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부모가 거짓말하면 아이도 따라한다

2019.11.23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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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가르치지만 부모도 거짓말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이따금씩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중요한 사실은 ‘자녀’에게 거짓말을 하는 행위는 이후 자녀의 정직함과 사회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심리학자 페이페이 세토 교수에 따르면 부모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하는 크고 작은 거짓말은 이후 아이들이 커서 부모한테 거짓말을 하는 정도와 관련을 보인다. 예컨대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를 때 지갑이 있으면서 없어서 못 사준다고 둘러대거나 자꾸 때를 쓰면 경찰아저씨가 잡으러 온다고 거짓말로 겁을 주거나, 조금 이따가 또는 나중에 해준다고 하고서 영영 해주지 않는 등의 거짓말이다. 나아가 부모로부터 거짓말을 듣는 경험은 이후 사람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379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어렸을 때 부모가 자신에게 이런저런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는지, 자신은 현재 부모에게 얼마나 자주 거짓말을 하는지, 또 공격성, 규칙 위반 같은 문제 행동과 우울, 불안, 사람을 회피하는 경향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어렸을 때 부모에게 이런저런 거짓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보고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현재 부모에게 더 많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렇게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향은 공격성, 규칙 위반, 우울, 불안, 사람에 대한 두려움,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경향과도 관련을 보였다. 특히 부모로부터 들은 거짓말이 공격성과 룰 위반 같은 반사회적이고 정직하지 않은 행동과 직접적인 관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성별, 나이, 집안 소득 수준과 상관 없이 유효했다. 


발달 과정에서 다양한 학습이 ‘모방 행동’을 통해서 나타난다. 예컨대 아무 이유 없이 곰인형을 때리는 영상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대부분 그 행동을 따라서 곰인형을 때리는 모습을 보인다. 얘가 어디서 이런 이런걸 배웠나 싶게 어른의 말투를 따라하거나 티비에서 본 모습을 따라하는 것도 흔하게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거짓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부모가 당장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모습을 쉽게 접하며 큰 아이들은 은연중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태도를 배운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보호자인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서 사람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데 부모의 거짓말을 통해 부모도 그리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거기서 오는 배신감과 불안, 인간에 대한 불신이 작지 않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작은 거짓말도 자주 노출되면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어렸을 때 개고기를 소고기라고 속여서 먹였다는 등의 크고 은근히 흔한 거짓말에서 오는 배신감과 신뢰의 추락은 얼마나 클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경우 어렸을 때 일 끝나고 일찍 귀가할거라고 하고 항상 늦거나 한 시간만 있다가 놀아준다고 하고 영영 놀아주지 않는 등의 작은 일들에서도 크게 상처받고 다시는 엄마와 아빠에게 속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던 기억들이 있다. 이들이 나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쳤을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좋은 일은 아니었다. 


물론 해당 연구는 자기 보고에 기반한 상관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거짓말이 아이들에게 해가 되면 되었지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Setoh, P., Zhao, S., Santos, R., Heyman, G. D., & Lee, K. (2019). Parenting by lying in childhood is associated with negative developmental outcomes in adulthood.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10468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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