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은 아직 제안된 바 없지만,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 미리 보기: 오랜 친구 가설

 

위생 가설이 주는 오해, 그리고 위생 자체가 중요한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요즘은 오랜 친구 가설이라는 말을 쓰는 편이다. 2003년에 제안된 가설인데, 미생물과 염증성 질환의 관련성에 좀더 초점을 둔 주장이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염병은 대부분 신석기 이후에 나타났다. 어느 정도 이상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정주 생활과 가축 등이 나타난 이후에야 나타났다. 인플루엔자, 결핵, 천연두, 흑사병, 풍진 등이 모두 그렇다. 인류의 오랜 친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반해서 수렵채집을 하던 구석기 시대, 아니 그 이전 인류가 나타나기 이전부터 같이 살던 미생물도 있다. 아주 오랫동안 공생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치명적인 영향이 없다. 오히려 서로 돕는다. 오랜 친구라는 것이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보자.

 

※관련자료

Coon ER, Quinonez RA, Moyer VA, et al. (November 2014). "Overdiagnosis: how our compulsion for diagnosis may be harming children". Pediatrics. 134 (5): 1013–23.
Venter C et al. (2008) Allergy 63:35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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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Swert LF (February 1999). "Risk factors for allergy". European Journal of Pediatrics. 158 (2): 89–94.
Strachan, D. P. (1989). "Hay fever, hygiene, and household size". BMJ. 299 (6710): 1259–60.
Stanwell-Smith R, Bloomfield SF, Rook GA. (2012). "The hygiene hypothesis and its implications for home hygiene, lifestyle and public health". International Scientific Forum on Home Hygiene.
Rook GA, Martinelli R, Brunet LR. Innate immune responses to mycobacteria and the downregulation of atopic responses" Curr Opin Allergy Clin Immunol 2003 Oct;3(5) 337-42.
Rook, G. A. W.; Lowry, C. A.; Raison, C. L. (2013). "Microbial 'Old Friends', immunoregulation and stress resilience". Evolution, Medicine, and Public Health. 2013 (1): 46–64.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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