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약품 부작용 유발하는 분자 ‘카이랄성’ 눈으로 본다

2019.12.05 17:25
윤동기 교수(왼쪽)와 박원기 연구원. KAIST 제공.
윤동기 교수(왼쪽)와 박원기 연구원. KAIST 제공.

같은 화학분자식이지만 거울상에 서로 겹쳐칠 수 없는 분자 혹은 나노 구조를 ‘카이랄’이라 부른다. 카이랄성의 종류에 따라 물질의 성질이 달라지는데 서로 다른 카이랄성은 의약품에서 잠재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카이랄성에 따라 식품 및 약물의 효능과 독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은 제약 및 화학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60여년 전 임산부의 입덧 방지용으로 쓰이던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은 카이랄성이 다를 경우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금지된 적이 있다. 

 

KAIST는 윤동기 화학과 교수(나노과학기술대학원) 연구팀이 나선형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액정 물질을 이용해 광결정 필름을 제작하고 이를 이용해 식품이나 약물 등에 함유된 카이랄 물질을 눈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잘 정렬된 나선형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일은 산업적·학문적으로 중요하다. 디스플레이 산업이나 광학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카이랄 광결정은 LCD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 활용하는 굽은 형태의 액정 분자가 고온에서 서서히 냉각될 때 무작위로 배향된 나선형 구조체를 잘 정렬하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LCD용 액정 재료와는 달리 굽은 형태의 액정 분자를 정렬하기 어려웠다. 극한으로 분자들의 거동을 제어하고 균일한 배향을 유도하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LCD의 핵심 재료로 쓰이는 일반형 액정분자보다 분자구조가 더 복잡한 굽은 형태의 액정 분자가 형성하는 200~30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의 나선 주기를 갖는 나선형 나노 구조체를 대면적에서 배향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빛을 반사하는 광결정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제작한 광결정의 분자를 제어하고 응용하기 위해 빛에 의해 분자의 모양 및 배향이 바뀌는 현상인 ‘광이성질체화’를 유도할 수 있는 광 반응성 굽은형 액정 분자를 설계했다. 이 액정 분자들이 마치 해바라기가 빛을 따라가듯 빛에 나란히 배향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형성하는 나선 나노 구조체도 빛의 방향에 따라 매우 균일하게 세워질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렇게 방향이 제어된 나선 나노 구조체는 분자의 길이에 따라 다양한 색을 보이기 때문에 푸른색에서 초록색의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하는 일종의 카이랄 색상 거울로 활용했다. 설탕의 과당과 포도당 등 일상 속의 화학물질이 갖는 카이랄성을 별다른 도구없이 눈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윤동기 교수는 “의약품 및 관련 화학산업에서 물질의 카이랄성은 독성 및 부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카이랄성에 따라 부작용을 갖는 화학약품들을 제조단계부터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 4일자 표지논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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