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고고학산책] 최초로 닭을 키운 사람은 누구였을까

2019.12.21 10:54
일러스트 박장규 / 어린이과학동아DB
일러스트 박장규 / 어린이과학동아DB

'치느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맛있는 치킨을 최초로 먹은 사람은 누굴까. 인류는 언제부터 닭을 키우기 시작했을까. 이런 질문도 고고학자의 연구 주제 중 하나입니다. 인도의 먼지투성이 유적에서 첫 번째 닭의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닭싸움'시키려고 키웠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인류는 오래전부터 닭을 키워왔던 것 같습니다. 인간 유적에서 발견된 닭의 흔적은 4000년 전의 것으로, 소나 돼지 같은 다른 가축보다는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동남아시아의 정글에 살고 있던 야생종 닭인 ‘적색야계’를 인간이 길들인 것으로 추측합니다.

 

 

고고학자들이 사람이 키운 가장 오래된 닭의 흔적을 발견한 곳은 파키스탄을 가로질러 흐르는 인더스강 주변의 유적입니다. 인더스강 유역에 세워진 도시인 하라파와 모헨조다로에서, 세계 최초의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이 탄생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닭의 것으로 보이는 조류의 뼈들을 발견했습니다. 더 그럴듯한 증거는 인더스 사람들이 진흙으로 만든 인장들이에요. 여기에는 닭의 볏과 꼬리를 묘사한 조각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인더스 사람들이 닭을 잡아먹기 위해 길렀던 것은 아닙니다. 인더스 유역에서 발견된 진흙 유물 중에는 두 수탉에게 싸움을 붙이는 모습의 조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이런 사료나 기록을 통해 사람들이 제물로 바치거나 닭싸움을 위해 처음 닭을 길렀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과거에 닭싸움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라서, 전 세계 곳곳에 닭싸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닭싸움 등의 이유로 처음 사육된 닭이 서쪽으로는 상인이나 군인들의 손에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동쪽으로는 원주민을 따라 태평양을 건너 남아메리카로 퍼졌다는 것입니다.

 

까다로운 고양이가 인간의 친구가 된 비결은 '공생'

 

 

인간이 야생동물을 길들여 사육 종으로 만드는 것을 ‘가축화’라고 합니다. 가축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유용하고 쉽게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과 함께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번식이 쉬워야 합니다. 인간이 좋아하는 외양을 가진 것은 당연합니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해서 지금까지 인류의 친구가 된 동물은 개와 고양이, 소 등 겨우 20여 종에 불과합니다.


가축이 된 동물들은 겉모습이 달라집니다. 소의 뿔이나 돼지의 어금니처럼, 야생에서 살 때 중요하게 쓰이던 기관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고고학자들은 유적 주변에서 발견되는 동물 뼈에서 이런 흔적을 찾아내 가축의 기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과 가까워진 가축 중에 유독 특이한 동물이 있는데, 바로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는 다른 가축들과는 달리 사회성이 없고 혼자 살아서 무리를 지어 키우기가 힘듭니다. 야행성이라 인간의 생활 리듬과 맞지 않고, 교배를 시키기도 어렵습니다. 고양이가 어떻게 인간의 친구가 됐을지 놀랍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생물학자인 칼로스 드리스컬은 약 10년 동안 전 세계의 고양이 유전자를 수집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고양이가 중동에 사는 ‘리비아살쾡이(위 왼쪽 사진)’의 자손이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드리스컬은 아마 1만~1만 2000년 전 중동 어딘가에서 고양이가 사람과 처음 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정착 생활을 하면서 마을 주변에 음식 찌꺼기 등 식량이 많아졌고, 이를 찾아 내려온 야생 고양이 중 온순했던 종류가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살며 쥐를 잡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러다 고양이를 귀여워 한 사람들이 직접 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공생 관계가 유지되며 고양이와 인간이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인간은 가축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해갑니다. 혹시 미래의 고고학자들은 21세기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보고, 어쩌면 고양이가 인간을 길들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소개

고은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다. 시흥 오이도 유적, 구리 아차산 4보루 유적, 연천 무등리 유적 등 중부 지역의 고고학 유적 발굴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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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24호 (12월 15일 발행) [Go!Go!고고학자] 처음으로 닭을 키운 사람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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