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혈구 트로이목마' 폐까지 약물 전달해 암 전이 막는다

2019.11.14 18:06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미국 하버드대 생체모방공학위스연구소와 하버드대 공대 공동연구팀은 항암제를 적혈구에 실어 폐에 있는 암세포까지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항암치료를 받으면 항암제가 암세포뿐 아니라 다른 건강한 세포까지 공격해 탈모, 구토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과학자들은 암세포만 표적으로 약물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것이 나노입자에 약물을 실어 혈류를 통해 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나노입자가 체내에 들어가면 예기치 않은 독성을 일으키거나, 대부분 간과 비장에서 노폐물과 함께 걸러져 밖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약물 전달 능력이 떨어진다. 

 

미국 하버드대 생체모방공학위스연구소와 하버드대 공대 공동연구팀은 항암제를 사람의 혈액세포인 적혈구에 실어 폐에 있는 암세포까지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해,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3일자에 발표했다. 마치 '트로이목마'처럼 항암제를 적혈구에 실어 종양 조직 내로 잠입시키는 방법이다.

 

연구팀이 약물을 실을 도구로 적혈구를 선택한 이유는 시뮬레이션 결과, 다른 부위의 모세혈관보다 특히 가느다란 폐 모세혈관 내에서 적혈구가 압력을 받으면 약물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생분해성 폴리머(PLGA)로 만든 나노입자에 항암제인 독소루비신을 붙인 다음, 쥐의 적혈구와 함께 배양시켰다. 그러면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적혈구의 표면에 항암제를 실을 수 있다. 

 

이렇게 배양한 적혈구를 다시 폐암에 걸린 쥐에게 정맥주사로 주입했다. 약물 전달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적혈구 없이 나노입자에만 항암제를 붙여 또 다른 폐암 쥐에게 주입했다. 그리고 쥐들의 폐 종양 부위에 항암제가 얼마나 도달했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적혈구를 이용해 항암제를 주입한 쥐의 폐조직에서 약물이 16배나 더 많이 발견됐다. 약물 대부분이 종양 깊은 곳까지 침투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다른 조직을 공격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도 폐암을 치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뜻이다. 
 
제1저자인 앤베이 우키브 하버드대 생체모방공학위스연구소 박사과정연구원은 "항암제인 독소루비신의 가장 큰 부작용은 심장에서 독성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실험 결과 적혈구에 실은 독소루비신은 대부분 폐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공동저자인 종민 자오 박사후연구원은 "폐처럼 모세혈관이 많은 부위는 그만큼 다른 부위로부터의 암 전이율이 높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폐로 암이 전이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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