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싸움'에 부처별 따로노는 R&D개혁 물건너가나

2019.12.02 17:09

국가 R&D혁신법, 연내 입법 불투명

이번 회기 통과 못하면 사실상 흐지부지 

 

9월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된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핱 특별법안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양한 과학기술 관련 국내 단체와 연구자들이 국가R&D혁신을위한특별법의 제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법률안은 아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도 오르지 못해 연내 입법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윤신영 기자

9월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된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핱 특별법안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양한 과학기술 관련 국내 단체와 연구자들이 국가R&D혁신을위한특별법의 제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법률안은 아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도 오르지 못해 연내 입법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윤신영 기자

다양한 부처에 난립하던 130여 개 연구개발(R&D) 관련 규정을 일원화하고 연차평가 등 연구 현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던 제도를 대폭 수술해 국가 R&D를 선진화하기 위해 추진되던 ‘국가R&D혁신을 위한 특별법’을 올해 안에 입법화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폐회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서 상임위 법안소위에도 올라가지 않았다. 자칫 올해를 넘길 경우, 내년 총선 국면에 휘말려 극단적으로는 내년 말 이후까지 입법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번 회기가 아니면 사실상 법안을 통과시킬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상 개혁의 노력이 백지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일 과학계에 따르면, R&D혁신특별법안은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 오르지도 못한 채 계류중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은 상임위 전체회의 또는 소위에서 법률안을 심사한 뒤 의결을 거쳐 법률안의 체계를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간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률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입법이 마무리된다. 그런데 법안소위가 개최조차 되지 못해 상임위(과방위)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채 계류돼 있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밤에는 특별법 입법을 추진 중인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과학언론인의 밤’ 행사에서 축사 뒤 기자들을 향해 “R&D혁신특별법이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반드시 통과돼 소재, 부품, 장비와 과학기술 혁신을 완수하는 데 동력이 되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안소위가 개최되지 못하는 이유는 야당 측의 반대 때문으로 알려졌다. 소위를 열려면 여야 간사 사이의 협의가 필요한데, 현재 야당 자유한국당 측 간사인 김성태 의원측은 일절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법 외에 정보기술(IT)기업 등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소위 ‘데이터3법’ 가운데 하나로 과기정통부 2차관실이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하며 세 법 가운데 유일하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이 상태로 가면 연내 입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과학계의 우려다.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법률안은 법안소위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20대 정기국회는 8일 뒤인 10일 끝난다. 이 기간 내에 법안소위부터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마쳐야 한다. 더구나 현재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선언한 상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과거 R&D 분야 예비타당성조사를 기획재정부에서 과기정통부로 위탁할 때, 여야 합의로 개정안이 법안소위부터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례가 있다”며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 임시국회에서라도 처리가 될 수 있을지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연내 본회의 통과가 어려워지면 혁신특별법 입법 시도는 사실상 내년 이맘대에야 재개될 수 있다는 게 과학계의 우려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를 넘길 경우 내년에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다시 논의가 무한정 미뤄질 수 있다”며 “내년 5월 새로 국회가 구성되고 9월 정기국회가 열린 뒤에야 심사가 재개될텐데, 국정감사 등을 거치고 나면 사실상 내년 이맘 때에야 다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R&D혁신을위한특별법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하고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주축이 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법률이다. 정부가 수행하는 각종 R&D 사업의 효율성을 최적화할 방안을 특별법으로 제정했다. 다양한 부처에 난립하던 130여 개의 R&D 관련 규정을 일원화해 현장 연구자들의 효율과 편의성을 높이고, 연구행정 전문화를 통해 연구자가 행정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에 매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연구비 연차 평가를 단계 평가로 전환해 유연화하고, ‘소재, 장비, 부품’ 분야처럼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다양한 R&D를 시도해야 하는 경우 걸림돌이 되던 ‘중복성 심사’를 유연한 심사로 대체해 국가나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길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 처리 미숙으로 규정을 위반하는 선의의 피해자 역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 법률안은 국가R&D와 관련이 있는 부처간 협의도 끝났고, 구체적인 시행령까지 논의하고 있는 단계인데, 국회 문턱도 밟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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