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월성1호기 영구정지 결론 못내(종합)

2019.11.22 18:25
이달 22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제 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22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제 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고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이 안건을 지난 10월에도 올렸으나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1호기를 폐쇄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 중인 사안을 심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일부 원안위 위원의 반발에 법적검토를 진행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법리상 문제없다는 법률 검토를 받았으나 이날도 위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달 22일 서울 종로구 KT빌딩에서 제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허가하는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안건에 올려 논의했다. 원안위가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을 안건으로 올린 것은 지난 10월 11일 109회 원안위 이후 두 번째다.

 

월성 1호기는 지난해 6월 운영 주체인 한수원이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한수원은 지난 2월 원안위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고 허가 심사를 담당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심사결과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폐쇄하기로 한 결정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중이다. 국회가 경제성 평가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9월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것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조기폐쇄 반대론자들은 이를 토대로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원안위가 영구정지를 의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 왔다. 국회와 원안위 위원들에게서도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원안위는 원전 영구정지를 의결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지난달 정부법무공단에 문의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원안위에는 한수원 측이 참고인으로 참여했다. 이병령 위원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안건을 상정할 때 원안위에 불러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결과다. 원안위는 이달 15일 정 사장의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정 사장은 해외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전휘수 한수원 기술총괄부사장이 대표 격으로 참여했다.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은 “한수원 사장이 참석하지 않은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날 안건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엄재식 원안위 위원장은 “원안위는 안전성 측면에서 안전한지 아닌지를 심의하는 자리라 감사원 감사를 원안위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며 “사업자가 신청을 철회할지 계속 심의해달라고 할지 분명하게 얘기하달라”고 말했다. 이에 전 부사장은 “이사들의 입장은 변화가 없으므로 신청을 철회하지 않는다”며 “기술기준에 만족하기 때문에 원안위에 안건을 신청한 것이고 원안위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결론을 내려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쪽 추천 위원인 이병령 원안위 위원과 이경우 원안위 위원은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이경우 위원이 안건 통과 여부가 한수원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전 부사장은 “운영인력 비용이 계속 투입되며 연간 3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고 답했다. 이경우 위원은 “(감사 결과에 따라) 재가동이 결정됐을 때 인력을 어떻게 다시 수급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진상현 위원은 "원안위에선 안전성만 판단하면 된다"며 "KINS 검토 결과에 따라서 안전성에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장찬동 원안위 위원은 “원안위는 안전성문제만 고려하는 게 맞겠으나 상황상 안전성뿐 아니라 다른 상황도 고려해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결국 엄 위원장은 “안건을 추후 재상정한다”며 안건 보류를 선언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은 원자력안전위원회 개최 전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입장문을 전달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기자단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은 원자력안전위원회 개최 전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입장문을 전달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기자단

이날 원안위에는 월성 1호기를 둘러싼 관심을 반영하듯 50명이 넘는 방청객이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안위가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심의하는 것은 월권이고 위법’이라는 국회 입장문을 회의 전 엄 위원장을 만나 전달하고 방청객으로도 참여했다. 입장문은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과 바른미래당 의원 다수가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월성 1호기를 폐쇄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우려돼 신중하게 해야 하므로 최소한 감사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라도 의결을 보류해야 한다”며 “(여당 의원인)노웅래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이원욱 위원도 절차상 맞지 않다는 데 적극 공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날 원안위가 열린 KT빌딩 앞에서는 월성1호기 폐쇄에 찬성과 반대하는 양측이 인도 양쪽으로 10m가량 떨어져 서로를 마주 보고 집회를 열었다.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 노조 등이 연합한 원자력노동조합연대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사반대한다”고 주장한 반면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원안위가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김호철 원안위 의원은 월성원전 영구정지 안건에 대해 회피를 선언하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월성원전 수명연장 반대 소송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날 원안위는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시설인 ‘맥스터’를 추가 건설하는 안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보류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률이 이달 6월 96%가 넘는 등 2021년 포화가 예상되자 맥스터를 추가 건설하는 안을 원안위에 2016년 제출했다. 원안위 위원들은 안건과 관련해 안전성을 평가할 만한 추가적 설명이 필요하고 자료가 미비하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원안위는 이날 신고리 원전과 한울원전, 한빛원전 등에 국산화 안전기기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원자력이용시설 운영 및 건설 변경허가안’과 작업종사자와 일반인의 피폭위험을 낮추기 위해 방사선투과검사 작업에 쓰는 방사선원을 방사선에너지가 낮은 물질로 대체하는 ‘방사선 안전관리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이달 22일 제 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월성 1호기 폐쇄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나란히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달 22일 제 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KT빌딩 앞에서 월성 1호기 폐쇄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나란히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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