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흑사병]中 발생 페스트 사람간 전염 가능

2019.11.15 17:14
페스트를 옮기는 세균인 페스트균(왼쪽)과, 페스트균을 쥐나 고양이, 사람에게 옮기는 쥐벼룩(오른쪽). 위키미디어 제공
페스트를 옮기는 세균인 페스트균(왼쪽)과, 페스트균을 쥐나 고양이, 사람에게 옮기는 쥐벼룩(오른쪽). 위키미디어 제공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폐 페스트에 감염된 환자 2명이 확인되면서 국내 유입이 우려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아직 국내에서 페스트가 발생한 사례가 없어 이번에도 국내 유입 가능성은 낮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보건당국과 함께 발생상황을 주시하겠다"고 13일 밝혔다. 

 

'흑사병'이라고도 부르는 페스트는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으로, 주로 페스트균을 갖고 있는 쥐벼룩이 옮긴다. 쥐벼룩을 가진 들쥐가 사람에게 옮기거나, 이 쥐를 잡아 먹은 고양이가 옮기기도 한다. 14세기 중기 유럽 전 지역에서 수 년간 페스트가 유행하면서 당시 유럽 인구가 3분의 1로 줄고, 전쟁마저 중단되기도 했다.

 

페스트는 감염 부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페스트균이 림프절에 침투한 림프절 페스트, 혈류를 타고 패혈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패혈성 페스트, 폐에 침투한 폐 페스트가 있다. 

 

14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림프절 페스트는 주로 쥐와 고양이 등 포유동물이나 벼룩에 물려서 감염된다. 감염이 된 후 2~6일 동안에는 오한이나 발열, 근육통, 관절통 등 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잠복기가 지나면 감염된 림프절 부위에 통증이 생기고 고름이 찬다. 증상이 나타난 지 하루 안에 치료하지 못 하면 병이 급속히 진행하면서 사망에 이른다.  

 

림프절 페스트로 진단된 환자 중 약 20%는 패혈성 페스트다. 발열과 구토, 복통, 설사 등 패혈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출혈성 반점이 나타나거나 상처 부위에서 피가 나고, 혈관 내 응고 현상이 일어나면서 팔다리 등 말단 부분이 괴사하기도 한다. 피부가 괴사하면서 검은 반점이 나타나 과거에는 페스트를 '흑사병'이라 불렀다.
 
페스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최근 중국에서도 발생한 폐 페스트다. 감염된 환자의 기침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어 치명적이다. 오한과 발열, 두통 등 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3~5일간 잠복기가 지나면 호흡곤란이나 흉통,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질병 증상이 나타난 지 이틀째부터는 객혈이나 호흡 부정, 심혈관계 부전 등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를 받아도 완전히 낫기가 힘들다.

 

문제는 페스트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전강일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페스트가 종종 발생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해외 여행지에서 페스트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페스트를 예방하려면 여행하려는 국가에서 최근 페스트가 유행하고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병원에서는 페스트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혈액이나 가래, 림프액을 추출해 페스트균이 있는지 검사를 한 뒤 확진한다. 확진된 환자는 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 항생제를 이용해 치료한다. 

 

하지만 병이 진행된 뒤에는 치료를 시작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 물론 병이 진행되면서 사망할 위험도 크다. 전 교수는 "페스트는 흔히 병원에서 사용하는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될수록 치료 가능성이 높다"며 "페스트가 유행한 지역에 머물렀거나 페스트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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