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질병] 우리는 왜 위험한 선택을 할까···질식분만의 진화

2019.11.30 12:53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제왕절개는 주산기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의학적 개가다. 골반이 작은 여성도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되었고, 머리가 크거나 자궁 내 위치가 좋지 않은 아기도 세상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제왕절개가 널리 보급되면서 신생아의 체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강력한 선택압이 작동하기 때문에 점점 신생아는 커지고, 여성의 골반은 작아질지도 모른다. 혹시 앞으로 모든 여성은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일반적으로 제왕절개는 질식분만보다 위험하다. 분명한 난산의 위험이 있으면 제왕절개가 유리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질식분만에 비해 사망률이 7배에 달한다(네덜란드 기준). 출혈이나 색전증, 패혈증, 마취의 합병증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임신도 쉽지 않다. 한두 번은 괜찮지만 다산은 어렵다. 


거의 모든 포유류는 오로지 질식 분만으로 새끼를 낳는다. 1억 년 이상 지속된 일이다. 제왕절개의 역사가 삼황오제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포유류의 역사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너무 쉽게 인류의 미래를 제왕절개에 맡길 일이 아니다. 그럼 질식 분만은 과연 어떤 의학적인 이득이 있을까? 


누구를 위한 질식분만인가?


태아가 너무 크면 제왕절개를 통해 아기를 낳아야 한다. 제왕절개는 분명 아기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어쨌든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별로 얻는 것이 없다. 마취를 하여 제왕절개를 하니 분만의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복벽과 자궁벽을 절개하는 제법 큰 수술이다.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분만보다 덜 위험하다면 이상한 일이다. 


신생아의 체중은 진화적 안정 선택의 대표적인 예다. 가장 최적의 형질로 수렴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생물이 가진 대부분의 형질은 바로 안정 선택을 통해 수렴한다. 키가 너무 크거나 너무 작으면 여러모로 불리하다. 그래서 인구집단 전체의 신장을 그래프에 그려보면 평균을 중심으로 높게 솟은 형태를 취한다. 신생아 체중도 그렇다. 약 2.5~5kg 사이에 수렴한다. 이보다 작거나 크면 생존률이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 제왕절개가 보편화되면서 아주 작은 아기나 아주 큰 아기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아기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 식생활이 개선되면서 태아의 체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예전같으면 난산이라는 벽에 부딪혀 어느 정도 이상 늘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불과 한 세대 전의 신생아에 비해서 지금의 신생아 체중은 무려 1% 이상 증가했다.


달수를 채운 아기가 세상 빛을 보지 못하면 어머니와 아기 모두 손해다. 둘다 죽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제왕절개는 어머니와 아기 모두에게 이익이다. 단 꼭 필요한 경우라는 단서를 달면. 
 


VBAC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 제왕절개로 태어나는 아기는 5%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80년대 15%를 넘더니, 2000년 이후에는 35%를 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세 건 중 한 건이다. 흔해진 수술이지만 그렇다고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의료 수준이 높은 나라의 모성사망률은 십만 명당 2명 수준에 불과하다. 아기를 낳다 죽는 일은 아주 드물다. 하지만 제왕절개의 경우에는 약 세 배(우리나라)에서 일곱 배(네덜란드)까지 모성 사망률이 높아진다. 


제왕절개는 제법 큰 수술이다. 출산은 상당한 출혈을 유발하곤 하지만, 제왕절개는 또다른 출혈원을 추가하기 때문에 출혈의 위험성이 더 크다. 멀쩡한 복벽을 절개하고 자궁벽도 절개해야 한다. 당연히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마취에 따른 합병증도 무시할 수 없다. 


제왕절개에 들어가면 일단 복부를 절개해야 한다. 예전에는 배꼽부터 치골 위까지 수직으로 절개했다. 고전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하복부 부분을 횡으로 절개한다. 출혈도 적고 후속 임신에서 자궁이 파열될 가능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용적인 면에서 선호되기도 한다. 속옷을 입으면 흉터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출산 횟수를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왕절개를 한 여성이 다음 출산에서 질식분만을 하긴 어렵다. 최근에는 그런 시도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아무래도 통상적이진 않다. 이를 제왕절개 후 질식분만(VBAC)이라고 한다. 점점 의료 기술이 향상되면서 VBAC의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 약 세 건 중 두 건은 성공한다. 하지만 자궁파열의 위험성이 높다. 그래서 과거 단 1회의 횡절개를 한 경우, 골반이 분만에 적당하고, 다른 문제가 없으며, 응급 상황에서 즉시 응급 제왕절개를 할 수 있는 병원에서만 이루어진다. 


이렇게 위험하다면 VBAC을 왜 하려는 것일까? 


질식분만의 진화적 이점


인류학자 에슐리 몬테규는 ‘터칭’이라는 명저를 남긴 인류학자다. 그는 긴 분만 과정이 적응적 형질이라고 최초로 주장했다. 포유류는 원래 새끼를 낳으면 혀로 온몸을 꼼꼼하게 핥는다. 왜 핥는 것일까? 새끼 핥기는 단지 새끼의 몸을 깨끗하게 청소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호흡과 소화를 돕는다. 새끼의 피부에 자극을 가해서 장기의 발달을 촉진하고 적절한 신경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다. 


