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의 닥터스] "젊다고 고혈압 안심하면 안됩니다"

2019.11.14 16:17
14일 고대구로병원에서 만난 박창규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대한고혈압학회 부회장)는 젊은 나이의 고혈압일수록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며 혈압 관리를 강조했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14일 고대구로병원에서 만난 박창규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대한고혈압학회 부회장)는 젊은 나이의 고혈압일수록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며 혈압 관리를 강조했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식생활과 생활습관이 바뀌면서 젊었을 때부터 고혈압에 걸리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 30대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은 고혈압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70대 이상이며, 60대와 50대, 40대 순으로 환자 비율이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 들어 30~40대 젊은 층에서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다. 심지어 30~40대 고혈압 환자 3명 중 1명은 본인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도 모른다. 실제로 고혈압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병’으로만 생각하기 쉬운 고혈압이 또 다른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14일 서울시 구로구 고대구로병원 외래에서 만난 박창규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대한고혈압학회 부회장)도 "젊은 나이의 고혈압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고혈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다. 2010년에는 대한고혈압학회 최우수 임상연구상을 받았고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의에 꼽혔다. 직접 외래에서 고혈압과 협심증, 고지혈증 환자들을 진단, 치료하는 박 교수에게 ‘젊은 고혈압’의 원인과 위험에 관해 물었다. 

 

-고혈압은 어떤 병인가

 

건강한 사람의 혈압은 통상적으로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 80mmHg로 나타난다. 고혈압은 이보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다. 국내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이라고 한다. 고혈압으로 진단을 받아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고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진다.
 
물론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게 나온다고 모두 고혈압 환자는 아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거나, 최근 신경쓸 일이 많아졌다거나, 그 날의 컨디션이나 감정, 흥분 상태에 따라 혈압이 높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혈압을 재기 전 커피를 마셨거나 담배를 피운 것만으로도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고혈압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내과에서 검사를 해야 한다. 하루종일 혈압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다. 실제로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게 나왔던 사람이라도 15~20%는 내과에서 정상으로 판정받기도 한다. 

 

-고혈압 환자 중 당뇨병, 심장질환을 앓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혈압이 장기간 높으면 혈관에 압박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혈관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혈전이 생기고,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다. 심각할 경우 혈류를 못 버티고 혈관이 터지기도 한다. 장기 고혈압 환자 중 약 80%가 혈관이 막혀 있으며 20%는 뇌출혈처럼 혈관이 터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부정맥 등 심장질환과 동맥경화, 당뇨병, 고지혈증, 뇌졸중 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사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작용하는 과정이 상당히 비슷하다. 우리 몸에서 혈당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위는 뇌와 근육이다. 그만큼 모세혈관이 많이 몰려 있기도 하다. 고혈압이 있으면 혈관이 손상되는데, 특히 모세혈관처럼 얇은 혈관이 위험하다. 의사들이 흔히 '혈관이 스믈스믈 녹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혈관이 망가져 사라진다. 근육에 혈관이 부족하면 그만큼 혈당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결국 혈류 내 당분이 과다하게 남아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고혈압과 당뇨병, 두 가지를 갖고 있는 환자는 이런 증상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 한국은 고혈압 관리가 잘 돼 있는 편이다. 그런데도 최근 젊은 층에서 고혈압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래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실제로 젊은 고혈압 환자가 많아졌다. 먼저 요즘에는 국가건강검진 등을 통해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고혈압이 발견될 확률이 크다. 게다가 예전에 비해 고혈압에 대한 기준이 좁아지면서 고혈압 환자가 많아진 것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대인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달라지면서 고혈압이 발생하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30~40대 젊은 층은 잦은 외식, 야식 등으로 채소나 과일보다는 달고 짠 음식, 기름기가 많은 음식 등을 많이 먹는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량은 적어져 비만이 많고 일이나 학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 비만이 되면 고혈압이 될 확률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 젊은 고혈압 환자도 증가했다.

 

특히 비만이면 기본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혈관들이 많이 손상되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호르몬도 잘 분비가 되지 않는데다, 교감신경 활성이나 혈압을 올리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도 증가한다. 결국 혈압이 높아진다. 물론 비만인 사람은 고지혈증을 앓을 위험도 커진다. 이 때문에 혈관 손상이 가속화되면서 혈관이 탄력성을 잃고 단단해지면서 고혈압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해서 비만인 사람만 고혈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몸이 마른 사람도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부모나 형제가 고혈압 환자인 경우다. 

 

유전적으로 집안에 고혈압이 발생하기 쉬운 특징을 갖고 있거나(유전적인 요인), 가족끼리는 평상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비슷해(가족력)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가령 부모가 달고 짜게 먹는 걸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하는 집에서는 자녀도 같은 음식을 먹고 운동 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서는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고혈압을 약 30%, 가족력으로 인한 고혈압을 약 70% 정도로 보고 있다. 

 

-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고혈압은 고령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가

 

대한고혈압학회 제공
대한고혈압학회 제공

그렇다. 고혈압은 딱히 완치할 방법이 없다. 식습관이나 운동습관 등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약물 치료 등으로 혈압을 정상수치로 조절하면, 고혈압 환자라도 증상을 늦출 수 있다.

 

그런데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생기면 그만큼 오랫동안 고혈압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고혈압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지 않다. 10년 동안 혈관이 손상되는 것과, 30년 이상 혈관이 손상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생기면 그만큼 혈관과 장기가 손상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30~40대에 고혈압이 생긴 환자가 고령 환자보다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훨씬 크다.

 

게다가 젊었을 때 건강했던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노화로 인해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젊은 나이에 생긴 고혈압은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고혈압보다도 훨씬 나쁘다.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본인이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을 간과해, 치료 시기가 늦어져 치료를 잘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게 나타나도 본인은 젊고 건강하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느껴지니까 심각성을 모른다. 또는 일상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알게 모르게 혈관이 점점 손상되면서 병을 키우는 꼴이다. 

 

- 고혈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나

 

혈관은 우리몸,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어디에나 뻗어있다. 그만큼 고혈압은 '혈관이 아픈 병'이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고 심각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젊은 나이 때부터 혈압을 정상 수치로 관리해야 뇌졸중, 심근경색, 당뇨병 등 수많은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요즘에는 건강검진 외에도 병원 외래나 보건소, 은행, 동사무소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혈압측정기를 흔히 볼 수 있다. 매년, 또는 정상 수치라면 2년에 한번씩은 반드시 혈압을 재 본인의 혈압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고혈압이 아니더라도 수축기 혈압이 130~139mmHg, 이완기 혈압이 80~89mmHg인 '고혈압 전단계'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 혈압 수치가 높을수록 고혈압에 근접했다 생각하고 주의해야 한다. 본인이 비만이거나 당뇨병, 심장질환 등 다른 질환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등 위험인자가 많다면 그때부터 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  

 

정상 혈압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채소와 잡곡밥, 생선 위주, 싱거운 음식, 당분이 적고 기름기가 적은 저칼로리 식단을 먹고 일주일에 150분 정도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음주를 되도록 적게 하고 금연을 하는 것도 좋다. 젊은 나이 때의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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