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대사 과정 조절하는 '똑똑한 스위치' 찾았다

2019.11.29 04:00
연구팀이 기능을 밝힌 LARS1 효소와, ULK1 효소 사이의 결합을 표현한 논문 속 사진이다. 왼쪽이 에너지원인 탄수화물(포도당)이 부족한 환경이고 오른쪽은 풍족한 환경이다. 에너지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ULK1이 LARS1이 과발현된 채 결합을 더 많이 해(왼쪽 파란색~녹색) 류신 합성을 저해한다. 반면 에너지가 높으면 결합이 줄어들어(오른쪽 보라색) 단백질 합성을 늘린다. 에너지가 부족할 때 세포가 단백질 합성을 막아 아미노산을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하는 조절 기작이다.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이 기능을 밝힌 LARS1 효소와, ULK1 효소 사이의 결합을 표현한 논문 속 사진이다. 왼쪽이 에너지원인 탄수화물(포도당)이 부족한 환경이고 오른쪽은 풍족한 환경이다. 에너지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ULK1이 LARS1이 과발현된 채 결합을 더 많이 해(왼쪽 파란색~녹색) 류신 합성을 저해한다. 반면 에너지가 높으면 결합이 줄어들어(오른쪽 보라색) 단백질 합성을 늘린다. 에너지가 부족할 때 세포가 단백질 합성을 막아 아미노산을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하는 조절 기작이다. 사이언스 제공

나무로 만든 석유 난로가 있다고 해보자. 평소에는 난로를 보완하는 데에만 나무를 쓰지만, 연료인 석유가 다 떨어지면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나무를 태워서 열을 낸다. 우리 몸이 딱 이렇다. 평소에는 몸을 구성하는 ‘재료’로 단백질을 쓰지만, 몸의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단백질을 탄수화물로 바꿔 연료로 쓴다. 이 과정은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알아서 조절하는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이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를 찾아 기능까지 밝혔다.


서울대 약대 김성훈 교수(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장)와 윤이나 연구원, 연세대 한정민 교수팀은 우리 몸에서 세포 속 아미노산(단백질의 재료) 및 탄수화물의 양을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단백질 합성 또는 에너지 생산 두 가지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해 대사를 조절하는 효소를 찾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9일자에 발표됐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재료다. 평소에는 단백질을 이뤄 몸을 구성하지만, 몸의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연료로 사용된다. 만약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은데 아미노산을 연료로 소모하면 몸을 구성할 재료가 부족해지고, 반대로 에너지가 부족한데도 연료로 쓰지 않으면 생존이 위험해진다. 따라서 이 과정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세포 안에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많았다.


연구팀은 세포 속 효소의 일종인 LARS1이 세포 속 아미노산 가운데 류신을 감지하고, 이를 통해 단백질 합성 과정을 켜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2012년 밝혀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켜는 스위치가 있으므로 합성을 ‘끄는’ 스위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당시에는 이 스위치의 존재는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의 후속 연구로 이번 연구를 했다. 그 결과 LARS1이 세포 속에서 일종의 건전지처럼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물질인 아데노신삼인산(ATP)의 양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TP가 부족한 상황을 인식한 LARS1은 ULK1이라는 자가포식(오토파지) 활성화 효소의 작용으로 류신과 결합하는 능력을 잃고, 그 결과 단백질 합성 능력을 잃는 것으로 밝혀졌다. LARS1이 류신의 합성을 촉진하거나(스위치를 켬) 저해하는(스위치를 끔) 두 가지 기능을 모두 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LARS1은 스위치 기능을 통해 아미노산이 근육 등 신체의 구성 요소로 활용되게 하거나 탄수화물로 전환시켜 에너지를 보충하도록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LARS1은 스위치 기능을 통해 아미노산이 근육 등 신체의 구성 요소로 활용되게 하거나 탄수화물로 전환시켜 에너지를 보충하도록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이번 연구는 에너지 대사 과정과 관련이 있다. LARS1 스위치의 고장이 당뇨와 비만 등 대사성 질환은 물론 암, 신경질환, 면역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김 단장은 “LARS1을 이런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표적으로 쓸 수 있다”며 “현재 LARS1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와 근무력증치료제, 뇌전증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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