종종 어미에게 핥아지지 않은 새끼는 죽는다. 그런데 몬테규에 의하면 인간도 마찬가지다. 조산 혹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호흡이나 소화에 이상을 보이는 문제가 더 흔하다는 것이다. 질식분만은 상당한 수준의 진통을 동반하지만, 이는 아기의 건강을 돕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통스러운 진통 과정은 아기에게 소위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이는 폐 속의 양수를 배출시키고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장점을 가진다. 면역력도 높아질 뿐 아니라 분만 중에 겪는 일시적인 저산소증을 견디는데 도움을 준다. 진통을 겪어야 태어나자마자 호흡을 시작할 수 있다. 큰 소리로 울면서 말이다. 


흥미롭게도 적절한 수준의 진통을 경험한 아기는 더 활발한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포유류 어미는 활동적이지 않고 늘어진 새끼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꼬물거리며 매달리고 종종 우렁차게 우는 아기에게 어머니는 더 큰 애착을 느낀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질식분만을 태어난 아기보다 축 늘어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부 산부인과 의사는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에도 충분한 시간 진통을 겪은 후 제왕절개를 시도한다. 분만통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제왕절개를 고려하는 분이 있다면 의아할 것이다. 아니, 진통은 진통대로 겪고 제왕절개를 한다니. 하지만 진화적 관점에서보면 진통 후 제왕절개는 아주 합리적인 결정이다. 
 


제왕절개하는 산모의 걱정


분명 제왕절개는 질식분만보다 ‘못하다’. 하지만 일반화할 수는 없다. 각자의 처지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면역력이 우수하고 활동적인 아기를 낳기 위해서 목숨을 걸 수는 없다. 분명 아기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을 것이다. 질식분만을 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제왕절개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다를 리 없다. 제왕절개를 하는 산모를 두고 경솔하게 어머니의 자격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다. 


제왕절개는 아기가 너무 크거나 골반이 작은 경우에만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태아의 위치가 바르지 않는 경우, 즉 엉덩이가 아래에 있는 경우에는 질식분만이 어렵다. 또한 태반이 아기가 나오는 길에 위치해서 진통 중에 태반이 손상될 위험이 있는 경우나 태반이 일찍 떨어지기 시작한 경우, 탯줄이 먼저 빠진 경우, 자궁이 파열되는 경우, 진통 중 태아의 상태가 나빠져서 얼른 꺼내 치료해야 하는 경우에도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 단지 분만통이 두려워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어머니는 드물다. 


또한 HIV, 즉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에게는 제왕절개가 답이다. 수직감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B형 간염 보균자의 경우에도 종종 제왕절개를 추천한다. 정신적인 불안이 너무 심하여 공포에 사로잡힌 경우에도 제왕절개를 택한다. 무조건 좋거나 무조건 나쁜 것은 없다. 어머니와 아기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분만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제왕절개를 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를 한 경우라도 출산 후 모아 접촉을 통해서 이를 상쇄할 수 있다. 특히 분만 후 씻기지 않은 아기를 품에 안고 냄새를 맡으며 서로 교감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이후에도 잦은 수유와 동반 수면 등을 통해서 애착을 형성해주는 것이다. 놀랍게도 모유 수유를 하면 옥시토신이 나와 자궁 수축을 돕는다. 사실 모성 사망의 상당수는 출산 과정보다는 그 이후에 일어난다. 적절한 자궁 수축은 어머니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 출산 직후 어머니와 아기는 아주 취약한 상황에서 서로 도와야만 한다. 출산 후 어머니와 아기의 애착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윈윈 전략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지만, 분명 어머니도 아기의 건강을, 그리고 아기도 어머니의 건강을 지키려는 쪽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다음 편 미리 보기┃암의 진화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매년 수천만 명의 사람이 암을 진단 받는다. 평생 암 선고를 받을 확률은 30%에 달한다. 세 명 중 한 명이다. 암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무서운 질병이지만, 사실 아주 흔한 병이다. 왜 인간은 암에 걸리는 것일까?


환경 호르몬이나 공해, 식생활의 변화, 음주나 흡연, 운동 부족이 단골로 등장하는 암의 원인이다. 하지만 암은 그런 요인이 전혀 없어도 걸릴 수 있다. 평생 건강한 생활 습관을 철저하게 지켜온 사람도 암에 걸릴 수 있다. 암 발병의 상당부분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사실 유전적인 요인이 더 중요하다(감염을 제외하면). 물론 그렇다고 다 포기하고 술담배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진화적으로 암은 척추동물의 숙명이다. 수억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포유류, 특히 영장류의 암 발병률은 그리 높지 않다. 백 마리 중 한두 마리만 암에 걸린다. 왜 하필이면 인간만 이렇게 암에 잘 걸리는 것일까? 

 

참고자료 

Mitteroecker, P., Windhager, S., & Pavlicev, M. (2017). Cliff-edge model predicts intergenerational predisposition to dystocia and Caesarean deliver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14(44), 11669–11672. doi:10.1073/pnas.1712203114
https://www.huffpost.com/entry/why-is-it-called-a-cesarean-section-anyway_n_5ac24885e4b055e50acf55bc
Conner, Clifford D., A People's History Of Science: Miners, Midwives, And "low Mechanicks"
Shorter, E (1982). A History Of Women's Bodies. Basic Books, Inc. Publishers. p. 98.
Lurie S (2005). "The changing motives of cesarean section: from the ancient world to the twenty-first century". Archives of Gynecology and Obstetrics. 271 (4): 281–285.
"Caesarean section?: etymology and early history" Archived 15 May 2013 at the Wayback Machine, South Af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aecology, August 2009 by Pieter W.J. van Dongen 
Segen, J. C. (1992). The Dictionary of Modern Medicine: A Sourcebook of Currently Used Medical Expressions, Jargon and Technical Terms. Taylor & Francis. p. 102.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을 썼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