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문재인표' 가리지 않는다? '풍전등화' 과기 R&D 사업들

2019.11.19 17:54
한국의 달 착륙선과 월면차가 달 표면에 올라와 있는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의 달 착륙선과 월면차가 달 표면에 올라와 있는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내년에 정부가 쓰는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11일부터 열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산안 심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 야당이 감액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떤 사업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일 과학계와 복수의 여야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최소한 5~6개의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해 대대적 또는 부분적 예산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말 내부적으로 정해 대외비로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100대 문제사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100대 문제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사업 예산도 일부 있다는 주장도 소위 안팎에서 나온다. 


감액안이 올라와 있는 대표적인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는 달탐사 사업이다. 달탐사 사업은 한국이 자체 개발한 달 궤도선에 국내 연구자와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개발한 탑재체를 실어 2022년 7월까지 달 궤도에 보내려는 사업이다. 한국의 첫 탐사선 개발 임무다.


당초 2020년 12월까지 궤도선을 달 상공에 보내는 것이 목표였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기술적 논란으로 지난 9월 10일 과기정통부는 발사 시점을 17개월 뒤인 2022년 7월로 연기했다. 탑재체의 무게를 포함한 탐사선의 무게를 기존 목표인 550kg 이하로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이 확실해지면서 이를 현실화해 탐사선 무게를 678kg으로 크게 늘렸다. 무게가 늘면 궤도 임무에 사용할 연료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궤도선의 임무 공전 궤도를 연료가 덜 드는 쪽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에는 달 100km 상공에서 1년간 관측을 할 계획이었지만, 가까울 땐 100km 상공을 돌고 멀 땐 300km 상공을 도는 찌그러진 원(타원) 궤도로 9개월간 돌다가 남은 3개월을 100km 상공 원궤도로 도는 안이다.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 일부 언론은 NASA가 한국의 이런 궤도 변경을 문제 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오래 이어온 두 나라의 협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현재 NASA와 막바지 협의를 하고 있다"며 좌초 주장에 대해 일축했다.  

 

예산 감액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추진된다. 하지만 과학계는 NASA 역시 2024년으로 추진 중인 유인 달 탐사 임무 ‘아르테미스’의 성공을 위해 달 궤도선의 탑재체를 이용한 달 극지 관측이 절실하며,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호 양해 하에 협의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상업 달 탑재체 서비스(CLPS)를 통해 달에 민간 달 착륙선을 보낸다. 여기에 과학 탑재체를 실어 달의 환경을 연구하게 된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이 상업 달 탑재체 서비스(CLPS)를 통해 달에 민간 달 착륙선을 보낸다. 여기에 과학 탑재체를 실어 달의 환경을 연구하게 된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특히 달탐사 예산이 감축돼 일정이 다시 연기되면 이것이야 말로 한국의 국제우주개발 협력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달탐사 궤도선 발사 일정은 2025년에서 2020년으로, 다시 2022년으로 정부에 따라 개발 기간이 고무줄처럼 늘고 줄었다. 더 이상의 변경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NASA가 추진 중인 ‘상업용 달 탑재체 서비스(CLPS·사진)’를 활용해 달에 보낼 한국의 과학탑재체를 개발하는 한국천문연구원 주도 사업도 달탐사와 함께 묶여서 감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임무를 추진하며 달 착륙선은 미국 민간기업 주도로 개발하고, 탑재체는 NASA 주도 하에 국제 협력을 통해 만들 계획을 밝혔다. NASA와 천문연은 이 가운데 달 표면을 조사하는 과학탑재체를 공동연구한다. 올해 5월 천문연과 NASA 사이의 합의문이 체결됐다. 천문연은 7월 탑재체 제안 의향서를 공모 받았고 올해 말 최종 탑재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발사는 2023~2024년 이뤄진다. 


이 사업에는 6년간 170억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첫 해인 2020년 예산은 10억 원이 투입된다. 전체 정부 예산 가운데에는 소액에 속한다. 하지만 달탐사와 함께 묶이면서 현재 ‘풍전등화’ 상태다. 천문학계 한 전문가는 “이 사업은 달탐사 사업과는 전혀 별도”라며 “특히 이 건은 천문연과 NASA 사이에 10년째 이어온 태양 연구 등 다른 협력연구로 상호 신뢰를 쌓아 이룩한 성과인데, 달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달탐사와 함께 감액 의견이 올라온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모방하는 ‘추격자’ 전략을 벗어나 ‘선도자’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만든 사업인 ‘글로벌 초일류기술개발(G-퍼스트)’ 사업도 감액 의견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로 2021~2035년 총 2조 3000억 원을 대학과 연구소에 지원하는 계획으로 올해 5월 공개됐다.


고난도 기술을 개발하는 ‘알키미스트’, 세계 수준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기술창출형’, 산업 핵심 기술을 개발해 축적하는 ‘공급기지형’ 등의 사업이 포함돼 있다. 초기에 다수의 연구자에게 과제 수행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계 수요에 맞는 과제로 압축해 지원 규모를 키우는 방식과, 연구소와 대학의 사업화와 기술이전 성과에 따라 연구비를 차등 지급하는 독일 프라운호퍼식 지원 등 기존과 다른 지원 방침을 밝혔다.


예산 감액안은 각 국회의원이 소속된 국회 소위원회에 감액의견을 제출하면서 공식화된다. 이 제출안은 국회 예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는데, 그 전에 의원 선에서 자진 철회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일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이 기초연구사업 예산 일부에 대해 감액의견을 제출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계에서 이를 철회시키기 위해 설득 작업을 벌여 실제로 철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재 과기계에 거론되고 있는 사업의 담당 관료와 분야 연구자들 역시 철회를 목표로 설득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은 “예산을 둘러싸고 하루 사이에도 감액과 증액 등 변동이 있을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며 “모든 사업을 계획된 예산안 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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