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1호기 수동정지 거짓보고 추가 들통…진술 검증못한 원안위 특사경

2019.11.18 14:26
지난 5월 22일 서울 광화문 소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한빛1호기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5월 22일 서울 광화문 소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한빛1호기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검찰이 올해 5월 한빛원전 1호기가 열출력이 제한치인 5%를 넘겨 수동정지한 사고와 관계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을 무더기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 관계자들이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겼음에도 재가동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원자로를 수동정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들은 또 무자격자가 원전 제어봉을 조작해 문제가 발생했고 열출력 급증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는 이를 몰랐다고 허위보고하고 보고서도 허위로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안위는 특별사법경찰관까지 투입했지만 이런 사실을 밝히지 못한채 관계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사건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며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이달 14일 원자로 열출력 제한치 초과 사실을 알고도 가동을 멈추지 않은 한빛 1호기 발전소장과 발전팀장, 안전차장 등 3명과 원자로조종면허가 없는데도 제어봉을 조작한 계측제어팀 직원과 이를 방치한 원자로 차장, 무면허 조종 사실을 보고받고도 원안위에 허위진술한 기술실장과 계측제어팀 직원 등 한수원 관계자 7명을 원자력안전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빛1호기 열출력 급증사건은 지난 5월 10일 오전 10시 31분 정기검사를 마친 원자로 재가동을 위해 ‘영출력 원자로특성시험’을 수행하던 중 원자로 출력이 18%까지 급격히 상승한 사건이다. 이 시험은 열출력의 5% 이하인 저출력에서만 작업이 수행돼야 하고 이를 넘기면 지침에 따라 즉시 원자로를 정지해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 측은 열출력이 5%를 넘지 않았다며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측 조사관들과 수 시간이 넘게 실랑이를 벌이다 밤 10시 2분 원자로를 뒤늦게 수동정지했다.

 

검찰 조사 결과 한수원은 열출력이 5%를 넘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재가동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원자로를 정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원안위와 KINS 조사관들에게 증기발생기측(2차측) 열출력이 운영기술지침서의 열출력이라 주장했는데, 이는 지침을 어겨 고발되는 것을 고의로 피하고 조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침서는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한수원이 원전마다 만드는 일종의 운영 설명서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침서대로 원전을 운영해야 한다.

 

한빛 1호기 주제어실의 모습이다. 맨 위쪽 빨간 네모 부분이 노외핵계측 열출력이 표시되는 곳이다. 주제어실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이를 볼 수 있으나 한수원 측은 다른 열출력 값을 제시하며 원안위 조사에 혼선을 줬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한빛 1호기 주제어실의 모습이다. 맨 위쪽 빨간 네모 부분이 노외핵계측 열출력이 표시되는 곳이다. 주제어실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이를 볼 수 있으나 한수원 측은 다른 열출력 값을 제시하며 원안위 조사에 혼선을 줬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열출력을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원자로 중성자의 속도로 측정하는 노외핵계측기 열출력과 냉각수의 열량 변화로 출력을 측정하는 2차측 열출력이다. 노외핵계측 수치는 주제어실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직관적이다. 반면 2차측 열출력은 단위 시간과 변수 등을 설정히 일일이 계산해야만 수치를 얻을 수 있어 복잡하다.

 

