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융합포럼] "의료기기, 과거엔 덩치 큰 하얀 기기였다면 지금은 AI 소프트웨어"

2019.12.04 13:32
이예하 뷰노 대표가 이달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2019 미래융합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공
이예하 뷰노 대표가 이달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2019 미래융합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공

“과거에는 정체모를 하얗고 덩치 큰 기기가 의료기기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로 간주되며 의료 현장 곳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의료 현장에 도입되면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AI로 의료 영상을 판독해 의사의 진단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뷰노’의 이예하 대표는 이달 4일 서울 중구 JW매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2019 미래융합포럼’에서 AI가 헬스케어 시장에 도입되며 의료혁신을 불러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데이터를 의료 현장에 활용한 예는 과거부터 있어왔다며 19세기 크림전쟁 당시 백의의 천사로 불린 나이팅게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니이팅게일은 당시 야전병원의 위생상태와 사망률 등을 상세히 기록했는데 기록을 남기다 당시엔 아무도 몰랐던 위생상태와 사망률 사이 관계를 알게 됐다”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야전병원 위생상태를 개선하자 사망률이 6개월 만에 42%에서 6%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금은 의료환경 곳곳에 데이터를 활용한 AI가 쓰이고 있다. 이 대표는 “AI는 과거 데이터에서 약물 후보물질을 2~3일 만에 발굴하고 자기공명영상(MRI)를 분석해 치매를 찾아내고 있다”며 “진단 뿐 아니라 응급이나 구급단계에서도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고 응급조치와 이송할 곳, 도착시 치료법 등을 판단하는데도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음성 AI를 회진에 활용하고,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병원 밖에서도 AI가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산업도 이와 맞물려 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전에는 의료기기 하면 정체모를 하얗고 덩치 큰 기기를 떠올렸으나 최근에는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로 간주되고 있다”며 “의료용 소프트웨어(SaMD)도 임상을 거쳐야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GE, 필립스, 지멘스로 대표되던 의료기기 시장도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AI를 활용한 SaMD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달 2일 기준 SaMD 9건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고 23건은 임상 승인을 받아 임상중이다. 이같은 성장과 함께 시장 전망도 밝게 예측돼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AI 헬스케어 시장은 2015년 17억 9000만원에서 2020년에는 256억 4000만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대표는 “AI는 특정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의료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만큼 예측보다도 폭발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뷰노는 AI를 의료영상 진단에 쓰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한국에서는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같은 기술을 개발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고령화로 의료서비스 수요는 늘지만 공급은 그대로 유지되며 의료진의 오진 문제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오진률은 실제로 높아지고 있다. 2014년 미국 외과의사를 상대로 ‘서모 피지션 폴’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진단 중 얼마나 실수가 있었냐는 질문에 40%가 11~20%라고 응답했다. 이 대표는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환자를 보며 아예 진단을 누락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AI를 의료계에 적용하면서 생길 문제 두 가지를 짚었다. 하나는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활용활 지에 관한 문제다. 이 대표는 “한 사람에게선 평생 1100테라바이트(TB·1조 B)의 정보가 나온다”며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모으고 다룰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프로젝트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으로 2600개 병원의 의료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애플도 미국 재향군인회와 협력해 900만 명의 의료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대표는 “데이터를 모으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정부를 중심으로 바이오헬스데이터 통합 표준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정보 활용을 간소화해달라는 산업계와 개인정보 보호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주장이 얽혀 있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잘 마련해주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도 논쟁거리다. 이 대표는 “AI는 직업은 대체할 수 없지만 수많은 보조 작업은 대체할 수 있다”며 흉부영상 수련의와 전문의에게 AI 진단 기술을 제공하자 수련의의 진단률이 AI를 쓰지 않은 전문의보다 높아졌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의료진이 더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게 AI의 목표”라며 “이런 길이 AI와 헬스케어가 함께 나아갈 길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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