하지만 운영기술지침서는 열출력의 ‘정의’만 있을 뿐 계산하는 방식을 제한하지 않았다. 한수원 측은 이 맹점을 이용했다. 2차측 열출력은 증기발생기의 유량에 영향을 받아 정확한 값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열출력이 15% 이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안정적인 상태에서 쓸 수 있다. 영출력 시험에서는 쓰기 어렵다. 또한 열출력 변동 단위 시간을 1초 대신 1분이나 한 시간으로 길게 설정해 열출력 값을 입맛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한수원은 이를 이용해 원안위 조사 초기에 –1.04%라는 열출력 수치를 제출해 조사에 혼선을 줬다. 열을 일으키는 원전에서 열이 흡수되는 음의 출력값이 나온 것이다. 이를 지적받자 한수원은 1분 주기로 2차측 열출력 값을 계산해 3.55%라는 값을 보고했다. 원자로에서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수초 내에도 출력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다. 이러한 안전 개념을 무시한 열출력 값을 계산해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조작이 있었다는 것은 한수원 측이 원자로 열출력이 5%를 넘겼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걸 뒷받침한다. 실제로 한수원은 열출력이 5%를 넘겼던 사실도 최소 11시 30분 전에 알고 있었으나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한수원은 원안위에 ‘오후까지 열출력 급증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4일 전남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 1호기 수동 정지 사건과 관련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4일 전남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 1호기 수동 정지' 사건과 관련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열출력 급증은 기존 시험법과 다른 시험법을 도입하던 도중 제어봉을 잘못 조작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원자로 조종면허가 없는 직원이 원자로를 제어하는 제어봉을 임의로 조작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원자로 차장은 이를 감독하지 않는 등 문제가 다수 발견됐다. 하지만 한수원은 무자격자가 제어봉을 조작한 사실도 원안위가 조사를 진행하던 시점에 이미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묵인하고 원안위에 허위보고한 사실도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원안위는 6월 24일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원자로 차장이 임계와 미임계를 착각하고 반응도 계산을 잘못해 제어봉 조작 명령을 잘못 내렸다’고 원인을 밝혔다. 하지만 이도 거짓 보고였다. 검찰 조사 결과 원자로 차장은 반응도 계산을  하지 않았고 이 과정도 무면허 직원이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안위는 제어봉을 초기 조작하는 과정에서만 무면허 직원이 관여했다고 발표했으나 열출력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조작 과정도 무면허 직원의 조작이었음이 확인됐다.

 

원안위의 조사 발표와 다른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며 원안위의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의 실효성도 의문이 남게 됐다. 특사경은 특정 분야 행정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해 법을 위반한 사안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원안위는 2017년 특사경을 도입했다. 이번 사건은 원안위 출범 이래 최초로 특사경을 투입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원안위 특사경은 서면과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를 진행하는 데 그쳤다. 원안위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사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조사하는 방법과 같은 방식을 쓴 것이다. 수사가 미비하다 보니 원안위가 검찰 수사와 다른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검찰은 서류와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을 통해 원자로 차장이 반응도 계산을 한 적이 없고 계산을 했다고 원안위에 허위 진술했음을 밝혀냈다.

 

원안위는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원안위는 30여 명의 특사경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겸직으로 수사를 전담하는 인력은 원안위 감사과 소속 1명에 불과하다. 이번 한빛 1호기 수사에는 특사경 4명만 투입됐다. 3명은 원안위 원자력안전과 사무관과 감사과장, 감사과 담당관이 겸직으로 참여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투입할 수 있는 인력에 한계가 있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압수수색같은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수사는 검찰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사경을 갖춘 정부 기관은 자체 수사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추세다. 서울시가 2017년 포렌식 센터를 도입했고 올해는 경기도와 금융위원회도 포렌식 장비와 인력을 확충했다. 이와 달리 규모가 크지 않은 기관은 특사경에 인력과 재원을 투자하기 어려워 수사권이 있음에도 조사에 난항을 겪곤 한다. 원안위는 특사경의 한계는 인정하면서도 특사경이 수사 과정에서 비전문가가 알기 어려운 원자력안전법과 원자력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상당 부분 수사에 도움을 줬다는 입장이다.

 

원안위는 이번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원전 주제어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과 안전문화 교육을 강화할 것을 한수원에 지시하는 등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한수원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시도했을 때 이를 막을 대책은 없어 보인다. 원안위 관계자는 "한수원이 안전문화와 관련한 방지대책을 내놓으면 이를 살펴보고 보완할 것이 있다면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수원 및 관련자들의 거짓 대응으로 원안위가 조사업무에 큰 난항을 겪고 정확한 원인 분석과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 부분 차질이 빚어졌다”며 “원자력분야 고도의 전문성으로 인한 폐쇄적 특성상 관련자들이 진술을 맞추거나 유리하게 변수가 조작된 자료를 제출하면 원안위의 조사를 회피하고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한수원 내 그릇된 인식과 안전불감증, 조직보호논리에 경종을 울렸다”고 수사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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